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창] 선율을 요리하다, ‘더 스테이지(The stage)’ 이형호 대표

[문화의 창] 선율을 요리하다, ‘더 스테이지(The stage)’ 이형호 대표

2015.05.08. 오후 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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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창] 선율을 요리하다, ‘더 스테이지(The stage)’ 이형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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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창, YTN PLUS & CULTURE]

“잘 지어진 밥에 많은 반찬이 필요 없듯이 기본에 충실한 피자는 특별한 토핑이 없이도 일품요리가 됩니다”

서울 부암동에 위치한 이탈리안 가정식 레스토랑 ‘더 스테이지(The stage)’ 이형호 대표는 이탈리아와 독일에서 유학한 해외파다. 요리가 아닌 성악으로만 십여 년 타지 생활을 했다.

귀국 후 대학 강사가 되고 수많은 무대에서 빛을 내던 ‘바리톤 이형호’는 생업을 위해 앞치마를 두른 ‘요리사’가 됐다.

[문화의 창] 선율을 요리하다, ‘더 스테이지(The stage)’ 이형호 대표

인생행로를 바꾸기 까지는 많은 고민이 있었지만 업종을 선택할 때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탈리아에서 어깨 넘어 보고 배우면서 만들어 먹던 피자와 파스타 등이 주 메뉴인 가게를 열고 현지 본연의 색과 맛을 내기 위해 노력했다.

지난 2001년 한남동 'Due Cose'를 시작으로 청담동 'Bistro d'를 거쳐 지금의 'The stage'를 운영하는 그는 노래하는 셰프로 유명하다.

주방에서 직접 피자도우를 만들고 파스타 면을 삶다가도 손님들을 위해 성악곡을 부르면서 즉흥 하우스 콘서트를 연다. 레스토랑에 들어서면 중앙에 놓인 그랜드 피아노가 한눈에 들어온다.

[문화의 창] 선율을 요리하다, ‘더 스테이지(The stage)’ 이형호 대표

이 대표는 “손님들 앞에서 노래를 하는 것 뿐 아니라 클래식 상식, 음악회 매너 등을 이야기 하면서 모두와 소통하는 시간을 갖는다”며 “주어진 재능과 끼를 공유하고 사람들과 어떤 방식으로든 호흡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다양한 요리에 소질이 있다는 이 대표의 말에 이탈리안 음식을 선택한 이유를 물었다. 그는 “인생의 4분의 1을 유럽에서 살면서 여러 종류의 음식을 먹어봤는데 그중에서도 이탈리아 음식은 맛과 건강을 모두 챙길 수있는 요리”라며 “소금 대신 엔초비로 간을 하고 대표적인 건강 식재료인 올리브 오일, 토마토를 주로 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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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나 전문적인 기관에서 요리를 배운 적은 없다. 유학 생활 중에 인상적이었던 이탈리안 가정식들을 떠올리며 오랜 기간 연구하고 맛을 찾아갔다.

피자 도우가 두껍고 다양한 토핑들이 많이 얹어진 한국 피자에 비해 이탈리안 피자는 도우가 얇고 토핑이 적은 것이 특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탈리안 피자가 맛있는 이유를 물었더니 “반찬 투정하는 사람은 있어도 밥투정하는 사람은 없다. 요즘은 반찬이 자극적이라 짠 맛을 없애기 위해 밥을 먹는데, 사실 잘 지어진 밥은 간장이나 김치 한 가지만 있어도 맛있는 법이다. 피자도 기본(도우)이 잘 만들어 지면 자극적인 맛의 토핑은 필요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문화의 창] 선율을 요리하다, ‘더 스테이지(The stage)’ 이형호 대표

이탈리아 현지 맛을 살리고 싶다는 그는 한국에서 구해야 하는 몇 가지 식재료를 제외한 이탈리아 전통 생햄인 프로슈토, 토마토소스, 치즈, 엔초비 등은 언제나 이탈리아산을 사용한다.

여기저기 퓨전 맛집이 즐비한 요즘, 전통을 고집하는 그의 경영철학은 무엇일까. 첫째가 위생, 둘째는 본연의 맛, 셋째는 서비스, 마지막이 가격이라고 말하는 이 대표는 “오랜 기간 외식업을 하면서 나름의 원칙을 세웠는데 바깥에서 식사를 많이 하는 현대인들을 위해 안전한 먹거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사명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한남동에서 시작한 13.5평 짜리 작은 가게가 잘 되자 강남, 미국 등에서도 가게를 열었다. 소수에게 제대로 된 식사를 대접하고자 했던 초심을 잃고 확장을 하다 보니 공장에서 찍어낸 듯 한 음식이 돼 회의감이 들었다”며 “하우스 콘서트를 일주일에 세 번 정도로 활성화하고 다시 사업을 소규모로 바꾼 지금이 훨씬 행복하다”고 말했다.


[YTN PLUS] 취재 공영주 기자, 사진 정원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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