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호항 등대, 완벽에 가까운 고요함과 평화로움

묵호항 등대, 완벽에 가까운 고요함과 평화로움

2017.09.08. 오후 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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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호항 등대, 완벽에 가까운 고요함과 평화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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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해안선 여행을 계획했을 때 처음 고민은 출발을 어디에서 시작 하는가 였다.

간단하게 말하면 위에서부터 내려갈 것인가, 아래에서부터 올라갈 것인가인데, 위에서부터 내려가면 서울로 돌아오는 길이 힘들지 않을까 해서 아래에서부터 올라가기로 결정했다.

고성까지 바닷길을 따라 올라가고 싶었지만 결론부터 얘기하면 강릉에서 방향을 틀었다.

묵호항 등대, 완벽에 가까운 고요함과 평화로움

출발은 삼척의 장호항이었다. 막바지 휴가철의 장호항은 주차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인산인해다. 차안에서 바라본 바닷가에는 제주 쇠소깍에서 보았던 투명카누들이 둥둥 떠 있다.

가족단위 여행이라면 얼씨구나 하고 인근에 숙소를 잡고 짐을 풀었겠지만, 조용히 바닷가 드라이브에 나선 이번 여행 콘셉을 생각해보면 최악에 가까웠다.

도시건 사람이건 어떤 이미지가 형성되면 웬만해선 바꾸기가 쉽지 않다.

대게라면 영덕이 떠오르듯, 이제 동해안의 카누는 장호항이 생각날테니 삼척시 입장에선 굉장히 성공적인 마케팅이 아닐까 싶다.

묵호항 등대, 완벽에 가까운 고요함과 평화로움

동해의 묵호등대 역시 관광객들로 몸살이다. 등대 바로 아래 카페도 그늘진 곳은 자리를 찾을 수가 없을 정도.

벽화가 그려진 언덕을 오르내리는 사람들을 바라보다 시선을 돌리니, 눈에 들어오는 장소가 있다.

이번 3박4일 여행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곳, 묵호항이 내려다보이는 또 다른 언덕의 카페다.

묵호항 등대, 완벽에 가까운 고요함과 평화로움

대략 묵호등대와 항구가 이런 시선에 들어온다.

풀벌레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완벽에 가까운 고요함이 흐르던 곳.

등대와 해안길이 한눈에 들어오는 경관조차 환상이다.

커피 한잔을 앞에 두니 더 이상 바랄게 없어진다.

아니 이곳을 떠나기가 싫어진다.

묵호항 등대, 완벽에 가까운 고요함과 평화로움

묵호등대를 찾는다면 등대에서 시선을 조금만 돌려보길 바란다.

그러면 이 펜션과 카페를 겸하는 곳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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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길에 관광버스들이 보이며 차량이 많아진다. 정동진이 가까워졌다는 신호다.

강원도 바닷길은 제주와 마찬가지로 바다를 따라가며 쭉 길이 이어지지 않는다.

메인 도로가 있고 동네마다 바닷길을 들어왔다 나갔다를 반복해야 한다.

묵호항 등대, 완벽에 가까운 고요함과 평화로움

이미 여러 번 찾은 정동진은 예전 기억 그대로다. 언덕 위 크루즈 꼭대기에서 커피 한잔 했지만 묵호항에서 느꼈던 평화로움도 정겨움도 느껴지지 않는다.

커피 가격은 ‘어이쿠’ 소리가 절로 날 정도.

바로 강릉 경포대로 향한다.

묵호항 등대, 완벽에 가까운 고요함과 평화로움

동해안을 왔는데 물회를 먹지 않을 수가 없다.

이번 여행에는 동해시와 강릉 경포대에서 각각 물회를 먹었다.

지난 가을 주문진에서도 맛을 보았으니 웬만한 강원도 물회맛은 다 보았다고도 할 수 있는데, 같은 동해안이어도 동해와 강릉, 포항이 모두 제각각의 맛이다.

제주와도 다르다.

제주 물회의 기본은 된장이다. 동해안은 된장을 쓰진 않는다.

그리고 강릉의 물회는 동해안 최대 관광지답게 조금은 대중화된 맛이다.

정리하자면 물회를 자주 접하지 않는 사람들은 강릉, 혹은 제주에서 시작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물회라는 음식 자체가 어부들이 시간을 줄여가며 간단하게 먹기 위해서 착안한 음식인 만큼, 포항 등지에서 먹는 맛은 향토성이 강하다고 느낄 수 있다.

이번에 강릉 경포대 인근에서 줄을 서가며 먹었던 물회는 확실히 대중을 고려한 퓨전 음식에 가깝다.

어부들이 먹는 물회 맛은 당연히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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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에서 대관령으로 발길을 돌렸다. 예정대로라면 속초와 고성으로 향해야 하지만, 대관령에서 찬바람 한번 맞는 것도 괜찮지 않겠나 라는 생각이다.

트레블라이프=양혁진 anywhere@travellif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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