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앤피플] “실재(實在)를 상상하다” 하이퍼리얼리즘 화가 정중원

[피플앤피플] “실재(實在)를 상상하다” 하이퍼리얼리즘 화가 정중원

2017.11.02. 오후 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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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앤피플] “실재(實在)를 상상하다” 하이퍼리얼리즘 화가 정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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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와 가짜, 뭣이 중헌디? 정답은 없다.”

그림 속 빈센트 반 고흐가 모공과 여드름, 주름을 드러냈다. 천재 화가의 눈동자에는 밤샘 작업이라도 한 듯 실핏줄이 섰다.

“근데 사진이야, 그림이야?” 멀리 있던 관람객들이 어느새 코앞까지 다가가 모공을 관찰한다.

하이퍼리얼리즘 화가 정중원 씨는 “지금까지 자화상으로만 공개된 반 고흐 얼굴이지만, 그가 거울을 통해 바라본 자신이 모습이 이렇지는 않았을까 상상했다”고 말한다.

또 “관람객들이 헷갈려하는 게 당연하다“며 ”진짜 보다 더 진짜 같지만, 아무도 그 진짜를 본적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피플앤피플] “실재(實在)를 상상하다” 하이퍼리얼리즘 화가 정중원

팝아트의 연장선인 ‘하이퍼리얼리즘’은 1960대 후반 미국에서 시작했다. 사진처럼 극명한 사실주의적 화풍으로 화가의 주관을 배제한다.

정 작가가 생각하는 ‘하이퍼리얼리즘’은 실재를 가장한 '가상'에 가깝다. 극도로 사실적인 표현법으로 미켈란젤로나 베르니니, 반 고흐 등 과거의 대가들이 바라봤을 대상을 추정해 그린다.

정중원 작가 초대전은 24시간 개장되는 YTN아트스퀘어에서 다음달 31일까지 열린다.

[피플앤피플] “실재(實在)를 상상하다” 하이퍼리얼리즘 화가 정중원

다음은 정중원 작가와의 일문일답이다.

Q. 보통 그림에는 작가의 주관이 들어가기 마련인데, 하이퍼리얼리즘은 사진 같다. 이 장르의 예술적 의의는 무엇인가?

‘하이퍼리얼리즘’은 인물이나 사물이 가진 작은 질감까지 세세하게 표현한다. 극사실주의로도 불리지만 저는 이 단어를 많이 쓰지는 않는다. ‘사진 같은 그림을 구지 왜 그릴까?’ 하겠지만 사진이 존재하니 이 작품도 나왔다. 멀리서 보면 사진 같지만 가까이서 보면 붓의 움직임이 다 보인다. 사진이 할 수 없는 ‘환영(illusion)’ 효과를 주기도 하는데 이것이 하이퍼리얼리즘이 갖고 있는 가치이자 의미이다.

더 중요한 것은 무엇이 원본이고, 무엇이 복제물인가 하는 질문이다. SNS나 VR도 전형적인 하이퍼리얼리즘이다. 예를 들어, 사람들은 실생활이 있음에도 페이스북 등을 통해 또 다른 세상을 만든다. 가끔은 실상보다 더 구체적이다. 또 좋은 카페에 가서 SNS를 떠올리기 보단, SNS에 올릴 사진을 찍기 위해 예쁜 카페를 찾아다니는 이들도 많다. 무엇이 더 중요하고 먼저 탄생했는가에 정해진 답이 없는 것이 바로 제 작품이 말하는 바이다.

[피플앤피플] “실재(實在)를 상상하다” 하이퍼리얼리즘 화가 정중원

Q. 반 고흐나 미켈란젤로 프레스코에 나오는 신과 아담은 어떻게 탄생했나?

반 고흐 작품은 길거리를 지나다가 우연히 알게 된 한 외국인에게서 반 고흐의 모습이 보여 그리기 시작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초상화 속 반 고흐 이미지에 주변인물의 모습을 얹은 것이다. 또 미켈란젤로의 프레스코 천장화인 ‘아담의 창조’를 모티프로 한 ‘미켈란젤로의 신’과 ‘미켈란젤로의 아담’의 경우 시작 전에 습작을 여러 번 했다. 미켈란젤로가 형태를 과장한 부분들이 있는데 그것들을 정확하게 복원하면서도 원래 느낌은 잃지 않고자 했다. 상상 속 인물이지만 정교하게 그리려다 보니 아무래도 작품 하나에 평균 2~3달 이상 걸리고, 1년이 넘게 걸린 작품도 있다.

[피플앤피플] “실재(實在)를 상상하다” 하이퍼리얼리즘 화가 정중원


[피플앤피플] “실재(實在)를 상상하다” 하이퍼리얼리즘 화가 정중원

Q. 대학에서 시각 디자인을 전공했는데, 이 장르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어렸을 때부터 사실적인 것에 더 매력을 느꼈다. 만화나 영화를 봐도 동화 같고 추상적인 것보다 구체적이고 사실적인 것이 좋았다. 흔히들 생각하는 ‘상상력과 창의성을 우선시 하는 사람이 화가’란 관점에서도 고민을 했다. 본격적으로 하이퍼리얼리즘에 관심을 갖은 건 2011년이다. 덕수궁 미술관에서 리얼리즘 회화전이 열렸고 그곳에서 주태석 작가의 ‘기찻길’을 보고 호기심이 생겼다. 사실 국내에 하이퍼리얼리즘 화가가 많지는 않다. 작가들은 그림을 팔아야 생계가 유지되는데 다른 작가들보다 작업 시간이 오래 걸리다 보니 시간이 부족한 것이 아쉽다.

[피플앤피플] “실재(實在)를 상상하다” 하이퍼리얼리즘 화가 정중원

Q. 앞으로 활동 계획이 궁금하다.

올해 남은 2달은 바쁘게 보낼 것 같다. 곧 국내 1세대 하이퍼리얼리즘 작가들과 현재 제 세대 작가들까지의 작품을 총망라하는 전시가 홍대 현대미술관에서 열릴 예정이다. 비슷한 시기에 일본 후쿠오카에서 열리는 TEDx 행사에서 강연을 한다. 비영리 고전단의 공동 운영자이기도 한데, 12월부터는 내년 봄에 있을 연극 준비도 한다. 길게는 작품 활동을 꾸준히 계속 하는 것이 목표이고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하는 것을 워낙 즐기는 성격이라 강연이나 예술 행사도 기회가 생기면 빠지지 않고 참여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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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PLUS] 취재 공영주 기자, 사진 최재용 YTN INSIDE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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