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앤피플] "미래를 바꾸는 의자, 상상해 보셨나요?"

[피플앤피플] "미래를 바꾸는 의자, 상상해 보셨나요?"

2016.05.04. 오후 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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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앤피플] "미래를 바꾸는 의자, 상상해 보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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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가장 오래 닿아 있는 가구가 인생을 바꾼다.’

지난 4월 18일 열린 ‘에피 어워드(Effie Awards) 코리아’에서 최고상을 받은 의자 브랜드 ‘시디즈’가 내건 광고 문구다.

의자가 성적과 아이디어, 연봉을 바꾼다는 TV광고가 다소 파격적이다. 한번 바꾸면 10년, 의자가 삶을 좌우한다는 내용의 캠페인 영상이 인상적이었다.

“OECD 국가 가운데 우리나라가 근무시간 2위라는 사실을 알고 계셨어요? 좌식 생활을 많이 하는 우리에게 좋은 의자는 필수죠.”

시상식에서 만난 손태일(53) 시디즈 대표이사의 소감이다.

‘에피 어워드’는 1968년 미국에서 처음 시작돼 현재 44개국에서 실시하고 있는 세계 광고·마케팅 시상식이다.

[피플앤피플] "미래를 바꾸는 의자, 상상해 보셨나요?"

지난달 22일 서울 오금동 시디즈 본사에서 손 대표를 다시 만났다. 그는 사제의자가 대부분인 국내 의자시장에 자동차 부품을 사용한 의자 전문 브랜드 ‘시디즈’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손 대표는 자동차와 비슷하게 ‘의자’라는 제품을 제대로 만들 수 있는 국가가 전 세계적으로 그리 많지 않다는 점에 착안했다고 한다. “블루오션을 개척하면 오히려 시장 점유율은 물론 매출도 급신장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손 대표는 서울대 공대 출신으로 기아자동차에서 근무하다 가구회사 퍼시스에 입사했다. 이후 8년 동안 공장을 맡아 생산라인을 정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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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기아차에서 구축한 자동차 협력업체 네트워킹을 의자 제조에 적극 활용한 것으로 유명하다. 손 대표는 “의자와 자동차에 플라스틱, 가죽, 패브릭 소재 등이 공통으로 쓰이는 것에 집중해 최고의 자동차 협력사를 찾아다닌 것이 시디즈만의 경쟁력이 됐다”고 회고한다.

시디즈는 지난해 기준으로 연간 생산량 100만대를 넘어섰으며 매출은 사상 최대인 1,130억 원을 기록했다.

국내는 물론 영국 IBM, 일본 토요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야후 등 글로벌 기업으로까지 반경을 넓혔다. 또한 북미와 중남미, 유럽, 아프리카 등 60여 개국에 진출했다.

Q. 나라마다 사용자들의 체형이 다르니 의자에도 차이가 있을 것 같다.

체중에 따라 등판이 넘어가는 강도나 키에 따른 좌판 깊이, 의자 높이, 그리고 팔 위치에 따른 팔걸이 높낮이 조절 기능이 있다. 체형이 달라도 시디즈 의자의 조절 폭이 커서 다양한 인종을 모두 아우를 수 있다. 몸에 맞게 조절이 가능하다는 점이 시디즈 의자의 특징이다.

나라별 차이 뿐 아니라 모든 사람들을 기준으로 인체공학적인 디자인과 실용성을 앞세웠다. 노인들부터 중‧장년층, 성장기 아이들까지의 다양한 생활습관을 고려한 연령별 제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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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최근 ‘에피 어워드 코리아’에서 대상을 받았는데, 결과를 예상했나?

광고를 내건 지 불과 2~3년 밖에 되지 않아 기대를 별로 안 했다. 좋은 의자가 바른 자세를 만들고 삶의 질을 바꾼다는 내용으로 소비자에게 다가간 점이 수상으로 이어졌다고 생각한다.

시디즈 광고에 다양한 버전이 있지만, 이번에 수상한 캠페인 ‘의자가 인생을 바꾼다’는 슬로건이 소비자들의 마음을 많이 움직인 것 같다. 현대인들은 많은 시간을 앉아서 생활하지만, 의외로 의자에 대해 깊게 생각하지 않는 게 안타까워 경고의 메시지를 담았다.

캠페인에는 ‘매니페스토’편과 ‘틸트’ 편이 포함돼 있다. 우선 ‘매니페스토’는 의자의 곡선과 기울기, 시트 등이 바른 자세와 집중력, 아이디어 창출에 도움이 된다는 내용이다. ‘틸트’에서는 시디즈가 자체 제작한 틸트 부품의 우수성을 부각시켰다.

매체 광고의 중요성을 잘 알았기에 초창기엔 이리저리 다양한 시도를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소비자들의 허리 건강, 자세라고 판단했다. 브랜드를 광고하기보다 ‘의자’를 내세운 전략이 맞아 떨어졌다.

Q. 심사기준이 ‘한 해 마케팅 효과가 가장 뛰어난 광고’였다. 실제로 광고를 통한 수익은 어느 정도인가?

지난 2013년 713억 원에서 지난 2015년에는 약 60%가 늘어나 사상 최대 매출인 1,130억 원의 수익을 올렸다. 광고 이익을 수치로 정확하게 측정하기는 어렵지만,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지도나 선호도 개선에 큰 도움이 된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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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가구회사 퍼시스 내에서 의자 전문 브랜드를 따로 세웠는데 ‘의자’에 주력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가구의 일부로만 인식됐던 의자를 재해석해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는 게 목표였다. 지난 2007년 시디즈를 만들 당시 우리나라에는 의자 공장을 직접 운영하는 가구회사가 거의 없었다. 대부분 낮은 품질의 부품을 공급받아 조립하는 제품이었다. 사실 의자는 다른 가구에 비해 기술력이 더 필요한데 이를 통해 차별화를 이루겠다는 생각으로 도전했다.

늘 강조하지만 표준화가 비교적 쉬운 의자의 핵심은 ‘기술’이다. 이런 면에서 시디즈는 고도의 엔지니어링을 뒷받침할 수 있는 자원을 풍부하게 갖추고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Q. 시디즈가 내세우는 차별화된 기술은?

사용자의 움직임을 감지하는 틸트 시스템인 ‘얼티메이트 싱크’가 핵심이다. 지난해에 이 부품을 이용해 ‘T80’을 개발했다. 의자의 심장부로 불리는 틸트 기능을 강화했는데, 틸트는 등판이나 좌판의 젖혀짐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기존 의자는 등을 기대면 등판과의 틈새가 평균 16.7㎜에 달했지만 T80은 간격이 3.2㎜에 불과하다. 그래서 어느 자세에서도 몸에 꼭 맞춘 듯한 착좌감을 제공하고 개개인의 신체 특성에 맞춰 편한 자세로 앉을 수 있게 해준다.

Q. 자동차 시트 소재를 의자에 접목한 게 눈길을 끌었는데, 자체 평가는?

현재 시디즈의 협력업체 가운데 절반은 자동차회사에 부품을 공급하는 회사다. 의자와 자동차는 부품 제조 과정의 상당 부분이 일치한다.

특히 국내 자동차 제조 시 사용되는 부품 수준이 굉장히 높아서 의자에 잘 활용할수록 이점이 많다. 자동차 제조 공정을 직접 의자에 접목해 소비자에게 보다 편한 의자와 신뢰감을 주기 위한 노력의 하나로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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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의자 회사 대표지만 지인들에게 가능하면 의자에 앉지 말기를 권한다고 들었다.

직원들은 물론 주위 사람 모두에게 앉지 말고 되도록이면 서서 움직이라고 이야기한다. 아무리 편하고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의자라도 활동적인 움직임만큼 이롭지는 않기 때문이다. 앉아 있는 자세가 좋기 때문에 의자를 연구하고 만드는 것이 아니다. 일상에서 앉는 것을 피할 수 없다면 몸의 부담을 최대한 줄이고 장시간 편하게 앉아 있을 수 있도록 의자를 생산하자는 게 철칙이다.

Q. 광고도 중요하지만 신발처럼 사용자가 직접 의자에 앉아 보지 않으면 제품 특징을 알 수 없다. 전략은?

의자에 직접 앉아보고 구매를 원하는 소비자들이 많은 게 사실이다. 이를 위해 브랜드 로드샵 외에 마트형 매장 진입 등을 확장해 나가면서 소비자들과의 접점을 늘리고 있다. 즉, 우리는 B2C(business to consumer) 마케팅 방법을 쓰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영업 유통망을 넓혀 모두가 좋아하면서 우리의 메시지에 공감할 수 있는 의자를 개발하고자 한다. 요즘은 사용자들의 반응이나 피드백이 바로 오기 때문에 제품의 디자인이나 품질, 영업 관리 중 어느 것 하나 소홀하게 할 수 없다.

Q. 세계적 가구업체 ‘이케아’가 이미 한국에서 ‘매장경험’을 앞세운 차별화에 성공했다.

이케아는 매장경험으로 차별화를 뒀다기보다 창고형 매장으로 물류와 매장이 함께 있는 부분에서 특이하다. 따라서 이케아 매장을 방문하면 제품 체험부터 결제, 픽업까지 직접 현장에서 다 할 수 있다.

매장 경험 관점에서 보면 시디즈도 수도권을 위주로 전국에 유통망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방문해서 체험할 수 있는 거점의 규모는 이케아 보다 작지만 개수로 봤을 때는 이케아 보다 많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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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신생 기업들에 시디즈 의자를 제공하는 사회공헌활동을 하는 이유는?

우리의 ‘드림온 시디즈’ 활동은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스타트업들을 응원하고 성장을 기원하는 의미로 시작됐다. 스타트업들의 의자 관련 비용 부담을 덜어주고 장시간 사무실에서 시간을 보내는 벤처기업인들을 위한 상생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된다.

Q. 중국 의자업체들이 국내 시장을 추격하고 있는데.

몇 년 전에는 중국 저가 제품들이 유럽과 중동 시장을 휩쓸었는데 1~2년 후 하자가 발생했다. 또 지난해 광저우 국제가구박람회(CIFF)에서 보니 우리 의자를 카피한 제품들이 많았다. 외형은 따라할 수 있을지 몰라도 내부는 전혀 다르다. 즉, 설계와 소재는 시디즈를 따라 올 수 없다. 품질이 뛰어나면서도 가격 경쟁력을 갖춘 우리나라 제품 수요가 늘고 있다.

또한 시디즈는 연령대와 용도, 공간에 따라 다르게 제작된 신제품들을 꾸준히 개발하고 있다. 자신만의 용도와 공간에 맞는 ‘맞춤형 의자’가 주된 컨셉인데 이 또한 다른 나라가 따라하지 못할 기술이다. 최종 목표는 의자 한류 열풍을 일으키는 것이다.

[YTN PLUS] 취재 공영주 기자, 사진 정원호 기자, 시디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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