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리뷰] '영웅', 뮤지컬 재현을 넘어서 확장된 스케일의 쾌감… 장르적 한계 깰까

[Y리뷰] '영웅', 뮤지컬 재현을 넘어서 확장된 스케일의 쾌감… 장르적 한계 깰까

2022.12.12. 오전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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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의 재현을 넘어 무대에서는 불가능했던 장면이 스크린에 펼쳐진다. 확장된 스케일이 주는 쾌감은 뮤지컬 영화가 태생적으로 지닌 장르적 한계를 넘어설 수 있을까?

영화 ‘해운대’, ‘국제시장’ 등 두 편의 ‘천만 영화’를 만든 윤제균 감독이 8년 만에 신작 ‘영웅’을 들고 관객들을 찾아온다. 한국 최초의 오리지널 뮤지컬 영화인 ‘영웅’은 2009년 처음 무대에 오른 동명의 뮤지컬을 스크린으로 옮겨왔다.

뮤지컬을 통해 14년 동안 안중근 의사를 연기해온 정성화 씨가 다시 한 번 안중근 역을 맡아 극을 힘있게 이끌고 간다. 절박하고 치열했던 독립군 의병대장, 그가 짊어진 무거운 삶의 무게와 더불어 슬픔과 고통에 몸부림 쳤던 한 명의 인간으로서의 모습까지.

정성화 씨는 한없이 인자하고 부드러운 듯 하지만 결연하고 의연한 의지 속에 강인한 카리스마가 공존하는 안중근 의사 그 자체로 분해 놀라운 연기력으로 관객의 몰입도를 높인다.

명성황후를 모셨던 마지막 궁녀이자 독립군 정보원으로 이토 히로부미에게 접근하는 설희 역의 김고은 씨는 안정적인 연기력 속에서 기대 이상의 가창력을 선보이며 배우로서 확장된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가상의 인물이지만 현실의 경계 안에 있는 그의 서사는 극을 한층 풍성하게 만든다.

안중근 의사의 어머니 조마리아 역의 나문희 씨는 짧은 등장에도 불구하고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기술적인 측면에서 놀랍도록 빼어난 가창력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마음을 다해 부르는 그의 노래에서는 진심이 전해져 감동을 더한다.

이외에도 조재윤, 배정남, 이현우, 박진주 씨 등 배우들이 자신의 자리에서 제 할 몫을 다 해낸다. 이들은 진중하고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도 소소한 웃음을 통해 극의 무게감을 줄이려 애쓴다. 그러나 다소 유치하게 느껴지는 유머 코드는 호불호가 갈릴 요소이며, 이들이 분위기 환기를 위해 기능적으로 소모된다고 느껴지는 점은 다소 아쉽다.

한국인라면 누구나 아는 이야기와 정해진 결말을 향해 가는 영화는 소위 ‘국뽕’이라는 단어로 표현되는 국수주의나 민족주의적 감성에 호소하지 않고 예상보다 차분하게 안중근이라는 인물의 발자취를 따라간다. 그간 수차례 윤제균 감독 특유의 약점으로 지적되던 과도한 신파 역시 이번 작품에서는 담백하게 그려진다는 점은 칭찬할 만하다.

다만 여전히 국내 극장가에서 관객들이 뮤지컬 영화에 익숙함보다는 이질감을 느낀다는 점을 상기시킨다면, ‘영웅’이 장르가 지닌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고 대중적인 흥행에 성공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특히 뮤지컬 ‘영웅’이 국내에서 오랜 기간 롱런한 작품임에도 오리지널 넘버들이 해외 유명 뮤지컬들에 비해 인지도가 높지 않다는 점 역시 흥행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영화 ‘영웅’. 윤제균 감독 연출. 정성화, 김고은, 나문희, 조재윤, 배정남, 이현우, 박진주 등 출연. 12세 관람가. 러닝타임 120분. 12월 21일 개봉.

YTN star 김성현 (jamkim@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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