호두과자를 먹으면 천안이 보인다

호두과자를 먹으면 천안이 보인다

2018.04.06. 오후 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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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두과자를 먹으면 천안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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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수도권에서 지하철로도 갈수 있는 충남 천안은 지역명이 불리는 순간 누구나 함께 떠올리는 음식이 있다. 바로 ‘천안의 명물’이라 불리는 호두과자다.

오늘날 호두과자는 매우 흔한 먹거리다. 각종 고속도로 휴게소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으며 도시의 노점상에서도 자주 눈에 띄곤 한다. 그래도 많은 사람들은 ‘굳이 천안에 가서 호두과자를 먹을 필요가 있나’라는 생각을 할 정도로 일상화됐다.

우리나라의 지역 먹거리는 전국 어디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웃나라 일본만 하더라도 특정 지역의 과자나 카스텔라 등은 그 지역을 벗어나서는 구입하기가 쉽지 않은 경우가 많은 것과 비교되는 현상이다.

그래서 황남빵은 경주에 가지 않더라도 경주빵이란 이름으로 먹을 수 있으며 지역 특산품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된 호두과자는 더 쉽게 접할 수 있는 전국구 간식이 됐다. 지역 특산품에 대한 별다른 보호정책이 없기 때문이기도 한데 그만큼 쉽게 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지역의 개성과 특색을 엷게 한다는 아쉬움이 있기는 하다.

호두과자를 먹으면 천안이 보인다

대부분의 지역 간식거리는 특정 점포를 원조로 하는 경우가 많다. 요즘 유명한 전주 초코파이는 풍년제과, 통영 꿀빵은 오미사인 것처럼 말이다. 천안 호두과자 역시 1934년부터 만들기 시작한 학화호두과자가 원조로 알려져 있다.

천안 호두과자가 유명해진 것은 이곳에서 처음 만들어졌다는 것도 이유이기는 하지만 역사적 배경도 한 몫 한다. 천안은 고려시대 당시 원나라에서 들여온 호두나무를 처음 재배하던 곳이다. 이런 역사적 스토리텔링이 있다는 점은 호두과자를 먹는 재미를 높여주는 요소이기도 하다.

호두과자 점포를 살펴보면 천안시의 변천사와 사회적 흐름을 볼 수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개인적으로 호두과자를 처음 접하던 1990년대에는 천안역 인근에 호두가게 수십 군데가 밀집해 있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서 서서히 흩어지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천안역 인근에는 서너개 곳 밖에 없다.

호두과자를 먹으면 천안이 보인다

대신 요즘에는 천안의 대표적인 번화가인 천안종합터미널 근처나 경부고속도로 천안IC 진입로 인근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천안의 도시발달과 자가용 활용 등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를 호두과자를 통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기분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천안 호두과자는 고속도로 휴게소 등 여타의 곳에서 파는 것과 맛이 다르게 느껴진다. 여타의 경우 식재료인 팥소는 붉은팥을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천안에서는 흰팥을 선호한다. 호두의 함유랑은 별 차이가 없지만 덜 달고 깊은 맛이 나는 편이다.

호두과자를 먹으면 천안이 보인다

또 얇은 종이봉투로 팔기보다는 저렴한 5000원짜리 상품도 종이 상자에 담아준다. 이것은 호두과자에서 중요한 수분 유지가 중요한 이유가 되기도 한다. 호두과자는 오래돼 수분이 날아가면 딱딱해져 먹을 수 없다. 그래서 호두과자 한알 한알을 종이로 포장하고 겉에는 비닐이나 종이봉투가 아닌 상자형태로 담아준다. 수분을 보호하기 위해 채 식기도 전에 포장을 하는 편이다. 그래서 만든 지 얼마 안 된 호두과자는 종이상자가 눅눅한 상태로 파는 경우가 많다.

천안은 서울·수도권에서 가깝다는 점과 은근히 둘러볼 만한 관광지도 많은 편이다. 꽃피는 4월, 부담스럽지 않게 봄을 느낄 수 있는 여행지로 적당하며 ‘천안의 명물’도 함께 즐겨보는 것도 추천할 만하다.

트레블라이프=김윤겸 gemi@travellif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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