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과학 칼럼] ‘킹스맨’의 악당 발렌타인, 뇌를 좋게 쓸 수 없겠니?

[뇌과학 칼럼] ‘킹스맨’의 악당 발렌타인, 뇌를 좋게 쓸 수 없겠니?

2015.03.18. 오전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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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과학 칼럼] ‘킹스맨’의 악당 발렌타인, 뇌를 좋게 쓸 수 없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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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인미디어 전은애 기자


'킹스맨:시크릿 에이전트(이하 킹스맨)'의 흥행 열풍이 거세다.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Manners make the man)"는 영화 속 대사가 2015년 스크린 속 최고의 문장으로 꼽히는 등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에도 새로운 흥행 신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킹스맨'은 동네 백수 청년이었던 에그시 프라이스(태론 애거튼)가 베테랑 스파이 해리 하트(콜린 퍼스)의 도움으로 국제 비밀정보기구인 킹스맨에 입문하기까지의 성장 과정을 담았다. 에그시가 신입 요원 시험을 거치는 사이, 해리는 미국의 IT 사업가 발렌타인(사무엘 L. 잭슨)의 음모를 파헤친다.

'킹스맨'에서 주인공 못지않게 존재감을 뽐내는 이는 악당 발렌타인 역을 맡은 사무엘 L. 잭슨이다. 그는 일흔이 가까운 나이에도 스냅백을 쓴 힙합 스타일의 악당으로 완벽 변신했다.

영화 속 발렌타인은 억만 장자로 지구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각종 연구를 거듭하지만, 결국 인류의 일부를 제거해 인구를 줄이는 것이 지구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 생각하는 미친 천재다. 그는 사람들에게 무료로 인터넷과 전화를 쓸 수 있는 유심칩을 나누어 주지만 실제 이 유심칩은 사람의 신경을 교란시켜 폭력적으로 변하게 한다. 유심칩 주변의 반경 30m 사람들에게 폭력성과 분노를 일으켜 서로 싸우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영화처럼 사람들의 뇌를 조정해 서로 싸우고 죽이게 하는 것이 가능할까?


[뇌과학 칼럼] ‘킹스맨’의 악당 발렌타인, 뇌를 좋게 쓸 수 없겠니?

실제 사람이 생각하는 대로 다른 사람의 뇌를 원격 조정하는 데 성공한 연구가 있었다. 2013년 미국 워싱턴주립대학 연구진은 ‘인간 두뇌간 직접 소통(Direct brain to brain communication in Humans)’이라는 실험을 진행했다. 라제시 라오와 안드레아 스토코 박사는 각각 분리된 실험실에서 실험을 위한 장치를 착용했다. 라오는 뇌파기록장치(EEG)와 연결된 전극 모자를 썼고, 스토코는 오른손의 움직임을 관장하는 뇌 부분에 ‘직접 자기자극점 연결 장치(TMS)'가 부착된 모자를 착용했다. 두 사람의 뇌파는 인터넷을 통해 연결됐다.

라오가 컴퓨터 게임의 ‘발사’ 버튼을 누르는 장면을 상상하면서 오른손 집게손가락을 움직이자 다른 방에 있던 스토코의 손가락이 마치 게임의 발사 버튼을 누르는 것처럼 따라 움직였다. 라오는 인터넷을 통해 스토코의 손가락을 움직인 것이다. 이에 대해 스토코는 “내 의지와 상관없이 손가락이 움직였다”고 말했다.

이처럼 뇌과학자들은 오랜 세월 뇌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인터페이스를 개발하는데 힘써왔다. ‘킹스맨’의 악당 발렌타인은 이 기술로 사람들을 서로 싸우게 했지만, 실제 이러한 기술은 긍정적 효과가 더 많다.

가령 이 기술은 성폭력자들, 싸이코패스와 같은 사람들의 뇌를 긍정적으로 훈련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 아울러 사람들이 서로 돕고 배려하고 스스로 절제하게 할 수도 있다.

결국 뇌는 ‘어떻게 쓰느냐’ 하는 '활용'이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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