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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오스카는 그 어떤 해보다도 유색인종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중국계 감독 클로이 자오의 ‘노매드랜드’가 작품상, 감독상을 석권했고 남녀조연상 부문에는 각각 아프리카계 미국인 배우 다니엘 칼루야와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배우 윤여정이 수상의 영광을 얻었다. 한때는 ‘화이트 오스카’라 비판받으며 인종차별 논란이 들끓었던 아카데미 시상식이 점차 시대에 발맞춰 변화하고 있다. 논란과 투쟁, 그리고 변화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 격변의 오스카를 되짚어봤다.
전무후무한 보이콧 야기한 ‘화이트 오스카’
아카데미 시상식은 지난 2016년 백인 중심의 수상 행렬로 ‘화이트 오스카’라는 불명예를 입었다. 남녀 주조연상 후보 20명 모두가 백인으로만 채워져 아프리카계 미국인 배우들을 중심으로 시상식 참석을 거부하는 오스카 보이콧 사태가 벌어졌다. 당시 사회를 맡았던 크리스 록은 “보이콧 사태 때문에 사회자를 거절할까 고민도 했지만, 나는 실업자이고, 이 자리까지 닐 패트릭 해리스에게 넘어가는 걸 볼 수 없었다”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그 해 오스카는 작품상, 감독상을 비롯해 모든 주요 부문의 수상자가 백인이었으며, 오스카의 90여 년 역사의 부끄러운 오점으로 작용했다. 이는 유색인종에게 박한 오스카의 장벽을 실질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2년 연속 남녀주연상, 조연상 후보 스무 명 모두가 유색인종이 남녀주연상을 받은 사례는 2002년 공동 수상한 덴젤 워싱턴과 할리 베리, 2005년 영화 ‘레이’의 제이미 폭스 이후 단 한 명도 없었다.
극적인 이변 일으킨 ‘문라이트’
이듬해인 2017년 제89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선 보다 공정성과 다양성을 존중한 수상 결과로 이전 해의 불명예를 씻어냈다. 작품상은 아프리카계 미국인 감독 배리 젠킨스가 연출한 ‘문라이트’에 돌아갔으며, 남녀조연상 역시 ‘문라이트’의 마허샬라 알리와 ‘펜스’의 비올라 데이비스가 가져갔다. 시상에 나선 워렌 비티가 작품상 수상작을 ‘라라랜드’로 잘못 호명했다가 ‘문라이트’로 번복하는 사건이 벌어진만큼 더 극적인 이변이었다.
2019년에도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의 활약이 도드라졌다. 왜곡 논란이 있었지만 흑인 피아니스트와 이탈리아계 미국인의 우정을 그린 영화 ‘그린북’이 작품상을 수상했고, 영화에 출연한 마허샬라 알리가 ‘문라이트’에 이어 두 번째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여우조연상은 ‘이프 빌 스트리트 쿠드 토크’의 레지나 킹이, 남우주연상은 아랍계 최초로 ‘보헤미안 랩소디’의 라미 말렉이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기생충’과 윤여정, 그리고 클로이자오...지금은 亞가 대세
2020년대에 접어들고부터 오스카의 다양성은 보다 확장됐다.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할리우드에선 파란을 일으킨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외국어영화상 등 무려 4관왕을 달성하는 역사를 썼다. 영어로 진행되지 않는 외국어 영화가 오스카 작품상을 수상한 것은 ‘기생충’이 최초로, 비단 ‘기생충’의 작품성이 뛰어나서 받은 것 뿐만은 아니었다. 전세계에서 한국영화의 위상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는 흐름과 더불어, 미국 내에서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페어웰’ 등 아시아계 미국인들을 다룬 영화들이 주목받는 현상이 맞물리며 ‘기생충’의 수상 가능성 역시 높아진 것이다.
지난해는 ‘기생충’과 봉준호였다면, 올해는 단연 ‘미나리’와 윤여정이 오스카의 가장 뜨거운 화제로 자리매김했다. ‘미나리’는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을 비롯해 총 여섯 개 부문의 오스카 후보에 오른 가운데 윤여정이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다. 한국인 이민 가족의 이야기를 그리고, 한국 배우들이 출연하며 한국계 미국인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작품이라는 점, 그리고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윤여정의 경우 아시아 여배우로선 63년만의 두 번째 수상이자 한국 배우 최초의 오스카 수상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 깊다.
‘노매드랜드’로 작품상, 감독상을 수상한 클로이 자오 감독 역시 중국계 감독으로, 이로써 오스카는 2년 연속 아시아계 감독에게 트로피를 안겨주는 새 역사를 썼다. 미국에서 가장 보수적이고 장벽 높은 시상식이라 여겨지던 오스카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이제 ‘화이트 오스카’는 아카데미 시상식의 고질적인 오명이 아닌 옛말이 되었다.
YTN Star 이유나 기자 (lyn@ytnplus.co.kr)
[사진제공 =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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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무후무한 보이콧 야기한 ‘화이트 오스카’
아카데미 시상식은 지난 2016년 백인 중심의 수상 행렬로 ‘화이트 오스카’라는 불명예를 입었다. 남녀 주조연상 후보 20명 모두가 백인으로만 채워져 아프리카계 미국인 배우들을 중심으로 시상식 참석을 거부하는 오스카 보이콧 사태가 벌어졌다. 당시 사회를 맡았던 크리스 록은 “보이콧 사태 때문에 사회자를 거절할까 고민도 했지만, 나는 실업자이고, 이 자리까지 닐 패트릭 해리스에게 넘어가는 걸 볼 수 없었다”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그 해 오스카는 작품상, 감독상을 비롯해 모든 주요 부문의 수상자가 백인이었으며, 오스카의 90여 년 역사의 부끄러운 오점으로 작용했다. 이는 유색인종에게 박한 오스카의 장벽을 실질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2년 연속 남녀주연상, 조연상 후보 스무 명 모두가 유색인종이 남녀주연상을 받은 사례는 2002년 공동 수상한 덴젤 워싱턴과 할리 베리, 2005년 영화 ‘레이’의 제이미 폭스 이후 단 한 명도 없었다.
극적인 이변 일으킨 ‘문라이트’
이듬해인 2017년 제89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선 보다 공정성과 다양성을 존중한 수상 결과로 이전 해의 불명예를 씻어냈다. 작품상은 아프리카계 미국인 감독 배리 젠킨스가 연출한 ‘문라이트’에 돌아갔으며, 남녀조연상 역시 ‘문라이트’의 마허샬라 알리와 ‘펜스’의 비올라 데이비스가 가져갔다. 시상에 나선 워렌 비티가 작품상 수상작을 ‘라라랜드’로 잘못 호명했다가 ‘문라이트’로 번복하는 사건이 벌어진만큼 더 극적인 이변이었다.
2019년에도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의 활약이 도드라졌다. 왜곡 논란이 있었지만 흑인 피아니스트와 이탈리아계 미국인의 우정을 그린 영화 ‘그린북’이 작품상을 수상했고, 영화에 출연한 마허샬라 알리가 ‘문라이트’에 이어 두 번째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여우조연상은 ‘이프 빌 스트리트 쿠드 토크’의 레지나 킹이, 남우주연상은 아랍계 최초로 ‘보헤미안 랩소디’의 라미 말렉이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기생충’과 윤여정, 그리고 클로이자오...지금은 亞가 대세
2020년대에 접어들고부터 오스카의 다양성은 보다 확장됐다.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할리우드에선 파란을 일으킨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외국어영화상 등 무려 4관왕을 달성하는 역사를 썼다. 영어로 진행되지 않는 외국어 영화가 오스카 작품상을 수상한 것은 ‘기생충’이 최초로, 비단 ‘기생충’의 작품성이 뛰어나서 받은 것 뿐만은 아니었다. 전세계에서 한국영화의 위상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는 흐름과 더불어, 미국 내에서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페어웰’ 등 아시아계 미국인들을 다룬 영화들이 주목받는 현상이 맞물리며 ‘기생충’의 수상 가능성 역시 높아진 것이다.
지난해는 ‘기생충’과 봉준호였다면, 올해는 단연 ‘미나리’와 윤여정이 오스카의 가장 뜨거운 화제로 자리매김했다. ‘미나리’는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을 비롯해 총 여섯 개 부문의 오스카 후보에 오른 가운데 윤여정이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다. 한국인 이민 가족의 이야기를 그리고, 한국 배우들이 출연하며 한국계 미국인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작품이라는 점, 그리고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윤여정의 경우 아시아 여배우로선 63년만의 두 번째 수상이자 한국 배우 최초의 오스카 수상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 깊다.
‘노매드랜드’로 작품상, 감독상을 수상한 클로이 자오 감독 역시 중국계 감독으로, 이로써 오스카는 2년 연속 아시아계 감독에게 트로피를 안겨주는 새 역사를 썼다. 미국에서 가장 보수적이고 장벽 높은 시상식이라 여겨지던 오스카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이제 ‘화이트 오스카’는 아카데미 시상식의 고질적인 오명이 아닌 옛말이 되었다.
YTN Star 이유나 기자 (lyn@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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