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조용히 나누고 싶어요”…크리스마스 맞아 케이크 20개 기부한 시민

“작지만 조용히 나누고 싶어요”…크리스마스 맞아 케이크 20개 기부한 시민

2020.12.25. 오전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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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조용히 나누고 싶어요”…크리스마스 맞아 케이크 20개 기부한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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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를 앞둔 경기도 파주시 금촌동 옷가게.

성선미 씨(44)는 오후 5시도 채 되지 않았는데 문을 닫고 곧장 공방으로 향했다.

서둘러 간 공방에는 이미 딸과 아들이 와있었다. 곧이어 남편까지 도착하자 성 씨 가족들은 저마다 자리를 잡고 각자 맡은 일을 시작했다.

금세 계란을 풀고 밀가루를 계량해 케이크 시트 반죽을 만드는 남편 김동욱 씨(48).
딸 은비 양(13)과 아들 태환 군(12)은 미리 준비한 마카롱 꼬끄에 예쁜 그림을 그려 넣는다.
모두 한두 번 해본 게 아닌 능숙한 솜씨다.

케이크 반죽이 오븐에 들어가자 달달한 냄새가 공방을 가득 채웠다.

먹음직스럽게 구워진 빵을 오븐에서 꺼내 식힐 동안 성 씨는 케이크에 올릴 생크림을 준비한다. 크리스마스 시즌인 만큼 알록달록 색을 입힌 생크림을 빵 위에 올리고 모양을 내면, 아이들이 마카롱을 올려 마무리한다.

이날 성 씨 가족이 만든 케이크는 총 20개. 케이크는 모두 동사무소를 통해 지역 소외 계층에 전달됐다.

성 씨는 한 달에 한 번은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을 대상으로 ‘케이크 만들기 교실’을 열고 있다. 어린이날, 명절이나 크리스마스 등 특별한 날에는 지역 소년소녀가장, 한 부모 가정, 미혼모 가정 등에 케이크를 만들어 보낸다.

이 같은 나눔을 실천하고 있는 성 씨는 소녀가장 출신이다. 그러나 정작 성 씨는 학창 시절, 소녀가장이라는 타이틀로 받는 혜택이 싫었다고 한다.

“그 때는 제가 받고 싶어서 받은 게 아니었잖아요. 특히 아무리 좋은 걸 받아도 사진이 찍히거나 신문에 보도되면 부끄럽고 창피하더라고요. 대학에 가고, 직장을 다니면서도 고마움을 몰랐죠.

그러다 가정을 꾸리면서 문득 생각이 바뀌었다는 성 씨.

성 씨는 “봉사를 통해 받은 것들이 있기 때문에 지금의 내가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제야 지난 날 받은 것에 감사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2년 전 공방을 열면서 본격적으로 봉사활동에 힘을 쏟았다.

그 결과, 성 씨는 최근 행정안전부 산하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가 주관한 자원봉사 이그나이트 대회에서 우수 사례자로 뽑혔다.

봉사활동을 하면서 성 씨가 가장 신경 쓰는 건 받는 사람들의 입장이다.

“진심으로 봉사하시는 분들이 정말 많아요. 그런데 가끔 봉사가 장사가 되는 분들도 있어요. 그런 분들은 활동 많이 안 하셨으면 좋겠어요. 아무래도 받는 입장에서 상처가 될 수 있거든요. 그래서 저는 최대한 조용히 나누려고 해요. 그런 이유에서 공방스티커도 따로 제작하지 않고 있습니다.”

봉사활동이 결코 쉽기만 할 리 없다.

성 씨는 “옷가게를 자주 비워 주변 사람들 타박을 듣는 일도 있고, 옷가게로 번 수익은 거의 봉사활동비로 들어간다”고 말했다.

힘들 법도 한데 성 씨는 나눔 활동을 멈추지 않을 계획이다. 그리고 가족들은 성 씨의 선택에 아낌없는 지원으로 힘을 보태고 있다.

성 씨는 “제 마음을 헤아려주고, 응원해주는 남편과 아이들 덕분에 참 행복하다”며 “어려웠던 시절 받은 감사함을 앞으로 두고두고 꾸준히 나누겠다”고 덧붙였다.


happyjournalist@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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