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터뷰②] '컬투쇼' 김태균 "아직도 서툴고 어설픈 듯…그 자체가 나니까"

[R:터뷰②] '컬투쇼' 김태균 "아직도 서툴고 어설픈 듯…그 자체가 나니까"

2021.11.06. 오전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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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에 디즈니 플러스까지 흥미로운 플랫폼이 넘치는 세상입니다. 그래도 고된 출, 퇴근길을 지켜주고 눈 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상에 쉼표를 찍어주는 플랫폼은 여전히 라디오가 아닐까요. 누군가의 하루를 가까이에서 함께 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더 좋은 음악을 고르고 더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들려는 제작진, DJ의 노력을 YTN star가 [R:터뷰]를 통해 응원합니다.

'컬투쇼'의 사연이 재미 있는 이유는 지극히 일상적인 순간의 이야기들이기 때문이다. 집에서, 직장에서, 학교에서 반짝거린 순간들이 '컬투쇼'를 통해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 DJ 김태균은 이 사연을 맛있게 살리는 데에 도가 텄다. 그의 입을 거치면 사연은 더욱 반짝거린다.

매 번 누군가의 일상 속 에피소드를 소개하던 김태균의 일상은 어떨까. 그의 일상 역시 의미가 깊은, 반짝거리는, 웃음이 가득한 순간들이 있었을 텐데. 김태균은 자신의 일상 속 가장 '김태균'다웠던 순간들을 모아 최근 에세이 '이제 그냥 즐기려고요'를 발간했다. 가장 '김태균'다웠던 에피소드들은 완벽하지도, 멋있는 것만으로 가득차있지도 않다. 조금은 부끄럽기도, 소소하기도 한 인간미가 묻어난다.

"완벽한 게 없어요. '컬투쇼'도 16년을 했지만, 아직도 서툴고 어설픈 것 같아요. 그런데 그런 모습 자체가 온전히 나니까. 더 잘해 보이고 싶다는 생각은 없어요. 지금 이 자체가 나니까, 그게 좋은 거예요."

장점이든 단점이든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된 자의 여유가 분명했다. 책을 쓰는 과정이 자신을 알아가는 계기가 됐다. 김태균은 "그저 솔직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있는 척, 아는 척, 그런 척 하면서 오랫동안 지냈다. 20대와 30대를 그렇게 보냈다. 솔직하지 않은 나와 솔직하고 싶어하는 나와의 갈등이 엄청 심했다"며 "글을 통해 솔직한 내 모습을 그저 던졌다"고 털어놨다. '자신이 정해놓은 이미지에 대한 강박을 탈출했다'는 의미에서 책의 부제도 '김태균 강박 탈출 에세이'다.

완전하게 솔직한 자신의 모습을 털어놓는 것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일이다. "혼자 컴퓨터 앞에 앉아 글을 쓰는 데도 낯을 가리더라"는 김태균은 두 달 정도 글쓰는 일을 멈추기도 했었다고. 그는 "나와의 벽이 있었던 순간이었다"고 털어놨다. 누군가 내 치부의 이야기를 보는 게 아닌가 싶은 망설임이 있었다는 것.

그럼에도 김태균은 부끄러웠던 일들을 계속 글에 꺼내며 혼자 얼굴이 빨개지기도, 슬퍼지기도 했다. 그는 "절반은 넘게 쓰고 나서야 진짜 솔직한 글을 쓸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이 과정을 지나고 나니 자신에 대한 위로가 찾아왔다.

"진정한 내 편을 찾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 안에 진짜 내 편이 있었는데 그동안은 자꾸 다른 데서 찾으려고 그랬던 거죠. 내 안에 내 편이 있다는 걸 알게 되니까 따뜻한 기운이 생기면서 이런 게 진정한 자존감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대신 아주 솔직한 나를 세상에 던질 줄 알아야 되는 거죠."

실제 책을 읽은 주변 지인들도 "김태균 씨를 더 잘 알게 됐다"고 입을 모은다고. 가장 처음 책을 선물한 아들 역시 "아빠를 많이 알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단다. 김태균은 "책이 소통하는 데 큰 효과를 발휘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세상에 던지고, 주변 사람들과 깊은 소통을 얻게 된 김태균에게서는 여유와 행복이 물씬 느껴졌다. 그는 망설임이 가득한 30대의 기자에게 스스로에 솔직해지길 재차 권유하며 행복을 함께 빌어줬다. "과거에 행복했던 것도 아니고, 그냥 지금 이 순간이 중요해요. 내가 진짜 정말 좋아하는 걸 찾아서 집중해서 즐기고 있는 그때, 그 순간을 행복이라고 이야기하더라고요."

[사진제공 = SBS]

YTN star 오지원 (bluejiwon@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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