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먹으면 더욱 맛있는 제철 생선회 ① 쏨뱅이

알고 먹으면 더욱 맛있는 제철 생선회 ① 쏨뱅이

2015.01.20. 오전 09:36.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겨울 하면 생각나는 국민 먹거리, 생선회가 빠질 수 없다.

찬바람이 불고 바다 수온이 내려감에 따라 바닷물고기는 월동 준비에 들어간다. 산란을 위해 살집과 지방량을 늘리는 시기도 바로 이때다.

암놈은 난소(알)에 영양분을 공급하고 수놈은 이리(정소)를 찌운다. 여름에는 그 존재감이 미미한 '청어'를 떠올려보자.

겨울이면 일부 횟집과 주점에서 청어구이를 내는데 어떤 놈은 알주머니가 가득 들었고 또 어떤 놈은 이리(정소)가 가득 차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렇듯 겨울은 많은 물고기가 새끼(난태생)를 낳거나 혹은 알을 부화하기 위해 지방을 축적하는 시기이다.

수많은 해수어 중 절반 이상이 봄에 산란하게 되니 생선에게 있어 겨울은 종족 번식을 준비하는 성스러운 시기일 것이다.

그 성스러운 시기를 우리는 '제철'이라 부르며 미식을 취한다.

#. 쏨뱅이(양식 안 함)

삼뱅이, 수수감펭이, 쏨펭이, 곤지, 돌우럭 등 불리는 이름은 다양하지만, 보통은 쏨뱅이로 통한다. 쏨뱅이에서 '쏨'은 '쏘다'의 의미.

등지느러미 가시에 찔리면 약한 독에 의해 한동안 손이 붓고 쓰라리다. 맨손으로 쏨뱅이를 만질 때는 늘 주의해야 한다.

세상에는 여러 종류의 독이 있고 바다 생물에도 몇 가지 독이 있지만, 섭취했을 때 마비를 일으키는 독은 따로 있다.

복어의 '테트로도톡신', 해파리와 날개쥐치의 '팔리톡신'. 이 두 가지는 맹독성으로 신경 마비와 호흡곤란을 일으켜 사망에 이르게 한다.

그보다 약한 '시가테라독'은 아열대 해양생물에서 종종 볼 수 있으며 식중독을 일으킨다.

그런데 볼락과 쏨뱅이, 그리고 독가시로 악명 높은 쑤기미와 미역치는 가시에 찔려야 통증이 생기는 독이므로 섭취와는 무관하다.

이들 종류 중 가장 심각한 통증을 유발하는 건 라이언피쉬(쏠배감펭)와 통쏠치이며 그다음은 쑤기미와 미역치, 독가시치가 있으며 쏨뱅이는 그보다

독성이 낮아 일시적인 통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필자도 쏘여봤는데 한 시간 동안 아프다가 조금씩 진정됐다.)

여러 맹독성의 해양 생물을 생각하자니, 쏨뱅이 독은 독도 아니라는 것.

"한 개의 독과 아홉의 맛을 지닌 쏨뱅이"

쏨뱅이의 차진 식감은 일부 미식가들과 낚시꾼에 의해서만 간간이 전해지고 있다.

양식이 안 되고 어획량도 적으니 대부분 산지에서 소비되며, 살아있을 때 썰어 먹는 쏨뱅이의 차진 맛은 일부 낚시꾼들만이 알고 있을 뿐이다.

그러니 낚시를 하지 않은 일반인이 쏨뱅이 회 맛을 보려면 통영 중앙시장이나 부산 자갈치 시장 등 산지의 재래시장을 찾는 것이 가장 빠르다.

"서걱서걱 씹히는 식감이 독특해"

회 맛은 어떨까? 식감은 정말 '예술'이란 말이 아깝지 않을 정도다. 우럭과 함께 놓고 씹어보면 더욱 확연한 차이가 느껴진다.

자연산 우럭도 갓 썰어내면 쫄깃하기로 일가견이 있다. 아마 쫄깃함만 따지면 우럭이나 쏨뱅이나 난형난제일 것이다.

하지만 씹을 때 이가 들어가는 느낌이 다르다. 쏨뱅이의 식감은 차짐을 넘어 특유의 탱글탱글함이 있다.

'서걱서걱' 씹히는 식감이 있으면서도 질기지 않다. 좀 더 오래 씹으니 단맛도 느껴진다. 쏨뱅이 고유의 어즙 맛은 한 마디로 기품이 있다.

차진 식감과 단맛은 저층의 찬 수온을 견디며 살아온 횟감의 특징이다.

주 서식처는 남해이며 이 시기(겨울) 우리나라 남해 연안은 수온이 10도 안팎으로 떨어지게 된다.

다른 회유성 어종이었다면, 따듯한 물을 찾아 남쪽으로 내려가겠지만, 쏨뱅이는 정착성 어종이어서 그 지역에 계속 머문다.

수온이 내려가도 꼼짝 않고 자리를 지키는 습성 탓에 저수온을 견디며 축적된 근육의 결이 특유의 사각거리는 식감으로 나타난 것이다.

<쏨뱅이(위), 붉은쏨뱅이(아래)>

"쏨뱅이와 붉은쏨뱅이는 서로 다른 어종"

우리나라에서 잡히는 쏨뱅이는 크게 두 종류가 있다. 낚시꾼과 어부들은 이 둘을 구분 없이 쏨뱅이로 취급하지만, 엄연히 서식 구역이 나뉘어 있으며 종이 다르다.

일반적으로 쏨뱅이는 얕은 연안 저층에서 낚시나 그물에 혼획된다. 성장 크기는 30cm가 한계인 탓에 여러 마리를 썰어야 한 접시가 나온다.

대가리는 큰데 몸집은 작으니 횟감보다는 매운탕에 주로 쓰인다.

반면, 붉은쏨뱅이는 수심 50m 전후의 깊은 수심의 바닥에 사는 저서성 어류로 얕은 내만에서는 잘 잡히지 않는다.

낚싯배가 씨알 굵은 쏨뱅이를 낚기 위해 먼바다 어초를 찾아다니는 이유도 이와 관계가 있다.

성장 크기는 무려 60cm를 넘나드니 양볼락과 어류 중에서는 대형에 속하며 30cm만 넘어가도 훌륭한 횟감이 된다.

하지만 이를 맛본 이들은 일부 낚시꾼과 어부로 매우 한정돼 있다.

일반인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탓에 이를 취급하는 일부 횟집과 산지 재래시장이 아니면 구경조차 하기 어려울 만큼 귀한 생선이 붉은쏨뱅이가 아닐까 싶다. 제철은 12~4월.

FTV=김지민(‘입질의 추억’ 운영자,slds2.tistory.com)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