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앤피플] “위안부 소녀들의 꽃은 지지 않는다” 안재창 양주 백석고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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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05. 오후 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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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앤피플] “위안부 소녀들의 꽃은 지지 않는다” 안재창 양주 백석고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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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에서 70여 년간 보관해 온 한국인 위안부 영상이 서울시와 서울대 연구팀에 의해 오늘(5일) 최초로 공개됐다.

지금까지 문서와 사진, 증언만이 위안부 증명 자료로 쓰였기 때문에 의미가 남다르다.

이렇게 불행한 위안부 역사를 기억하고 바로 세우는 데 앞장서고 있는 한 고등학교 교내 동아리가 알려져 화제다.

양주 백석고 교내 동아리 ‘말하는 대로’에서는 학생들이 직접 공익적인 주제를 선정해 기획하고 홍보한다.

[피플앤피플] “위안부 소녀들의 꽃은 지지 않는다” 안재창 양주 백석고 학생

동아리 회장을 맡고 있는 3학년 안재창 학생은 현재 추진하고 있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 후원 프로젝트 ‘소녀의 꽃은 지지 않는다’를 이끌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 3월부터 45일 동안 진행한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으로 약 300만 원을 후원받았다. 수익금으로 엽서, 폰 케이스, 텀블러를 제작해 후원자들에게 보냈다. 제작물에 들어간 그림은 백석고 미술부 학생들이 손수 그린 것이다.

[피플앤피플] “위안부 소녀들의 꽃은 지지 않는다” 안재창 양주 백석고 학생

다음은 안재창 학생과의 일문일답이다.

Q. 평범한 동아리는 아닌 것 같은데,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

작년 초에 생긴 동아리 ‘말하는 대로’에서는 친구들과 잠시 학교 일상에서 벗어나, 평소 접하기 어려웠던 일을 선정해 프로젝트로 연결하는 일을 한다. 그 첫 번째 신호탄이 지금 하고 있는 ‘소녀의 꽃은 지지 않는다’이다. 일 년에 한 두건의 프로젝트를 정해 학생들이 직접 실행하는데, 멘토 역할을 해주시는 선생님도 한 분 있다. 팀원들과 아이디어 회의를 하며 다양한 주제를 논의해 왔는데, 흥미나 재미 위주가 아닌 공익적인 활동을 다들 원해서 동아리 방향이 그렇게 잡혔다. 2학년 5명, 3학년 5명 총 10명인 팀원들이 보다 나은 사회를 만들자는 각오로 함께하고 있다. 팀원들을 뽑을 때의 기준은 ‘성실’과 ‘진심’이다.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서 우러나와야 할 수 있기 때문에 능력보다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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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지금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 '소녀의 꽃은 지지 않는다'는 어떤 내용인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세상에 알리고 기리는 캠페인이다. 지난달부터 시작해 오는 8월까지 계속된다. 이 캠페인을 위해 지난 3월과 4월 ‘크라우드 펀딩’을 열었다. 자금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대중으로부터 자금을 모으는 방식이다. 당시 158명이 도움의 손길을 줬으며, 목표 금액의 293%를 초과 달성했다. 수익금으로 물건을 제작했는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기억할 수 있는 그림을 넣어, 일상에서 기억하자는 취지이다.

간혹 주변에서 물건 판매 목적으로 캠페인을 한다고 오해하시는데 수익금으로 제작한 물건의 일부를 펀딩 후원자들에게 감사의 의미로 보내드렸고, 나머지 물건들은 캠페인에 동참하는 불특정 다수에게 드린다. 예를 들어, 캠페인 초반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게 편지를 써서 보내드리고 이에 참여한 분들에게 제작물을 드렸다. 또한 경민IT고등학교에서 위안부 관련 행사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엽서를 보냈다. 앞으로 수도권 학교, 공익단체 및 공공기관을 방문하면서 캠페인을 더 활발하게 진행할 것이다. 캠페인 종료 후에는 팀원들과 ‘나눔의 집’에 찾아갈 계획이다.


Q. 다양한 주제 중에 ‘위안부’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동아리 회의를 하던 도중, 우연히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증언이 담긴 기사를 접했다. 그동안 위안부 뉴스를 자주 들어왔지만 가슴에 크게 와닿진 않았다. 하지만 그날 기사를 통해 접한 할머니들의 증언은 마음속에 깊이 남았다. 일부 팀원들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수요 집회에 참여하고 있었다. 모두 한마음이 되어 학생인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을 하기 시작했고 할머니들의 아픔을 위로해 드리자는 의견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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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기획, 디자인, 홍보 모두 학생들 힘으로 진행됐다고 들었는데, 어려웠던 점은?

학생 신분이다 보니 한계가 많았다. 가장 막막했던 부분은 아무래도 크라우드 펀딩이다. 생소한 펀딩을 위해 많은 공부가 필요했다. 우리에 대한 소개를 어떻게 해야 진심이 담길지, 어떤 방식으로 홍보해야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줄지 고민했다. 또한 펀딩 관련 수업을 듣기 위해 왕복 6시간 버스와 지하철을 갈아타며 분당 성남시로 매주 갔던 기억이 난다. 홍보 영상을 제작하는 팀원들의 취침 시간은 새벽 4~5시였다. 교내에 마땅한 회의 공간이 없어 창업지원 센터에 모여 일을 했다. 그래도 중간에 포기하거나 힘든 내색 없이 끝까지 함께해 준 팀원들을 보면서 책임감이 생겼다. 누구나 쉽게 경험할 수 없는 일을 통해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돕는다고 생각하니 소중한 추억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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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응원의 메시지를 많이 받았을 것 같은데, 인상적인 내용을 꼽는다면?

인터넷 기사에 달린 한 댓글이 가장 기억난다. 어떤 분이 우리가 ‘대한민국을 이끌 희망’이라며 힘이 되는 말을 많이 해주셨다. 팀원들은 학교에서 성적으로 튀는 친구들도 아니고 다른 면으로도 특별히 내세울 것이 없지만, 이 프로젝트를 통해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 ‘작은 힘이지만 우리가 무엇인가를 해내고 있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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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앞으로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할지 기대된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다음 프로젝트는 독거노인들을 찾아뵙고 그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동화책을 내는 것이다. 수익금으로 독거노인들께 생활용품을 지원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후원하고자 한다. 또 하나는 학생들의 학교생활 수준 향상을 위한 ‘마루 위의 학교(즐거운 학교 프로젝트)’를 기획 중이다. 아직 완성된 프로젝트가 아니기에 어떤 그림이 그려질지 기대와 설렘이 크다. 고등학생으로서 공부 외에 다른 활동에 집중하는 것을 걱정하는 분들도 있지만 사회 기여에 있어 나이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앞으로도 다른 이에게 도움 되는 프로젝트를 계속 만들어 ‘더불어 살아가는 대한민국’을 만들고 싶다.

[YTN PLUS] 취재 공영주 기자, 사진 정원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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