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중국, 깃털을 찌로 사용해서 낚시?

19세기 중국, 깃털을 찌로 사용해서 낚시?

2015.03.04. 오전 08:50.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지난 주말 모처럼 무협영화 한 편을 보았다.

제목은 ‘Rise of the legend 黃飛鴻之英雄有夢(황비홍지영웅유몽)’로 19세기 제국열강시대 중국의 실크로드라 불리는 광주 주강구안 일대를 배경으로 황비홍의 활약상을 담은 전형적인 영웅스토리를 그린 영화다.

▶영화 ‘Rise of the legend 黃飛鴻之英雄有夢’ 캡처 화면

강렬한 액션 신에 적당한 멜로라인으로 간만에 학창시절의 옛 추억을 떠올리며 재미있게 영화를 감상했다.

그런데 보는 도중 흥미로운 장면을 목격했다.

바로 주인공인 아비(펑위엔 분)가 머릿속이 복잡하거나 할 때면 늘 교각 위에서 대나무 낚싯대를 드리우고 낚시를 하는데, 흥미로운 대목은 바로 그의 찌다.

▶영화 ‘Rise of the legend 黃飛鴻之英雄有夢’ 캡처 화면

영화에서 낚시하는 장면이 총 두 번 나오는데 첫 번째에서는 갈대처럼 생긴 기다란 튜브 모양의 찌를 사용하는 반면 두 번째에서는 거위 깃털(닭 깃털보다는 상당히 커 보임)로 보이는 것 그대로 찌로 사용해서 모처럼 큰 잉어를 낚는다.

▶‘갈대 모양의 찌’로 잔 씨알 물고기를 낚은 주인공 아비
▶‘깃털 찌’로 씨알 좋은 잉어를 낚은 주인공 아비

갈대는 지금도 찌의 몸통 재료로 많이 사용하므로 특이할 것은 없지만, 깃털을 그대로 찌로 사용하는 장면은 사뭇 낯설다.

사실 공작의 경우 깃털을 찌의 몸통 재료로 많이 가공하는데 이때 사용되는 것은 깃털이 아닌 깃털의 뼈대다.

공작 깃털 뼈대를 그대로 사용한 것을 1합찌, 2장을 붙인 것을 2합찌, 3장을 붙인 것을 3합찌로 구분하는데, 최근 들어 재료를 구하기 힘들만큼 상당히 고급 찌에 속한다.

▶공작 깃털의 뼈대로 찌 몸통을 만든 공작찌

그렇다면 영화 속 시대적 배경이었던 19세기 당시 중국인들이 실제로 찌를 대신해 깃털을 사용했는지 궁금해진다.

우선 우리나라의 경우를 살펴보자.

우리나라의 찌에 관한 기록은 조선조 후기에 이르러서야 문헌에 자주 나타난다.

▶약천집

조선 현종·숙종 대의 남인 학자인 약천 남구만(1629∼1711)의 개인문집인 ‘약천집(藥泉集)’ 제28권 가운데 낚시수필인 ‘조설(釣說)’에 “무릇 낚싯줄에 짚고갱이(짚에서 이삭이 달린 줄기의 북한어)를 찌로 달아 쓰는 이유는 그것이 뜨고 가라앉는 것을 정하여 물고기가 먹이를 삼키거나 뱉는 것을 알고자 하는 까닭이다”라는 구절이 있다.

이는 찌의 기본적인 기능에 대하여 정확하게 함축해 놓은 구절이다.

▶서유구

그 뒤 서유구(1764 ∼1845)는 ‘전어지(佃漁志)’에서 남구만이 찌에 관해 내린 앞서의 정의를 소개하면서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범자(泛子:찌)로는 갈대나 기장의 줄기를 1-2치 길이로 잘라 낚싯줄에 달아 사용한다.
이를 물에 띄워 무릇 물고기의 움직임을 살핀다. 물고기가 먹이를 먹으면 찌가 살짝 움직이게 되는데, 먹이를 삼키는 즉시 낚싯대를 들어 챈다. 만약 늦으면 미끼를 잃는다“라고 찌에 대해 설명했다.

이처럼 우리나라는 예부터 갈대나 기장 등의 줄기를 찌로 사용했음을 알 수 있는데, 실제로 지금도 갈대는 찌 몸통의 훌륭한 재료로 사용되고 있다.

▶한유

그렇다면 중국은 어땠을까?

그 해답은 당송팔대가의 한 사람인 한유(韓愈, 768 ~ 824)의 시에서 찾아 볼 수 있다.

그의 시에, “찌머리에 꽂은 깃털이 가라앉으면 물고기가 미끼를 삼킨 것이다”'라는 구절이 있다.

이 대목을 통해 볼 때 당나라 시기에 찌의 몸통은 어떤 재료를 사용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찌 몸통에 깃털을 꽂아 입질을 파악했음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 깃털이 찌 톱(찌 몸통 위로 연이은 가늘고 긴 부분)의 역할을 대신한 것이다.

▶‘깃털 찌’로 씨알 좋은 잉어를 낚은 주인공 아비


▶영화 ‘Rise of the legend 黃飛鴻之英雄有夢’ 캡처 화면

이를 종합해 볼 때 영화 속에서 주인공 아비(펑위엔 분)가 깃털 찌를 사용하는 장면은 전혀 허무맹랑한 얘기도 아니거니와 옛 문헌을 통한 철저한 고증을 걸쳐 연출됐음을 알 수 있다.

찌라는 것이 물고기의 입질 여부를 보여주는 것이므로 별도의 몸통 없이 깃털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찌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었을 것이다.

다만 깃털 그대로가 아닌 깃털의 뼈대를 찌로 정밀하게 가공할 혜안과 노하우가 주인공에게 있었다면 좀 더 많은 고기를 낚을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제공=대한민국 NO.1 낚시방송 FTV(김승수)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