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리뷰] '파이프라인' 장르적 쾌감 전무한 케이퍼 무비의 전형

[Y리뷰] '파이프라인' 장르적 쾌감 전무한 케이퍼 무비의 전형

2021.05.25. 오전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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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메뉴만 내놓다 보니 새로운 작품을 하고 싶었다”

지난 20일 '파이프라인' 언론시사회 이후 이어진 기자간담회에서 이와 같이 고백한 유하 감독의 발언처럼, '파이프라인'은 그의 전작들과는 사뭇 다른 소재를 차용하고 반대 분위기를 자아낸다.

하지만 유하 감독의 전작들을 본 관객이라면 때로는 같은 메뉴가 더 낫다는 법을 '파이프라인'을 통해 깨닫게 될 수 있을 것이다.

'말죽거리 잔혹사'(2004), '비열한 거리'(2006) 등으로 액션 누아르 장인 반열에 오른 감독의 과거 영광이 무색해지리만큼 영화가 뻔하고 지루한 케이퍼 무비의 전형을 그대로 답습하고만 있기 때문이다.

'파이프라인'은 손만 대면 대박을 터트리는 도유 업계 최고의 천공기술자 핀돌이(서인국)가 수천억에 달하는 거대한 판을 짠 대기업 후계자 건우(이수혁)의 거부할 수 없는 제안에 빠져 위험천만한 도유 작전에 합류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국내에선 한번도 다뤄진 적 없는 도유(盜油) 소재를 차용했지만 마냥 독특해보이지 않는 이유는 영화가 이 소재를 활용하는 방식에 있다.

주인공 핀돌이은 비상한 재주를 지녔으나, 미션을 수행하기에 앞서 도움을 줄 오합지졸의 팀이 꾸려진다. 서로를 신뢰하지 않았던 이들은 함께 미션을 수행하고 서로의 가슴 아픈 사연을 하나둘 알아가며 결속력을 단단하게 다지며 하나가 된다. 흔히 떠올릴 수 있는 케이퍼 무비 장르의 스토리와 단 한치의 오차 없이 흘러간다. 이렇다 보니 신선함은 소멸되고 장르적 쾌감을 느끼기조차 어렵다.

진부한 스토리보다 당혹스러운 요소는 이 영화의 주인공을 비롯해 모든 인물들의 매력이 전무하다는 점이다. 리더격인 주인공 핀돌이는 재주가 비상하다 한들 카리스마가 배제됐으며, 배신에 배신을 거듭하지만 마지막엔 팀의 편에 서는 용접공 접새(음문석), 순진무구하지만 괴력이 어마어마한 막내 큰삽(태항호), 있으나 마나 한 역할을 담당하는 여성 캐릭터 카운터(배다빈) 등은 캐릭터성이나 대사나 모조리 밋밋하기 그지없다.

나이 많은 중년 남성 나과장처럼, 이제 아픈 아내를 둔 암환자와 같은 사연은 가슴을 뭉클케 만들기는커녕 한숨만을 자아낼 뿐이다. 악역 건우의 아우라도 한없이 부족하다. 어마어마한 장신에 독특한 마스크를 지닌 이수혁을 데려다놓고도 빛을 발하지 못한 악역이라니 캐릭터 자체의 문제가 커 보인다.

이 와중에 영화 찍느라 고생 깨나 했을 법한 배우들의 고군분투는 눈물 겹기만 하다. B급 블랙 코미디답게 액션과 몸개그와 열정을 불사르지만, 결국엔 감동도 재미도 선사하지 못했다.

YTN Star 이유나 기자 (lyn@ytnplus.co.kr)
[사진 제공=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리틀빅픽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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