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고유의 전통낚시 ‘견지낚시’, 그 풍류와 운치

우리나라 고유의 전통낚시 ‘견지낚시’, 그 풍류와 운치

2015.07.21. 오후 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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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에는 대낚시, 릴찌낚시, 원투낚시, 루어낚시 등 셀 수 없이 다양한 낚시기법이 있지만 그 원류를 따라가다 보면 그 시초는 아마 견지낚시일 것이다.

인류는 구석기부터 생존을 위한 어로의 한 행위로 낚시를 시작했고, 신석기에 들어와서 돌이나 뼈를 깎아 만든 바늘을 이용해 조금 더 정교한 낚시를 하기 시작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장소는 아무래도 바다보다는 민물이었을 것이고, 민물 중에서도 지금의 인공적인 구조물인 호수나 저수지 형태보다는 자연 그대로의 강계에서 주로 낚시가 행해졌을 것이다.

자연스럽게 이런 곳에서 낚시는 물의 흐름을 자유자재로 탈 수 있고, 얼레에 감긴 긴 줄로 먼 곳까지 탐색이 가능한 견지가 적합했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을 종합해 볼 때 우리나라의 최초의 제대로 된 낚시형태는 견지라고 보는 것이 일면 타당할 것이다.

견지낚시하면 가장 유명한 것이 겸재 정선의 ‘소요정(逍遙亭, 1742년 제작 추정)’일 것이다.

이 그림에는 벼랑이 있고, 왼편에는 두 개의 바위가 물속에 서 있다. 바위와 벼랑 앞에 떠 있는 배 앞부분과 중간에 두 사람이 앉아 커다란 견짓대를 들고 낚싯줄을 강물에 드리우고 모습이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하지만 이것이 우리나라 최초의 견지낚시 기록은 아니다. 이보다 200년을 훨썬 더 거슬러 올라간다.

바로 호음 정사룡(1491~1570)의 시로 '호음집'에 실려 있는 '釣者(조자), 俗云牽之(속운견지)'가 그것인데, 배를 타고 견지낚시 하는 선비의 유유자적(悠悠自適)을 잘 담아낸 시다.

稱意搖孤艇(칭의요고정), 春湖浸鴨欄(춘호침압란).
마음 내키는 대로 흔들리는 쪽배를 타고, 봄 강에 낚시얼레를 담근다.

緡鉤心手會(민구심수회), 鱗介透潛難(린개투잠난).
줄과 바늘 마음과 손에 모으니, 물고기 숨어 도망가기 어려우리.

指動雖當飽(지동수당포), 生哀庶可寬(생애서가관).
손가락 움직이면 비록 싫도록 잡히나, 애처로운 마음 들어 느긋이 잡네.

그 외에도 이면하(李冕夏, 1619~?)가 쓴 시 ‘蘆灘釣魚(노탄조어)’가 있다.

이것도 마찬가지로 배견지에 관한 시인데, 아무래도 여울견지보다는 배견지가 그 당시 선비들에게 한층 멋스럽고 운치있게 여겨진 탓일 것이다.

蘆灘釣魚(노탄조어)는 ‘갈대여울에서 낚시하다’라는 뜻으로 해지는 노을을 바라보면서 배견지를 하는 모습을 운치 있게 표현 시다.

縛石以爲碇(박석이위정) 돌을 묶어 닻으로 삼고,

急流當中閣(급류당중각) 급류 한 가운데 머무르누나.

手持一竿竹(수지일간죽) 낚싯대 하나 손에 들고 있으니,

嫋嫋風絲弱(뇨뇨풍사약). 실바람에 낚싯줄 하늘거라누나.

句引券復舒(구인권복서) 물고기 꼬이노라 줄을 감았다 폈다,

潛心萬念息(잠심만념식). 마음 가라앉히니 온갖 잡념 사라지누나.

중략

玆事信云美(자사신운미) 이 낚시질 참으로 운치있고,

機關玅無敵(기관묘무적) 짜릿한 즐거움 신묘하여 비길 데 없누나.

數數手不倦(수수수불권) 부지런히 손을 놀려 게으름 피지 않으면,

盈貫卽知足(영관즉지족). 가득가득 잡으니 이로써 만족하누나.

중략

寄語世上人(기어세상인) 세상 사람들에게 묻노니,

誰識江湖樂(수식강호락). 강호의 이 즐거움 그 누가 알리요?

이처럼 견지낚시는 우리나라 고유의 전통낚시로 자연 속에서 사람과 물고기가 서로 교감을 나누는 풍류와 운치가 가득한 낚시기법이다.

올 여름에는 흐르는 강물에 몸을 맡기고 견짓대를 드리워보면서 옛 선조들의 삶을 느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제공=대한민국 NO.1 낚시방송 FTV(김승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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