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만나다] 한국 대학에 던지는 치유의 메시지, ‘힐링 캠퍼스, 맥길을 가다’

[책을 만나다] 한국 대학에 던지는 치유의 메시지, ‘힐링 캠퍼스, 맥길을 가다’

2015.07.15. 오후 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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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만나다] 한국 대학에 던지는 치유의 메시지, ‘힐링 캠퍼스, 맥길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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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만나다, YTN PLUS & BOOK] 한국 대학에 던지는 치유의 메시지, ‘힐링 캠퍼스, 맥길을 가다’(장경수 저, 고요아침 펴냄, 2015)

올 초부터 대학가 구조조정 바람이 거세다. 교육부는 대학 특성화 사업과 대학 평가 작업을 통해 대학 정원을 줄이고 학과를 통폐합 하는 등 이른바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대학생들은 사상 초유의 취업절벽과 마주쳐야 하는 현실에서 학업성적은 물론 스펙 쌓기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100장 넘게 입사원서를 쓰고도 원하는 기업에 취업하기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이래서 등장한 것이 ‘삼포세대’라는 자조 섞인 신조어다. 게다가 일부 대학생들은 자신이 다니는 학과가 폐지될 위기에 불안해하고 학자금 대출 빚에 허덕이는 경우도 볼 수 있다. 이것이 한국 대학생들이 보편적으로 느끼고 있는 현재의 자화상이다.

저자는 소통의 부재와 인문학의 실종, 관치주의, 성적 지상주의 등 극복해야 할 4가지 키워드를 들고 있다. 이를 벗어나야만 대학 교육이 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학생들도 어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한국 대학들이 본받아야 할 롤 모델로 캐나다 퀘벡의 ‘맥길 대학교’를 제시한다.

맥길 대학교는 영국의 대학평가기관 QS(Quacquarelli Symonds)가 선정한 세계 대학교 순위에서 최근 5년간 17~21위를 기록한 명문대학교다. 저자가 이 학교를 주목한 이유는 꼴찌에게도 진정한 배려와 관심을 갖는 맥길 대학교의 운영정책 때문이다. 불현듯 타계한 박완서 작가의 ‘꼴찌에 보내는 갈채’,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가 떠올랐다.

4.0 만점에 학점 평균 0.5를 받은 학생에게 만 6천 달러의 장학금을 주고 학생이 성장할 수 있게 도와주는 맥길 대학교의 모습에서 저자는 성적 지상주의의 부작용과 무력감에 지친 한국 대학과 대학생의 모습을 떠올린다.

대학 강단에도 섰고 30여 년 기자생활을 한 저자는 두 차례에 걸쳐 맥길 대학교를 방문해 현장취재 했던 경험을 이 책에 담았다. 저자가 한국대학과 대학생들에게 들려주는 인생 제언과 힐링의 해법이 이 책에 제시돼 있다.

저자는 맥길 대학교의 특징으로 세심한 ‘배려’와 학생과 한 방향을 바라보는 ‘동행’, 끊임없이 대화하는 ‘소통’, 학생들의 애로사항을 먼저 찾아 해결해주는 ‘힐링’, 학생들이 해외에서도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게 하는 ‘국제화’, 등 5가지를 들고 있다.

맥길 대학교는 모든 행정을 학생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처리한다. 또 단 한 명의 학생이라도 포기하지 않고 역지사지의 입장에서 모든 학생이 학교를 무사히 졸업할 수 있도록 배려를 아끼지 않는다. 이 점을 참고해 저자는 한국대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대표적인 예로 ‘아카데믹 어드바이저(Academic Advisor)’가 있다. 맥길 대학교는 학생들을 학점이 2.0~4.0 사이인 그룹, 1.5~2.0인 그룹, 1.5 이하인 그룹으로 나눠 관리한다. 아카데믹 어드바이저는 모든 그룹에 도움을 주고 있다. 특히 성적이 하위권에 속한 그룹에 대해서는 학생들의 학습 방법 관리부터 재정적인 어려움 해결까지 적극적으로 나서 학생들이 정상적으로 학교생활에 몰입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 준다.

또 학생들이 심리적 어려움을 호소할 때 언제든지 방문할 수 있는 상담실이 잘 갖춰줘 있다. 자격증을 가진 전문상담사가 하는 일은 먼저 충분히 들어주는 것이다. 경청이 최고의 특효약이라는 믿음이 맥길 대학교 상담실의 제 1 원칙이다. 상담에는 자폐아 증상에 크게 도움을 주는 것으로 검증된 동물과의 교감 상담치료도 실시하고 있다. 강아지를 쓰다듬고 함께 놀아주면서 스트레스를 극복하는 강아지 요법(Puppy Therapy)이다.

맥길 대학교는 ‘적당한 수준의 성적, 타인과 사회에 대한 헌신, 리더십’을 갖춘 인재 양성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있다. 이는 성적 지상주의와 관치주의에 매몰돼있는 한국 대학의 현실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저자는 YTN PLUS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학생들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학생들의 입장에서 학교를 운영한다는 점이 맥길 대학교가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학 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이유”라며 “한국 대학도 전문적인 상담실 운영을 통해 학생들과 소통할 때 더욱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과 학생 사이에 소통의 장벽이 높고 정부의 과도한 개입으로 대학의 자율성이 제한돼 있으며 대학생들이 무력감에 빠져있는 것이 한국대학의 좌표라고 진단하는 저자는 “이 책이 한국 대학 교육 개선에 작은 디딤돌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책을 만나다] 한국 대학에 던지는 치유의 메시지, ‘힐링 캠퍼스, 맥길을 가다’

▲ 장경수 박사는 고려대학교를 졸업하고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신문방송학과에서 석사,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30여 년간 KBS에서 기자활동을 하면서 아라파트 PLO 의장, 라빈 이스라엘 총리, 에스트라다 필리핀 대통령 등 세계 정상급 인사 12명을 단독 인터뷰했다. 지난 1994년 1월에는 한국기자협회로부터 보도기획상을 받았고 같은 해 한국방송기자클럽 방송보도상을 수상했다. KBS 라디오 뉴스 제작팀 국장을 역임했고 이후 건국대학교 언론홍보대학원 초빙교수, 세종대학교 석좌교수로 후학 양성에 힘썼다. 현재는 집필활동에 몰두하고 있다. 저서로는 수사학에 관련된 책 ‘위대한 침묵 51초’가 있다.

[YTN PLUS] 취재 공영주, 금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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