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앤피플] “치안 정책, 환경 설계에서 답을 찾다”, 최주원 서울 수서경찰서장

[피플앤피플] “치안 정책, 환경 설계에서 답을 찾다”, 최주원 서울 수서경찰서장

2016.09.05. 오전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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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앤피플] “치안 정책, 환경 설계에서 답을 찾다”, 최주원 서울 수서경찰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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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안 개선은 제대로 된 예방에서 나옵니다.”

최주원 서울 수서경찰서장의 말은 확신이 넘쳤다.

경찰대 6기인 최 서장은 경찰청 수사기획과장과 경찰청 범죄피해자대책계장 등의 업무를 맡았다.

비교적 치안이 좋다고 알려진 우리나라는 최근 계속되는 사건·사고로 안전에 적신호가 켜졌다.

최 서장은 “주변 환경에 따라 범죄 발생 빈도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처음부터 공간 설계를 어떻게 하느냐가 관건”이라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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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강조하는 ‘범죄예방 환경설계(셉테드, CPTED·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는 도시 환경 설계를 통해 범죄 사각지대를 줄일 수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범죄 발생 가능성이 큰 지역이나 공간을 안전하게 바꾸는 정책으로 예를 들면 단지 안 CCTV나 지하 주차장 비상벨, 보안등을 설치해 범죄 예방 조치를 하자는 취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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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최주원 서장과의 일문일답이다.

Q. ‘셉테드’는 조금 생소한데 언제 도입됐나?
미국에서 1960년대에 시작됐고 우리나라에서는 2005년에 경찰청이 국내 최초로 범죄 예방 설계 지침을 발표했다. 국토교통부는 2015년부터 건축물, 건축설비와 대지에 대한 범죄예방 기준을 마련한 ‘범죄예방 건축기준 고시’를 제정해 시행하고 있다.

공동 주택이나 학교, 오피스텔 등 일정한 용도와 규모에 해당하는 건축물은 ‘범죄예방 건축기준’에 따라 설계하고 건축해야 한다. 의무 적용되는 건축물은 5백 세대 이상의 공동주택 등이고 단독 주택과 5백 세대 미만 아파트, 연립·다세대 주택 등은 권장 적용 대상으로 분류된다.


Q. 어떻게 적용하는가?
우선 강남을 살펴보면 현재 개포동과 일원동 등 33개 단지, 3만7천여 세대에서 재개발과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다.

셉테드를 실현하기 위해 강남구청과 함께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200만화소 이상의 CCTV 240개, 층별·구간별로 위급할 때 누를 수 있는 비상벨 100개, 움직임을 감지해 위험을 파악하는 영상감지 시설, 저층과 최상층세대 침입방지 적외선 동체감지기 등을 마련했다. 주변 공원 등 아파트 연결 산책로에 여성 안전을 위한 CCTV와 비상벨 설치, 공원 남·여 화장실 출입구 분리에 대한 의견이 제시됐다.

또한 KTX 수서역이 오는 12월에 준공될 예정이다. 유동인구가 늘어나면 치안에 대한 주민들의 걱정도 커질 것이므로 역사 안에 치안센터를 설치하고 경찰관을 배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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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제도적으로 아쉬운 점이 있다면?
셉테드는 기준에 따라 달라지므로 강제 조항은 아니다. 따라서 지자체의 동참을 매번 이끌어 내기가 쉽지 않다. 또한 통일된 기준이 없기 때문에 자칫 이벤트성이나 치적을 위한 공공사업이 되기 쉽다. 경찰청은 주민들에게 셉테드에 대해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으며 근거가 되는 법도 조속히 만들어지길 바란다.


Q. 요즘 여성을 노리는 범죄가 유독 많은데 성범죄 단속은 어떻게 강화했는가?
‘스마트 국민제보 앱’에서 ‘여성불안신고’ 코너를 통해 신고를 받고 있다. 경찰서 ‘범죄예방진단팀’이 현장에서 신고 된 내용을 확인한 후 CCTV 설치, 보안등 조도개선, 순찰 강화 등 조치를 한다. 특히 ‘국민제보 신속대응팀’을 운영하는 등 종합적인 대응 체제가 갖춰져 있다.

또한 ‘범죄안심지도’를 제작해 적극 활용하고 있다.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 가능성이 높은 지역을 파악하기 위해 주민센터 15개 장소에 지도를 갖춰 놓았다. 즉 ‘혼자다니기 무서운 지역’, ‘CCTV가 필요한 지역’ 등 주민들이 생각하는 범죄 취약 장소를 조사해 지정한 것이다.

이 밖에도 여성안전 확보를 위해 피해가 많이 발생한 장소나 강남역, 선릉역, 양재역 등 여성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에 경찰관을 배치했다. 자율방범대와 생활안전협의회 등 협력 단체들과 함께 유흥가 밀집 지역과 공중화장실 등을 중심으로 합동 순찰한다.

예를 들면 삼성서울병원 주변에는 여성 간호사들이 거주하는 원룸이 많아 범죄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았다. 이에 따라 강남구청, 삼성병원과 함께 주변 에 CCTV를 추가 설치하는 등 보안시설을 늘렸다. 또한 주변 가로수 나뭇가지를 쳐서 시야를 확보하는 등 실질적인 조치를 했다.

더불어 대치동·개포동 아파트 인근 등산로와 산책로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모산·구룡산 등산로에는 112에 신고할 때 자신의 위치를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28개 장소에 ‘안심 표지판’을 설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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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서민 경제의 암적인 존재인 ‘불법 유사수신업체’들이 늘어났다. 실태는?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고 있다. 높은 수익을 원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이용해 고수익을 보장한다며 접근해 투자금 명목으로 금원을 가로채는 유사수신업체가 많다.

특히 강남 테헤란로는 국제금융, 시중은행, IT업체들이 밀집된 기업과 금융의 요충지이다. 이 일대에서 유사수신업체들이 혼란을 주고 있는데 검거된 운영자들은 실제로 “업체가 금융의 메카로 인식되는 강남에 위치하고 있어 피해자들을 속이기 쉬웠다”고 진술했다.


Q. 유사수신 피해자만 6만 명인데 적발 상황은?
최대 규모의 유사수신업체가 최근 단속된 사례가 언론에 보도된 바 있다. 수서경찰서는 20년이 넘는 베테랑 경찰관을 팀장으로 한 수사전담팀을 운영한다. 압수수색, 계좌분석 등 광범위한 수사를 통해 업체 대표 등 주요 가담자를 가려내 구속하고 있다.

특히 지난 5월에 ‘미분양아파트 사업 등에 투자하면 6주 동안 투자금액의 120%를 주겠다’며 피해자 2만4천여 명에게 3천억 원을 가로챈 피의자 65명을 검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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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유사수신업체 구별법은?
정식으로 인가받은 금융회사는 어떠한 경우에도 원금과 고수익을 보장한다는 명목으로 자금을 요구하거나 투자를 권유하지 않는다. 오히려 ‘원금은 보장하지 않는 상품’이라는 문구를 넣는다.

따라서 수익모델이 없음에도 원금과 높은 수익을 보장한다고 하면서 투자를 권유하거나 투자자를 모집하는 업체는 대부분 수당을 지급하는 형태의 유사수신업체이다. 쉽게 말해 ‘원금과 고수익 보장’을 광고하며 투자를 권유하는 업체, ‘투자자를 모집하면 수당을 주겠다’는 업체 등은 의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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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지난 4월 문을 연 ‘수사민원상담센터’에 대한 시민들 반응은?
하루 평균 20여 명이 방문해 9백여 건의 상담이 이루어지고 5백여 건의 민사구제 절차 등 실질적인 구제 방안을 안내해 호응이 뜨겁다. 상담 내용은 대부분 채권채무 문제나 이웃과 대화로 풀 수 있는 경우인데 절차를 제대로 몰라 고소, 고발까지 가는 경우가 많다. 특히 채권채무 문제는 변호사들이 직접 민사구제 절차를 민원인들에게 자세하게 알려줘 만족도가 높다.


Q. 서장께서 생각하는 ‘안전’이란?
올해 초 ‘제때, 제자리에서, 제대로 응답하는 당당한 경찰상’을 강조했다. 주민과의 소통을 중시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자 안전에 대처하는 경찰의 기본자세라고 생각한다. 지역 안전을 위해서는 ‘주민이 무엇을 불안해하는지’, ‘경찰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등을 늘 고민해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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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PLUS] 취재 공영주 기자, 사진 정원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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