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메이커] '백패커'PD "3000명에 식사 대접...사명감으로 해낸 멤버들"②

[Y메이커] '백패커'PD "3000명에 식사 대접...사명감으로 해낸 멤버들"②

2022.10.07. 오전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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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메이커] '백패커'PD "3000명에 식사 대접...사명감으로 해낸 멤버들"②
이우형 PD(왼쪽), 신찬양 PD / 사진 = CJ EN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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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프로그램을 하는 동안 체중이 4kg 정도 빠졌어요."

'극한'이라는 수식어가 괜히 붙은 것이 아닌 듯하다. tvN 예능 프로그램 '극한의 출장 요리사, 백패커'의 이우형 PD는 쿡방과는 어쩐지 어울리지 않는, 강제 체중 감량 고백으로 이번 프로그램에 들어간 많은 땀과 노력을 함축했다. "역대급으로 힘들었다"라며 동조하는 공동 연출자 신찬양 PD의 눈빛에 종영에 대한 섭섭함과 더불어 '드디어 끝났다'는 시원함이 읽힌 것도 같은 이유일 테다.

백종원 씨의 새로운 모습을 끌어내고, 쿡방의 건재함도 보여준 '백패커'가 지난 6일 막을 내렸다. '백패커'는 헤드 셰프 백종원 씨를 필두로, 출장 요리단으로 나선 오대환, 안보현, 딘딘 씨가 백팩 하나 메고 훌쩍 떠난 '오늘의 장소'에서 낯선 손님들을 위한 즉석 출장 요리를 선보이는 프로그램. 출장 요리라는 콘셉트에서 알 수 있듯이 이들이 가는 곳이 곧 주방이었다. 군대, 학교, 어린이집, 동물원, 미술관, 병원, 교도소, 사찰, 선박 등 매회 기상천외한 장소로 출동, 한정된 재료와 제한된 조리 환경을 딛고 특별한 한끼를 완성해 냈다.

예능에서 쉽게 방문하기 어려웠던 장소들을 배경으로, 기존의 쿡방과는 전혀 다른 극한의 출장 요리 미션이 펼쳐졌다. 마트라고는 찾을 수 없는 산꼭대기 사찰에서 부족한 재료로 음식을 완성해 내기도 하고, 선박 위에서 예상과는 완전히 다른 의뢰인의 요청을 충족시키기도 했다. 어린이를 위한 저염·저당 메뉴에 도전하기도 하고, 맞춤 양식 요리로 할머니들의 취향을 저격하기도 했다.

프로그램이 보여준 이 같은 새로움 뒤에는 제작진이라는 출장 요리사들이 있었다. '백패커'의 이우형 PD와 신찬양 PD는 익숙한 백종원 씨와 쿡방이라는 재료로 시청자에게 색다른 맛을 전하는데 성공했다. 열악한 환경에서 고군분투한 백종원 씨처럼, 두 연출자도 '백패커'라는 예능을 시청자에게 대접하기 위해 인고의 시간을 보냈다. 20회 동안의 노고를 이제는 웃음으로 추억할 수 있게 된 두 연출자는 뿌듯함과 보람만이 남았다고 소회했다. 더불어 3000여 명의 의뢰인들에게 특별한 식사와 멋진 기억을 선물해 준 출연진에게 진심어린 고마움을 전하고 또 전했다.

Q. 출장 장소 선정은 어떻게 하나요?
신 : 제작진 섭외와 시청자 의뢰 반반이에요. 저희가 궁금해서 접촉하는 것도 있고 사연 받는 것도 있죠. 다른 쪽으로 의뢰가 오는 경우도 가끔 있고요.
이 : 처음에는 거의 저희가 정해서 가다가 나중에는 홈페이지에 창구를 열어 놨어요. 거기에 올라온 여러 이야기를 참고해서 가게 됐죠. 선정 기준은 '백종원 씨가 당황할 곳'을 첫 번째 기준으로 했어요. 너무 잘 하던 사람이니까 생전 처음 겪는 환경에서, 백종원 씨의 무한도전 같은 느낌으로 가려고 했죠. 두 번째는 시청자들이 납득할 만한, 음식을 대접했을 때 뿌듯한 결과를 거둘 수 있는 곳을 고려했어요.

Q. 군부대 방문 때는 김동준 씨나, 영케이 씨 등이 등장해서 반갑기도 했어요. 일부러 그 분들이 복무 중인 곳을 섭외했는지?
이 : 그렇지는 않아요. 답사를 가서 이야기를 나눌 때 부대 쪽에서 먼저 말씀을 해주셔서 알았던 경우에요. '우리 부대에 이런 친구가 있는데, 같이 일을 거들면 어떻겠느냐'라고 제안을 주셨죠.
신 : 사실 코로나 상황이라 저희가 부대를 선택해서 연락할 상황이 못 됐어요. 막연히 군대 취사장에 가서 멤버들이 밥을 해드리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갔는데 그 분들이 계셨죠. 저희로서는 운이 좋았어요.
이 : 김동준 씨를 만난 백종원 씨가 눈물을 흘려서 놀라기도 했어요. 당시 이틀 연속으로 찍었는데, 마침 백종원 씨가 전날 동준 씨 얘기를 많이 했어요. 제작진인 내일 동준 씨가 나올 거 아니까 '잘 됐다' 싶었죠.(웃음)
신 : 동준 씨를 만나고 그렇게 우실 줄은 저희도 몰랐어요.

Q. 백종원 씨가 가장 당황했던 장소는 어딘가요?
이 : 어린이집이었요.
신 : 아이들을 위해 저당·저염식을 해야 해서, 거의 백종원 씨의 손과 발을 묶인 곳이었죠. 하하.

Q. 결국 기상천외한 장소가 계속 나와줘야 하는데, 그걸 찾는 것도 쉽지 않을 듯해요.
이 : 매주 방송을 내야되니까 진짜 가고 싶은 곳들을 잘 못 가기도 해요. 시간을 내서 가야하는 곳들이 많은데, 그런 곳을 가려면 정규 방송으로는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처음에 시즌제로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방송이 길어지게 됐죠.
신 : 그래서 좀더 조사도 하고 있고 접촉도 하고 있는데, 조금 더 준비해서 가야할 곳들이 많아요. 출연자들보다도, 제작진 입장에서 준비해야 할 것들이 있거든요.
이 : 기회가 된다면 울릉도나 독도도 가보고 싶어요. 새로운 이야기가 많이 있을 거 같아요.

Q. 즉흥 요리를 하다 보니 돌발 상황이 많아요. 제작진 당황했던 순간은 언젠가요?
이 : 2회 사찰 촬영 때 당황스럽긴 했어요. 처음 예상했던 인원보다 너무 많이 오셔서, 준비해 온 재료가 부족할 거 같은데, 산 아래로 다시 내려갈 수도 없고요.
신 : 진짜 험한 산이라 하루에 두 번 올라갈 수는 없어요.
이 : 그런 상황에서 있는 재료만으로 뚝딱 뚝딱 음식을 더 만들어 내는데, '진짜 이 사람은 다르다' 싶었죠.
신 : 기름이 부족한 상태에서 그나마 있는 기름이 타버려 위기였는데, 물을 넣어 식힌다는 생각을 어떻게 했는지 신기했어요.
이, 신 : 그때 다들 입덕 했죠. 딘딘 씨는 제목을 '백패커'가 아닌 '섹시백'으로 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하하하.

Q. 그러다 보니 새로운 음식도 많이 나왔어요.
이 : 요리를 되게 잘 하시는 분인 건 확실해요. 어던 음식을 해도 거의 95% 확률로 맛있어요.
신 : 2회에 나온 짜장범벅도 전에 해 보신 게 아니라, '이렇게 해보면 될 거 같아'하면서 즉석으로 하셨거든요. 근데 그렇게 만들어 내면 또 맛있어요.

Q. 나머지 5%는 어떤 경우였나요?
이 : 할머니 미술관 때 빠네를 하셨는데, 파스타 면이 제 입맛에는 너무 무른 것이 아닌가 싶었거든요. 근데 알고 보니 할머니들이 드실 거라 일부러 부드럽게 하셨다고 하더라고요. 할머니들께서는 오히려 더 맛있게 드셨죠.
신 : 치아가 안 좋으시니까 일부러 그렇게 했다고. 항상 드시는 분들을 휘한 맞춤 요리를 하시니까요.

Q. 가장 놀라웠던 '백종원 매직'을 꼽는다면요?
이 : 매번 놀랍긴 한데, 첫 회 때 망한 음식을 살려내는 게 정말 신기했어요. 감자튀김이 다 으스러졌는데 감자 크로켓으로 아예 다르게 만들어서 놀라웠죠. 또 양세형 씨가 브로콜리 볶음을 망쳤는데, 전혀 예상 못한 유산슬로 재탄생 시켰고요. 처음과 끝이 아예 다른 음식이 나오더라고요.
신 : 15회 해군 촬영 때 퓨전 요리를 해달라고 요청이 갑작스럽게 왔는데, 그 배가 실제로 훈련을 나가면 해외 부식으로 많이 만드니까 퓨전 요리를 전수해 달라는 의뢰였어요. 근데 촬영 당시에는 아직 훈련 전이라 부식이 다 한식이었어요. 그때 '소고기 뭇국을 똠양꿍 맛이 나게 하겠다'라면서 경상도식 소고기 뭇국을 끓이시더라고요. 원래는 레몬그라스나 고수 같은 것이 있어야 하는데, 해군 기지 안이라서 재료를 구해올 수 없는 상황이었죠. 근데 식초랑 액젓을 조금 넣었더니 말도 안 되게 진짜 똠양꿍 맛이 나더라고요.
이 : 재능인 거 같아요. '없어도 돼'가 트레이드 마크랄까요? 있는 재료만으로 원하는 맛을 내는 것은 그 분만의 능력이죠.
있을까 고민한다.

Q. 모든 미션이 극한이긴 하지만, 가장 힘들었던 때는 언제였나요?
신 : 군대 같은 경우 출입이 통제돼 있으니까 그 부분에 어려움이 있었어요. 산행은 힘들지만 100명이라도 가려면 갈 수 있는데, 군은 명단을 다 정해서 소규모로 가야 하니까요. 미군 촬영 때도 반드시 인솔자가 있어야 이동할 수 있어서, 그런 부분이 제한적이었죠.
이 : 저는 기상선 때가 가장 힘들었어요. 통상 50~60명은 있어야 되는데, 제작진 10명이 가서 찍다 보니 어려움이 있었죠.
신 : 그때 출연진 포함해서 14명이 갔어요. 카메라 감독 4~5명, PD 2명, 작가 2명 이런 식이었어요. 그렇게 찍는 게 쉽지 않거든요.
이 : 기상선에서 1박 2일 동안 촬영을 했는데, 체력적으로 정말 힘들었어요.
신 : 저도 정말 기상선에 함께 타고 싶었지만, 다음 방송을 준비해야 해서 못 갔죠.(웃음)

Q. '백패커'가 20부로 마무리 되는데, 마치는 소감도 한마디.
이 : '살아 남았다'라는 느낌이에요.
신 : 이 PD님이 살이 진짜 많이 빠졌어요.
이 : 한 4kg 정도? 돌이켜 보니 저희가 식사를 대접한 분들이 3000명이 넘어요. 그 숫자가 뿌듯하더라고요. 쳇바퀴 돌듯 반복되는 생활 속에서, 좋은 추억이 됐다고 해 주시더라고요. 그 분들께 기분 좋은 이벤트를 해드렸다는 생각에 뿌듯함이 있어요. 물론 출연자들이 더 고생을 많이 했지만요.
신 : 쉽지 않은 프로그램이지만 그만큼 보람이 있었죠.
이 : 은근히 어려웠어요.
신 : 은근히가 아니라 그냥 어려웠던 거 같아요.(웃음) 역대급으로 힘들었지만, 그만큼 많이 뿌듯한 프로그램이기도 해요.

Q. 고생한 만큼 출연진도 촬영이 끝난 뒤 감회가 남달랐을 거 같아요.
이 : 마지막 촬영 끝나고 되게 뿌듯해 했어요. 저희랑 비슷한 심정일 거 같은데, 할 때는 힘들었는데 끝나고 나니 흐뭇함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신 : 다들 울컥했죠. 너무 힘들었는데 왜 끝난다고 울컥하는지 모르겠다고 하더라고요. 좋은 기억으로 잘 미화된 거 같아요. 하하.
이 : 할 때는 힘들어 하다가도, 막상 음식 드시는 분들 보면서 기뻐하고, 다음에 또 반복하고... '백패커'가 그런 마약 같은 프로그램인 거 같아요. 출연자들에게 너무 감사한 마음이에요. 맛있는 음식을 대접한다는 사명감으로 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Q. 모두의 노고가 느껴지는데, 시즌2도 볼 수 있을까요?
이 : 아직 생각은 안 하고 있는데, 전열을 가다듬고 와야죠.
신 : 시즌2를 하게 된다면 매주 찍을 때는 갈 수 없었던 곳들을 가보고 싶긴 해요. 기획 단계부터 가보고 싶은 곳이 있었는데 시간이 어느 정도 확보 돼야 해서. 훨씬 백종원 씨가 재미있어 할 만한 곳들이 있거든요.
이 : '극한'이란 말을 붙일까 말까 고민했는데, 시즌2에서는 그 콘셉트를 더욱 살리는 쪽으로 가고 싶어요.
신 : 근데 멤버들은 안 좋아할 거 같네요. 하하.
이 : 기억은 미화되니까, 지나고 나면 (고생했던 기억은) 다 잊을 거예요.(웃음)





YTN star 최보란 (ran613@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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