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수함 속 토끼 되겠다”…이철경 시인 ‘죽은 사회의 시인들’ 출간

“잠수함 속 토끼 되겠다”…이철경 시인 ‘죽은 사회의 시인들’ 출간

2016.11.07. 오후 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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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수함 속 토끼 되겠다”…이철경 시인 ‘죽은 사회의 시인들’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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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PLUS & BOOK] 죽은 사회의 시인들, 이철경, 천년의 시작, 2016


1조 3000억 경감 보험료 이어지나
은행 갈아타기 ‘계좌이동제’ 시행
(중략)
집값 여전히 상승여력 있다
섹시가수 중국을 평정하다

가난한 시인이 신문을 보기엔 부적절하다
뒷간에서 똥 닦는 호박잎 대용으로 적격일 뿐이다
(중략)
찌라시도 나름의 역할을 한다는 것에 위안을 갖는다


-‘죽은 사회의 시인들’ 중에서-

시인 이철경 씨의 시집 ‘죽은 사회의 시인들’의 대표 시 일부분을 발췌한 것이다.

눈길을 사로잡는 시집의 제목은 1989년 톰 슐만의 시나리오로 피터 위어 감독이 연출한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를 패러디한 것이다.

시인은 “영화에서는 입시 위주의 교육 제도로 인해 자유를 억압 당한 학생들을 그리고 있는데 이보다 더한 한국의 현실을 말하고 싶었다”고 토로했다.

다소 원색적인 표현을 통해 전반적으로 사회의 구조적인 병폐와 모순을 냉철하고 예리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또한 시 ‘야크’에서는 공기가 희박한 히말라야 고지대를 택하는 야크의 야성을 통해 자신의 가치관을 드러내기도 했다. ‘3,000m 아래 더 풍부한 공기 더 시원한 벌판에서 자꾸만 오그라드는 몸뚱이’, ‘힘들고 지친 이 도시를 떠나 내 환경에 적합한 곳으로’ 등의 표현으로 삭막한 현실에서 벗어나고픈 마음을 드러냈다.

이밖에도 ‘백수의 일상’, ‘일용할 땀’, ‘권고사직’, ‘자살 권하는 사회’ 등 60여 편의 시를 통해 고통이나 죽음 등 어두운 주제를 시인의 시선으로 풀어낸다.

문학평론가 이경호 씨는 “이철경 시인은 독특하게도 과거에 겪었던 상처와 고통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현재의 삶이 안겨주는 고통과 절망에 맞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철경 시인은 시인의 역할에 대해 루마니아 작가 게오르규가 말한 ‘잠수함 속 토끼’ 이야기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게오르규가 잠수함 수병이었던 당시에는 토끼가 꾸벅꾸벅 졸면 산소가 부족함을 깨닫고 수면으로 떠올랐다. 이를 두고 게오르규는 예술인들이 토끼처럼 사회의 이상 징후를 먼저 느끼고 발언하는 것은 당연한 순리라고 지적했다.

시인은 “현실이 어둡다고 꼭 어두운 시를 써야하는가 하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지만 우리 삶에서 때때로 찾아오는 고난과 슬픔 역시 우리가 끌어안아야 할 삶의 일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