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봉준 생가 터, 반복되는 아픈 역사를 찾아서

전봉준 생가 터, 반복되는 아픈 역사를 찾아서

2016.11.24. 오전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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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봉준 생가 터, 반복되는 아픈 역사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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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봉준 생가 터는 문자그대로의 생가 터다. 교수형 당해 버려졌으므로 무덤이 있을 리 만무하고, 그 흔한 유물 한 점 남아 있지 않다.

그가 살던 집 모양새가 맞는지도 의문이다. 복원에 고증을 담기엔 자료가 부족하리란 것은 물어보지 않아도 알수 있다. 찾아가는 길도 이 길이 맞나 하며 몇 번을 두리번 거리며 이정표를 재삼 확인해야 했다.

전봉준 생가 터, 반복되는 아픈 역사를 찾아서

오히려 눈을 사로잡는 것은 작고한 신영복 교수가 쓴 노래비석이다.

'새야새야 파랑새야 / 녹두밭에 앉지마라 / 녹두꽃이 사라지면 / 청포장수 울고간다 // 새야새야 파랑새야 / 전주고부 녹두새야 / 어서바삐 날아가라 / 댓잎솔잎 푸르다고 / 하절인줄 알았더니 / 백설이 펄펄 / 엄동설한 되었구나’

파랑새는 전봉준을 잡으려 했던 청나라 즉 외세를 의미하고, 녹두밭은 농민군, 청포장수는 백성을 뜻하리라.

당시 전사한 남편의 영혼을 달래기 위해 불렀던 노래가 구전되어 처음 기록된 것은 1934년 무렵으로 알려져 있다.

즉 이 노래가 구전된 몇 십 년의 한 맺힌 역사는 어쩌면 전봉준이 우려한 바로 그것일지도 모른다. 두서없이 나라가 망하고 그 와중에 사리사욕을 챙기며 나라를 팔아먹은 매국노, 그리고 그 고통을 온전히 받아들여야 했던 백성들.

전봉준 생가 터, 반복되는 아픈 역사를 찾아서

생가터 옆엔 작은 전봉준 전시관이 있어 그나마 온기를 간직한다.

동학농민운동의 역사에서 우리 근대 일상에 이르기까지 아기자기하게 꾸며 놨다.

전봉준 생가 터, 반복되는 아픈 역사를 찾아서

구척장신 불세출의 영웅호걸도 아녔던 그가

녹두꽃이라 녹두장군이라 인구에 회자된 것은

백 년 동안 민중의 가슴속에 남아

답답할 때면 노래 되어 그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캄캄한 밤이면 별이 되어 그들의 머리 위로 떠오르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녹두장군' 중에서, 김남주

전봉준 생가 터, 반복되는 아픈 역사를 찾아서

동학농민운동을 봉건사회의 모순에 대한 개혁요구로만 읽을 수는 없다. 시국 선언이 이어지는 지금의 현실을 생각하면 더욱 그러하다.

국정감사에 나온 누구 말마따나 지금이 봉건시대도 아니지 않은가.

하지만 어린 학생들 마저 거리에 나서고 전봉준 투쟁단이라는 농민들의 저항을 보고 있으니, 차라리 “역사는 반복된다”는 독일의 철학자 헤겔의 말을 떠올리는 게 더 피부에 와닿는다.

세상은 그다지 바뀌지 않았고 120년 전의 시대모순과 지금이 별반 차이가 없다는 건 그래서 쓸쓸하다.

트레블라이프=양혁진 anywhere@travellif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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