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교에는 뭔가 특별한 ‘멋’이 있다

벌교에는 뭔가 특별한 ‘멋’이 있다

2016.03.23. 오전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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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교에는 뭔가 특별한 ‘멋’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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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교는 이름 자체만으로도 전남에서 손꼽히는 인지도를 가지고 있지만 사람들의 인식과 실제 이미지는 다소 차이가 있다. 필자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지역 중 하나인 벌교는 매력적인 요소가 구석구석 담겨있는 곳이다. 왠지 시간의 흐름을 안타까워하지 않는 낭만과 여유가 느껴지는 지역이다.

벌교하면 으레 떠오르는 단어가 두 개 정도는 있다. 바로 ‘꼬막’과 ‘욕’. 하지만 이 두 가지가 벌교의 모든 것이라고 볼 순 없다.

벌교에는 뭔가 특별한 ‘멋’이 있다

쫄깃쫄깃한 맛이 일품인 꼬막은 벌교가 자랑하는 제일의 특산물이다. 벌교읍내에만 수십개의 꼬막식당이 있고 시장에는 망에 담긴 꼬막을 흔히 볼 수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생산량이 급감하고 있다. 확실히 2년 전 같은 시기에 왔을 때보다 식당이나 시장에 내놓은 꼬막의 양이 눈에 띄게 줄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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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교가 ‘욕의 고장’이라는 타이틀을 갖게 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영화 ‘황산벌’에서 처음 활용된 이 이미지는 영화 ‘써니’에서 재등장하면서 희화화된 것뿐이다. 벌교 사람들이 유달리 욕을 잘하거나 하는 경우는 사실 없다. 남해안 깊숙한 여느 고장의 구수한 전남 사투리만이 가득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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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교는 원래 남해안의 작은 동네였지만 일제 강점기에 갑자기 성장했던 도시다. 전남지역의 수탈물자를 실어 나르던 전진기지 역할을 하며 인구와 지역산업이 급격하게 증가했다. 그러던 것이 해방 후 1960년대를 기점으로 인구가 줄어들며 다시 본래의 작은 동네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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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급격한 흥망성쇠를 보낸 지역이라면 뭔가 스산한 기운이 느껴질 법 하다. 하지만 벌교는 그렇지 않다. 일제강점기 당시 지어진 건물 양식을 그대로 남겨두며 수탈의 역사를 굳이 외면하려하지도 않는다. 그냥 그것이 이곳의 지나간 역사였음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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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 분위기는 지방의 조그만 읍내치고는 이질적이라는 생각이 들만큼 건물과 주변 환경이 너무나 단정하다. 시장에는 대형마트가 들어섰음에도 그 앞에는 할머니들의 노점이 흥성하다. 요즘 ‘핫한’ 지역특산물 참다래는 새콤달콤한 맛으로 유혹한다. 막바지 판매에 들어간 참다래는 망태기 가득 담겨져 싱싱함을 자랑한다. 이런 각기 다른 이미지들이 이상하게 조화를 이루는 벌교는 왠지 신비로움을 전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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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벌교에서는 각기 다른 이미지들의 신비로운 조화를 이루고 있는지 그 이유를 아직까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벌교에 있으면 한 가지는 확실하다. 여유로움 속에 시간이 느리게 가는 것 같아도 그것이 현재와 동떨어져 흐르지는 않는다는 것.

대도시 권역에서 꽤나 멀리 떨어져 있는 곳이지만 벌교는 남다른 분위기를 즐기고 싶은 여행객들에게 특별함을 주는 곳이다. 그리고 벌교역에서부터 벌교시장과 태백산맥 문학거리, 홍교에 이르는 남북 방향의 읍내 거리를 걸어보길 추천한다. 뭔가 알 수 없는 색다른 멋이 흐르고 있음을 느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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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TIP: 벌교 읍내 꼬막식당들은 대체로 메뉴와 맛이 평준화돼 있는 편이다. 단체관광객을 위주로 받는 곳이 많고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경우가 많다.

서울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해 갈 경우 버스가 하루 한차례 운행돼 시간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 버스보다는 기차가 편리하다. 순천역 앞에서 시내버스 88번을 타거나 기차 환승도 가능하다.

트레블라이프=김윤겸 gemi@travellif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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