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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익히려 시작했다가 삶의 위로 얻어”…부산 동구서 미용 봉사 20년 신송자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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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익히려 시작했다가 삶의 위로 얻어”…부산 동구서 미용 봉사 20년 신송자 씨

2020년 12월 11일 16시 34분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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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익히려 시작했다가 삶의 위로 얻어”…부산 동구서 미용 봉사 20년 신송자 씨
부산광역시 동구 수정 2동에서 신송자 씨(59)가 운영하는 미용실은 수시로 문을 닫는다. 신 씨가 봉사활동으로 자주 자리를 비우기 때문이다.

쉬는 날은 물론, 영업하는 날에도 도움을 청하는 연락을 받으면, 손님을 뒤로하고 달려간다. 그래서 단골손님들의 애정 섞인 핀잔을 듣기도 한다.

“왜 이렇게 문을 자주 닫냐, 힘들 텐데 봉사 활동은 그쯤 했으면 되지 않았냐는 소릴 자주 들어요. 그런데 저는 봉사 현장이야말로 제 평생직장이라고 생각해요”

신 씨가 미용 봉사에 처음 뛰어든 건 20여 년 전이다. 갑작스럽게 남편을 떠나보낸 신 씨는 생계를 위해 미용사가 되기로 결심했다.

4개월 만에 미용사 자격증을 따낸 신 씨는 부산 시내 곳곳에 있는 요양원을 찾았다. 기술을 익히기 위해서였다.

시간이 흘러 미용실을 차린 뒤에도 신 씨는 도움의 손길을 끊지 않았다. 봉사를 하면서 오히려 어르신들에게서 위로를 얻었기 때문이라고 신 씨는 말했다.

“고향 서울을 떠나 부산으로 시집왔어요. 남편이 불의의 사고로 떠난 뒤 타지에서 홀로 생계를 책임진다는 게 외롭고 힘들었거든요? 그런데 어르신들 머리를 손질해드리면서 서로 안부를 묻고 이야기를 나누는 게 참 큰 힘이 됐어요”

이후 신 씨는 자신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곳이면 어디든 찾아간다.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은 무료급식소나 요양병원, 복지관에 방문한다. 거동이 어려운 독거노인이나 장애인은 가정 방문을 통해 미용 봉사를 한다.
신 씨가 생각하는 미용 봉사의 의미는 뭘까?

“누군가에겐 미용이 멋이고 패션이지만, 제가 겪은 사람들에게는 미용이 사람대접을 받기 위한 필수 조건이었습니다. 이발기가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머리가 떡진 사람, 곰팡이와 딱지가 온 두피를 뒤덮고 있던 사람, 그 정도로 머리가 지저분한 분들은 떡볶이 하나를 사 먹을 때도 온갖 눈총을 받아요. 돈 주고 사 먹는 건데도요. 그런데 머리만 말끔해져도 대우가 달라지더라고요.”

신 씨는 “그런 분들에게 제가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참 기쁘고 행복하다”며 “아무리 힘들어도 미용 봉사만큼은 그만둘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렇게 신 씨가 봉사에 쏟은 시간은 1만 시간이 넘는다. 그 공로로 최근에는 행정안전부 산하 중앙자원봉사센터가 주관하는 ‘2020 자원봉사 이그나이트 부산’ 우수 사례자로 선정됐다.

“기술 익히려 시작했다가 삶의 위로 얻어”…부산 동구서 미용 봉사 20년 신송자 씨

오랜 시간 봉사를 해오면서 고충은 없었을까?

신 씨는 “아무래도 다들 어려운 시기라 봉사, 후원 등 도움의 손길이 부족해졌다”며 “물론 쉽지 않겠지만 이럴 때일수록 내 것을 조금 아껴서 필요한 사람에게 베풀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어느 정도 기술을 익혔다 싶으면 그만둬버리는 경우도 있는데, 그럴 때 아쉽고 섭섭하다”며 “봉사에 대한 책임의식을 갖고, 몇 번 하고 말 거면 아예 시작을 하지 않는 게 좋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코로나19 감염증으로 봉사 활동이 제한돼 고민이라는 신 씨. 마냥 손 놓고 있을 수 없어 지난 11월에는 방역 봉사에 참여했다.

신 씨는 “수개월째 미용 봉사를 기다리고 있을 어르신들이 눈에 밟힌다”며 ‘하루빨리 코로나19가 종식돼 예전처럼 마음껏 봉사활동할 수 있는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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