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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란 인생을 살면서 진 빚을 갚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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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란 인생을 살면서 진 빚을 갚는 것”

2020년 12월 24일 16시 26분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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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란 인생을 살면서 진 빚을 갚는 것”

[사진설명] 2020 대한민국 자원봉사대상 최고 훈장을 받은 이유근 제주아라요양병원장

이유근 제주아라요양병원장이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올해 대한민국 자원봉사대상 최고상을 받았다.

이유근 원장은 지난 60여 년간 의료봉사 뿐만 아니라 지역인재 육성을 위한 교육, 기부 활동에 이바지해오고 있다.

이 원장은 “천만 명이 넘는 우리나라 자원봉사자를 대표해 받는 상이니 매우 영광스럽고 기쁘기는 하나, 공은 병사가 세우고 상은 장수가 받는다는 말도 있듯이 많은 봉사자들의 노고를 가로챈 것은 아닌가 하는 미안함과 두려움이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 원장은 평소 주변에도 봉사 활동을 꾸준히 권유한다.

“영국 수상이었던 디즈레일리 경의 말을 자주 인용한다. ‘오두막집이 행복하지 않으면 궁궐도 안전하지 않다’는 말인데, 주위가 행복하지 않으면 나 또한 행복할 수가 없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봉사활동을 권한다.”

그는 예전에 비하면 봉사자 수가 굉장히 늘었다고 한다. 지난 2000년, 이 원장이 제주시자원봉사단체협의회를 만들 때만 해도 회원이 만2천 명 정도였는데, 현재는 15만 명으로 늘었다.

이 원장은 “젊었을 적만 해도 봉사활동 하는 것을 좀 모자란 짓으로 여기기도 했으나 지금은 봉사활동 못 하는 것을 부끄럽게 여길 정도가 되었으니 많이 발전했다”고 말했다.

다만,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제대로 실천되고 있지 않은 점은 안타깝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송복 연세대 명예교수가 쓴 '특혜와 책임' 책에서 우리나라의 가장 큰 문제는 소위 지도자들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지 않는 것이라는 말에 공감한다”며 “모범을 보여야 할 분들이 말이 아닌 행동으로 모범을 보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코로나와 같은 위중한 시기에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분들께서 손을 내밀어준다면, 그만큼 따뜻한 사회가 될 것이고, 빈부격차 등 사회 불안도 감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이유근 원장과의 일문일답이다.

Q.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A: 고등학교 2학년 때 학교에 도서실이 새로 세워지는데 학교가 돈이 없으니 사서를 둘 여유가 없다며 선생님께서 학생들에게 봉사를 부탁했다. 방과 후에 학교에 남아 도서를 분류하고 대출카드를 만드는 등 개관 준비를 했고, 개관 후에는 일주일에 한 번 방과 후부터 11시까지 도서관에 남아 사서 역할을 했다.


Q. 그 다음에는 주로 어떤 활동을 했나?

A: 대학 다닐 때나 군대 시절에는 무의촌 진료를 많이 했는데, 나이가 들면서 의료 보다는 교육이 훨씬 중요한 봉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의사가 죽을 사람을 살려내도 그 사람이 살인자도 되고 사기꾼도 될 수 있는데, 교육이란 사기꾼이나 살인자가 될 수도 있는 사람을 사회에 유용한 인재로 키우는 까닭이다. 그래서 동려야간학교 기금 마련에 많은 공을 들였다. 배움의 기회를 놓친 청소년들이 고등학교, 대학교에 진학하고 훌륭한 사회인으로 자라는 게 보람 있었다. 스카우트 활동을 통해서는 청소년들이 여러 가지 역량을 키워나갈 수 있지 않나. 청소년들이 멋지게 성장해나가는 걸 보는 게 내겐 큰 즐거움이었다.

“봉사란 인생을 살면서 진 빚을 갚는 것”

[사진설명] 교육 기부활동에 힘써온 이유근 원장(왼쪽에서 네 번째)


Q. 본업과 봉사를 병행하는 게 힘든 적은 없었나?

A: 직업상 낮에는 따로 시간을 내기가 어렵기 때문에 육체적으로 힘들긴 했다. 요즘은 요양병원을 운영하면서 시간적인 여유가 생기다보니 인생의 황금기를 누리는 기분이다.


Q. 봉사활동하면서 사비도 많이 들였을 것 같은데, 가족들이 싫어하진 않나?

A: 스카우트 제주연맹의 위원장이 된 1988년부터만 따져도 1년에 3~4천만 원은 사비로 충당했으니 10억은 넘었을 것 같다. 다행히 가족들은 이런 나를 이해해준다. 나는 지금도 장가를 잘 갔다고 자랑한다. 아내가 날 이해해주지 않았다면 이렇게 웃으면서 봉사활동을 하긴 힘들었을 거다. 아이들도 어렸을 때는 아빠가 용돈은 적게 주면서 사회에 많이 쓰는 것에 불만이 있었던 모양인데, 세월이 흐른 지금은 '아빠가 옳았다'고 해주니 반갑고 고맙다.


Q. 특히 고향 제주도에서 봉사를 꾸준히 하는 이유가 있나?

A: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므로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나는 고향에 많은 빚을 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고향에 진 빚을 열심히 갚아야 내 인생이 성공했다고 할 수 있지 않겠나. 랄프 왈도 에머슨의 시에도 '자신이 태어나기 전보다 이 세상을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놓고 떠나는 것이 진정한 성공‘이라고 했다. 진정한 성공을 이루기 위해 앞으로도 힘닿는 데까지 봉사할 것이다.


Q. 끝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면 부탁드립니다.

A: 이번에 상 받은 것을 주변에서 많이들 축하해주시는데, 몸 둘 바를 모르겠다. 이것도 내가 받은 새로운 빚이라 여기고 열심히 갚아 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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