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 디자이너 이효재, 일상을 시(詩)로 엮다

한복 디자이너 이효재, 일상을 시(詩)로 엮다

2015.01.03. 오전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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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바위보다 더 큰 산이고
나는 그 산 어디 아담한 바위 하나
덧옷 입히는 이끼로 남겠습니다.’

유명 시인이 쓴 화려한 시는 아니다. 한복 디자이너이자 자연주의 웰빙 살림꾼 이효재가 이끼를 주제로 그려낸 담담한 ‘일상 시’다. 자기를 잘 드러내지 않는 이끼가 누군가를 만나 한편의 시가 됐다. 그리고 시는 잔잔하고 긴 여운을 남겼다.

이효재는 지난 7월 ‘핸드메이드코리아페어 2014’에 ‘보자기로 세상을 감동시키다’라는 주제로 보자기 아트를 선보여 주목을 끌었다. 교황 프란치스코 1세 방한 때는 도예작가 신창귀의 교황 흉상 선물을 자신의 보자기로 포장, 보자기의 아름다움과 실용성을 세상에 알렸다. 그래서 그는 ‘문화디자이너’로 불리기도 한다.

찬바람이 간간이 불던 날, 성북동 길상사 옆 그의 집을 찾았다. 집안 곳곳에는 한복을 짓고 남은 천으로 만든 작품들과 손수 수를 놓은 꽃무늬 보자기들이 여기저기 널려있었다.

구석에는 시를 몇 번이나 썼다 지운 흔적이 남아있는 종이 한 무더기가 쌓여있었다. 한복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시도 쓰냐고 물었더니 “옷 만들다 남은 천으로 보자기를 만들 듯, 평범한 일상들을 모아 시를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일상 시’의 주제는 우리가 평소 살아가면서 접하게 되는 모든 것이다. ‘이끼’를 비롯해 ‘파김치’, ‘모녀간장’, ‘냄비’ 등이 고스란히 시의 제목이 됐다.

이효재는 “각박한 현대 사회에서 짧은 시 한 편은 무한한 힐링의 힘을 갖고 있다”며 “어려운 시가 아니라 밥 짓다가 옷 짓다가 그저 생각나서 적어본 시도, 힘든 이들에게 큰 위로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그가 말하는 진정한 웰빙이란, 몸 뿐 아니라 정신 건강까지 함께 챙기는 것이다. 멀리 있어 구하기 어려운 치료제 대신 손만 뻗으면 쉽게 만날 수 있는 일상 시 한 편으로 지친 마음을 달래보라는 것이 효재식 힐링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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