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플러스라이프] “자연치유력을 믿고 자연과 더불어 삽시다”, 정신과 전문의 이시형 박사

[헬스플러스라이프] “자연치유력을 믿고 자연과 더불어 삽시다”, 정신과 전문의 이시형 박사

2016.02.23. 오후 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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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플러스라이프] “자연치유력을 믿고 자연과 더불어 삽시다”, 정신과 전문의 이시형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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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세로토닌 문화원에서 만난 이시형(82) 신경정신과 박사는 평온해 보였다. 볕 잘 드는 창가에 앉아 먹을 갈고 붓을 누르는 모습이 선비 같았다.

“옛 사대부들이 즐기던 문인화를 그리고 있었는데 마음 다스리는 데 제격”이라며 웃는다.

[헬스플러스라이프] “자연치유력을 믿고 자연과 더불어 삽시다”, 정신과 전문의 이시형 박사

인터뷰에 앞서, 입시 지옥을 뚫고 겨우 취업의 문턱을 넘었는데 이제는 일 스트레스로 힘들다고 슬쩍 운을 띄웠다.

“요즘 같은 취업난에 직장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한다”며 “근심‧걱정 없는 인생은 오히려 죽은 삶”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짐짓 선문답 흉내를 냈는데 곰곰이 따져보면 진정 우문현답이다.

이시형 박사는 “가령 ‘등산’은 산 오르는 게 취미인 사람에게는 즐거움이지만, 산지기들에게는 고역일 터”라며 이처럼 스트레스는 상대적이므로 무조건 없애려 하지 말고 그저 흘러가게 내버려 두는 것이 현명하다고 설명한다.

‘국민 주치의’로 불리는 이시형 박사는 미국 예일대에서 사회정신의학을 공부했다. 그는 ‘화병(Hwa-byung)’을 정신의학 용어로 만들어 세계적으로 통용되게 한 장본인이다. 또한 행복호르몬 ‘세로토닌’을 알리는 세로토닌문화원 이사장이자 힐리언스 선마을 촌장으로서 ‘자연치유력’을 강조하고 있다.

이시형 박사는 1982년 저서 ‘배짱으로 삽시다’를 시작으로, 지난해 80번째 책 '둔하게 삽시다'를 출간했다. 아직도 '팔순의 젊은 청년'으로 불리는 그는 수많은 베스트셀러를 펴내 대중들과 소통해 왔다.

[헬스플러스라이프] “자연치유력을 믿고 자연과 더불어 삽시다”, 정신과 전문의 이시형 박사

그는 이 시대의 사회병리학적 문제가 ‘자연 결핍증’에 있다고 말한다. 도시화와 산업화를 거치면서 자연과 함께 내면이 파괴된 사람들이 늘었고, 이 때문에 지나친 근심과 불안장애 등을 겪고 있다고 진단한다.

미래에 주목받을 분야로 ‘자연의학’을 꼽은 그는, 산간병원이나 힐링센터 설립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이 박사는 “이제는 자연과 더불어 조금 더 둔하게 살자”고 강조한다.

다음은 이시형 박사와 일문일답.


Q. 여든이 넘으셨는데 건강비결은 무엇인가?

절대 욕심 부리지 않고 간단하게 살고자 노력한다. 무리하지 않고 ‘자연체’로 사는 삶이 가장 행복한 인생이다. 더불어 규칙적인 생활습관을 가지려 한다. 건강은 ‘평소’ 습관이 가장 중요하다. 습관을 잘 유지하면 몸의 방어체력이 강해지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생활습관병을 예방할 수 있다. 또한 병에 걸렸을 때 병원에 가면 빨리 낫는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근본적인 생활습관 개선 없이 병원치료에만 의존하면 오히려 병이 커질 수 있다.


Q. 요즘 새롭게 집중하고 있는 분야는?

세로토닌 문화원에서 추진하는 ‘세로토닌 드럼클럽’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타악기인 북을 두드림으로써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을 나오게 만든다. 이를 이용해 청소년들과 국군장병 등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사람들의 정서순화와 인성 형성에 도움을 주고자 한다.

클럽을 창단할 때만 해도 관심이 없던 이들이 이제는 북을 두드리며 자신감과 성취감을 얻는 등 마음의 문을 열고 있다. 분노와 답답함을 다스리기에는 ‘북’이 최고다.

특히 청소년기, 사춘기는 누구에게나 힘든 시기다. 흔들리기 쉬운 때인데 요즘 아이들은 컴퓨터나 스마트 폰 게임 등으로 정서 발달에 지장이 있거나 대인관계 등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런 문제를 종합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또한 육군20사단과 30사단, 해군1함대사령부, 공군교육사령부, 해병대2사단 등에서 시범 사업을한 결과, 반응이 참 좋았다. 여럿이 모여 치는 북은 밝은 병영문화 조성에 기여할 수 있다.

[헬스플러스라이프] “자연치유력을 믿고 자연과 더불어 삽시다”, 정신과 전문의 이시형 박사

Q. 저서를 보면 ‘자녀교육법’에 관한 내용이 주목을 끈다.

아이 때부터 ‘자기조절력’과 ‘감정조절력’을 키워주면 건강을 위한 올바른 생활습관 형성에 도움을 준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이유로 자유방임주의 교육에 비판적이다.

미국에 있던 1960년대 초반, 레지던트로 일하다 미국 스쿨 카운슬링을 체험했다. 당시 미국 청소년들은 제어가 전혀 안 되어 학교를 ‘정글’이라 불렀던 기억이 생생하다. 귀국 후 본 한국 아이들도 별반 다르지 않았고 충격이 컸다. 이후 상황의 심각성, 제대로 된 조절능력 교육의 필요성을 느껴 이에 관심을 쏟게 됐다. ‘아빠, 그렇게 키워선 안 됩니다’, ‘엄마, 그렇게 키워선 안 됩니다’ 등 교육 책 시리즈는 그렇게 탄생했다.


Q. 당시 생소했던 ‘사회정신의학’을 미국에서 전공한 계기는?

사회정신의학은 사회정신 병리를 연구하는 분야인데, 내가 유학 갔을 때 미국은 이미 정신분석이 일반화됐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사회정신의학이 생소했고, 정착조차 하지 않았던 때라 처음에는 내가 공부할 분야가 아니라고 단정 지었다. 그래서 예일대를 다니면서 다른 공부를 계속 했다. 하버드나 콜롬비아, 코넬 등에서 외도를 하면서 뇌과학 공부를 별도로 했는데, 그 공부가 요즘 뇌과학 연구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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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40대 이후에 ‘자연의학’을 연구했는데, 현대 의학에 한계를 느낀 것인가?

꼭 그래서 라기 보단, 건강하다 자부했던 몸이 46세에 무너지는 경험을 했고 그 이후 생활습관을 바꿔가면서 자연의학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사실 그 전에는 앞만 보고 달려왔다. 특히 예일대에서 공부할 때 모든 동료들이 걱정할 정도였다. 일할 때도 조퇴, 지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당시 취미였던 테니스를 지나치게 열심히 해 전국 교수 테니스대회 준우승까지 했더니 몸이 더 빨리 상했다. 노인성 퇴행성 관절염으로 지팡이를 짚고, 허리디스크가 생겨 자유롭게 움직이지도 못하게 됐다. 서서 진료를 봤을 정도였는데, 일만 끝내고 집에서 계속 누워 지냈더니 몇 달 만에 살이 너무 많이 쪄서 증상이 더 악화됐다.

내가 의사인데 이렇게 된 게 부끄럽고 한심했고 이대로는 안 될 것 같아서 생활습관을 바꿔야겠다고 결심했다. 이후 생활리듬을 다 바꾸고 식습관, 운동량, 영양 균형, 등을 조율했다. 또 명상을 하면서 스트레스 조절 훈련도 했다.


Q. ‘자연의학’이란 무엇인가?

자연의학의 근간은 ‘예방’이다. 인간이 본래부터 가지고 있는 자연치유력을 기반으로 질병을 사전에 차단하고 건강을 증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질병 원인 중 절대 다수가 평소 생활습관과 관련이 있다.

또한 우리는 모두 행동체력과 방어체력을 갖고 있다. 이 중 면역력과 병을 극복하는 자연치유력을 갖고 있는 ‘방어체력’이 올바르지 않은 생활 습관에 의해 낮아지면, 질병이 생기게 된다.


Q. 예전과 비교해 현대인들의 정신적 문제는 어떻게 바뀌고 있는가?

과거엔 사람들이 낯선 사람과 관계 맺는 법을 잘 몰랐고 좀 소극적이었다. 그래서 ‘배짱으로 살아야 한다‘고 말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과민함, 예민함이 문제다. 가령 묻지마 살인사건이나 성적을 비관해 자살하는 어린 학생들, 스트레스 주는 부모를 살인하는 패륜적 사건들이 그것이다. 경쟁이 심해지고 사회적 갈등이 높아지면서 사람들이 너무나도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됐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조금 더 ‘둔하게, 느리게 살자’고 얘기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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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세로토닌’이란 무엇인가?

뇌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은 일명 ‘행복호르몬’이라 불린다. 본능을 관장하는 편도체를 다스리는 물질로 평온, 쾌적함 등을 불러일으킨다. 뇌를 조절해 평상심을 유지해주는 기능을 하고, 긍정 마인드를 갖게 한다. 앞서 말한 과민증을 예방하려면 세로토닌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사람들이 많이 이야기 하는 ‘엔도르핀’은 스트레스 받을 때는 증가되지만, 즐거울 때는 억제된다. 세로토닌을 가진 삶은 기본과 원칙을 지키고, 자연친화적인 삶을 지향하는 유유자적, 선비 같은 인생이다.


Q. 치유센터 '힐리언스 선마을'은 어떤 곳인가?

'선마을'은 사람과 자연을 이어주는 곳으로 웰 에이징 힐링센터, 즉 자연치유 마을이라고 보면 된다. 앞서 말했듯이 이젠 치료가 아닌 예방이 중요하다. 생활습관과 환경을 개선해 병을 예방하는 곳을 만들고 싶었다.

자연 치유력을 활용한 의학프로그램을 쓰고, 지난 2011년에는 문화체육관광부 치유 여행 코스로 선정되기도 했다.

자연에서는 ‘세로토닌’이 많이 나온다. 산소리, 새소리, 물소리가 들리고 보이는 것은 푸름이며 맑은 공기뿐이니, 산에서 하루만 지내면 뇌의 피로가 사라진다. 그동안 하이라이프, 음악명상, 마음공부, 포레스트 힐링요가 등을 진행해왔다.

힐리언스 선마을을 짓는다고 했을 때 처음엔 반대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하지만 점점 선마을을 찾는 이들이 많아졌다. CEO나 대기업 간부, 의사, 부부 등 다양한 사람들이 온다.

처음엔 일상에서 벗어나 휴식을 취하러 오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외부 접촉이 끊어져 뇌가 깨끗하게 되고 자연과 하나되는 생활에 익숙함을 느낀다.


Q. 문인화 개인전을 여러 차례 열었다.

문인화는 정신과 의사인 내가 여든의 나이에 치기 어린 마음으로 도전한 장르다. 지난 2013년부터 김양수 화백에게 문인화를 배운 뒤 자연이나 산, 유년시절 등을 주제로 한 그림을 많이 그리고 있다.

문인화란 먹을 이용해 그리는 그림인데 전문적인 화가가 아니라 선비나 사대부들이 그리던 것으로 부담이 없다. 예전에는 붓 한번 제대로 잡아본 적이 없었는데 어느새 문인화가 마음 속 '힐링아트'로 자리 잡았다. 그림을 통해 삶을 보는 눈이 달라졌으니 분명 치유를 받은 셈이다. 부족한 실력이지만 오는 10월에도 문인화전을 열 계획이다.


Q. '건강'을 위한 조언은?

평상심을 유지하면서 자연처럼 사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절제'하는 삶이다. 천천히, 느긋하게, 도파민적인 욕심을 버리고 살아도 충분히 행복하다. ’더 크게, 더 빨리, 더 많이‘라는 생각이 넘치면 병이된다. 이 시대의 답은 이제 다시 선비사상인 ’세로토닌‘이다.

요즘 ‘계단 오르기’ 건강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도 같은 맥락이다. 에스컬레이터가 아니라 계단을 오르는 것, 여름은 여름답게, 겨울은 겨울답게 지내는 것이 자연스럽고 좋은 것이다.

특히 자연 속에서 나무, 풀, 물 등을 만나 평화를 느끼면 세로토닌 호르몬이 많이 분비돼 절로 치유가 될 것이다. 이제는 ‘백세인생’인데 골골대는 백세가 아니라 팔팔한 백세를 맞이해야 하지 않겠는가.


[YTN PLUS] 취재 공영주 / 사진 정원호, 세로토닌 문화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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