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오릉, 숙종은 몰라도 장희빈은 아는 역사의 아이러니

서오릉, 숙종은 몰라도 장희빈은 아는 역사의 아이러니

2017.11.21. 오전 0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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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오릉, 숙종은 몰라도 장희빈은 아는 역사의 아이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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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오릉은 조선 왕족의 무덤들을 모아놓은 곳으로, 창릉·익릉·명릉·경릉·홍릉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문자 그대로 도성의 서쪽에 자리한 다섯 기의 능이라는 의미다.

행정구역상 고양시 덕양구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해도 은평구에서 멀지 않다. 구산동사거리에서 걸어갈 수 있을 정도이며, 연신내에서 택시를 타도 기본 요금이 조금 넘는 정도다.

광화문 등에서 일산 방면으로 가는 버스에 올라도 된다.

서오릉, 숙종은 몰라도 장희빈은 아는 역사의 아이러니

아마도 서울 도심을 기준으로 하면 강남의 선릉이 조선 왕릉으로는 가장 가까이에 있는 곳이겠지만, 서오릉은 그 규모부터가 다르다.

선릉이 점심 먹고 직장에 복귀하기까지 산책을 하는 정도라면, 서오릉은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려면 반나절은 잡아야 한다. 들은 얘기로는 인근 학교의 단골 소풍 장소라고 하는데, 그럴 만 하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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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서오릉엔 조선 왕조의 한 많은 여인들이 잠들어 있어 으스스한 느낌이 있다고 하던데, 실제론 전혀 그렇지 않고 잘 정돈된 느낌이다.

왕릉이라면 산책보다는 삼엄한 분위기와 경건한 분위기가 먼저일 것 같지만, 이곳은 소나무 등 조경이 잘 이뤄져 있어 강북에서 몇 손가락안에 꼽을 정도로 걷기 안성마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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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릉은 조선 제8대 예종(1468~1469 재위)과 계비 안순왕후 한씨가 잠든 능이다.

익릉은 제19대 숙종의 정비 인경왕후(1661~1680)의 능이며, 명릉에는 숙종과 인현왕후가 나란히 누워있다.

아마도 유명세로만 얘기하면 숙종과 인현왕후에 못지 않은 숙종의 넷째 부인이며 조선 제20대 왕 경종의 어머니인 희빈 장씨(1659~1701)의 대빈묘도 이곳 서오릉에 있다.

서오릉, 숙종은 몰라도 장희빈은 아는 역사의 아이러니

길가는 일반인들은 숙종은 몰라도 희빈 장씨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테니 어쩌면 역사의 아이러니이다.

몇 백년이 지나 현재의 모든 것들도 역사책의 한 귀퉁이를 장식할 때쯤 되면, 지난해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국정문란의 주인공도 역대 대통령보다 더 유명세를 타고 있을지도 모른다.

서오릉, 숙종은 몰라도 장희빈은 아는 역사의 아이러니

장희빈은 인현왕후를 무고하고 저주한 죄로 죽임을 당해 경기도 광주에 묻혔는데, 그녀의 아들 경종이 즉위하면서 옥산부대빈으로 추존됐다.

사망 후 300년이 지난 1969년 서오릉 경내로 이장해 올 때도 왕비들과의 불편한 관계를 고려해 명릉과 멀리 묘를 만들고 대빈 묘라는 비석을 세웠다.

서오릉, 숙종은 몰라도 장희빈은 아는 역사의 아이러니

숙종을 얘기할 때 최숙빈도 빠질 수 없다. 최숙빈은 인현왕후의 편에서 장희빈과 대립하며 끊임없는 암투를 이어갔다. 최숙빈이 죽고 난 후 묻힌 곳은 파주시 광탄면 소령원.

영조는 어머니 무덤 소령묘를 소령원으로 승격시키고 왕릉처럼 정자각, 비각을 만들었다.

서오릉, 숙종은 몰라도 장희빈은 아는 역사의 아이러니

이곳 서오릉에는 영조의 정비인 정성왕후 서씨의 무덤인 홍릉도 있다.

여인들의 암투 속에서도 무수리 출신인 희빈과 숙빈의 아들들은 왕으로 등극했으니, 권력에의 욕망은 여자라고 예외일수가 없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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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경릉은 세조의 맏아들이었으나 병약해 왕위를 잇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추존왕 덕종과 소혜왕후가 잠든 곳이다.

소혜 왕후는 연산군이 생모 윤씨의 죽음과 관련됐던 사람들을 처단하려 할 때 말리다가 연산군이 머리로 받아 사망한 이야기가 유명하다.

트레블라이프=양혁진 anywhere@travellif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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