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리뷰] 따뜻함은 가득한데…'도그데이즈', 관객에게 온기 닿지 못하는 아이러니

[Y리뷰] 따뜻함은 가득한데…'도그데이즈', 관객에게 온기 닿지 못하는 아이러니

2024.01.26. 오전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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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리뷰] 따뜻함은 가득한데…'도그데이즈', 관객에게 온기 닿지 못하는 아이러니
영화 '도그데이즈' 스틸컷 ⓒ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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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를 대표하는 배우들이 연달아 등장하고 보는 것만으로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세 마리의 강아지가 혼을 쏙 빼놓는다. 가슴이 몽글몽글해지는 따스한 이야기와 감동적인 분위기 덕에 눈물이 왈칵하려던 찰나, 빈약하고 앙상한 영화의 작품성은 그 포근한 온기를 스크린 밖으로 끝내 전달하지 못한다. 영화 '도그데이즈'다.

'도그데이즈'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친근한 모습의 이웃들의 중심에서, 세 마리의 강아지가 매개가 되어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유일한 가족이자 목숨과도 같은 반려견을 잃어버린 유명 건축가 민서(윤여정 분)는 마음씨 착한 MZ세대 배달 라이더 진우(탕준상 분)와 강아지를 찾아 나선다. 딸을 입양한 후 불안하고 어설펐던 선용(정성화 분), 정아(김윤진 분) 부부는 우연히 민서의 강아지를 만나고, 이들 가족은 강아지에게 힘을 얻는다.

한편 회사를 다니며 건물까지 마련한 깔끔한 성격의 민상(유해진 분)은 1층에서 동물병원을 운영하는 수의사 진영(김서형 분)이 마음에 들지 않아 골머리를 앓는다. 하지만 자신이 진행 중인 회사 프로젝트에 꼭 필요한 민서가 진영과 친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그에게 잘 보이려 마음에도 없는 유기견을 돕기 시작한다.

여기에 여자 친구가 아프리카로 떠나며 별안간 그의 반려견을 맡게 된 밴드 리더 현(이현우 분)은 갑자기 강아지의 아빠를 자처하며 나타난 여자 친구의 전 연인 다니엘(다니엘 헤니 분)과 마주하고 아연실색한다.
영화 '도그데이즈' 스틸컷 ⓒCJ ENM

이처럼 영화는 다채로운 등장인물들이 강아지를 매개로 서로 엮이는 과정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진행한다. 제목과 소재에서 알 수 있는 '도그데이즈'의 외피는 마치 반려견에 관한 이야기인 듯 하나, 실은 인간 사이 관계와 성장에 관해 논한다. 특히 힐링 드라마를 표방하는 듯 인물 사이에서 벌어지는 따뜻하고 감동적인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다루며 눈물샘을 자극한다. 작품을 따라가는 많은 순간 감정이 벅차오르는 이유다.

하지만 영화 속 등장인물 사이 폭발하는 온기는 스크린 안에서만 맴돌 뿐, 스크린 너머 관객에게로 닿지는 못한다. 얕고 뻔한 이야기에서는 감동의 깊이보다도 부재와 공허감이 한층 크게 느껴진다. 관계와 성장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던 의도 또한 겉핥기에 그치고 만다.

영화는 그저 귀여운 반려견과 반려견을 사랑하는 수많은 반려 인구의 눈물샘을 건드리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듯, 뻔한 소재와 스타일을 답습한다. 보지 않아도 본 것처럼 기시감 가득한 기획 사이로 영화는 관객의 마음에 자리 잡지 못하고 허공에서 부유하며 방황한다.

반려견을 가족으로서 배려하는 반려견 리조트가 필요하다는 홍보 영화인지, 사지 말고 입양하라는 반려견 입양 캠페인 영화인지, 반려견의 안락사에 대해 고민해 보자는 메시지인지, 사람과 사람이 연을 쌓는 우리네 인생에서 결국 진심과 진정성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던 것인지.

그 무엇 하나에도 집중하지 못하는 영화는 시종일관 산만하고 어설픈 모양새를 벗어나지 못한다. '반려 인구 1,500만 시대가 도래했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극 중 대사와 달리, '도그데이즈'는 반려 인구를 위한 킬링타임용 영화로 보기에도 허술하다.
영화 '도그데이즈' 포스터 ⓒCJ ENM

다행스럽게도 배우들의 안정적인 연기력만이 작품의 중심을 잡아준다. 특히 언제나 배역을 온전히 제 것으로 만들어 극에 자연스럽게 동화되는 윤여정 씨의 독보적인 연기력은 이번 작품에서 한층 더 빛은 낸다. 마치 자연인 윤여정의 모습을 캐릭터화한 것 같은 그의 부드러운 연기는 영화를 마지막 순간까지 견인해 준다.

그와 호흡을 맞추는 탕준상 씨도 크게 모난 곳 없이 윤여정 씨와의 앙상블을 선보이고, 유해진 씨와 김서형 씨 또한 으레 언제나 그래왔듯 배역에 충실해 극의 입체감을 더한다. 부드럽게 물 흐르듯 유려한 이들의 캐릭터 소화력이야말로 영화의 가장 큰 원동력처럼 느껴진다.

영화 '도그데이즈'. 김덕민 감독 연출. 배우 윤여정, 유해진, 김윤진, 정성화, 김서형, 다니엘 헤니, 이현우, 탕준상, 윤채나 등 출연. 12세 관람가. 러닝타임 120분. 2024년 2월 7일 극장 개봉.

YTN star 김성현 (jamkim@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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