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터뷰] "정말 연기 잘하고 싶다" 김정은, 24년 차 배우의 진심

[Y터뷰] "정말 연기 잘하고 싶다" 김정은, 24년 차 배우의 진심

2020.12.13. 오전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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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정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 작품이다.

김정은은 지난달 24일 종영한 MBN 월화드라마 '나의 위험한 아내'에 출연해 대중에 인사했다. 그는 극중 평범한 주부 '심재경' 역을 맡아 열연했다.

'나의 위험한 아내'는 사랑해서 부부의 연을 맺었지만 결혼이라는 생활을 그저 유지하고만 있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다수의 부부가 공감할 수 있는 '부부 잔혹극'을 표방하는 드라마다.

김정은은 지난 2017년 OCN 드라마 '듀얼'을 통해 매서운 여검사 '최조혜' 역으로 대중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 바 있다. 3년 만에 '나의 위험한 아내'로 돌아온 김정은은 더 치밀하고 매서운 연기력으로 이번 드라마를 완성시켰다.

1996년 데뷔한 김정은은 벌써 20년차를 훌쩍 뛰어넘은 베테랑 연기자다. 그는 여전히 자신의 연기에 목말라 있고, 더욱 더 노력할 뿐이었다. YTN star는 김정은에게 드라마 종영 소감 및 그의 연기관에 대해 들어봤다.

1. 오랜만에 복귀작이라 종영이 남다르게 느껴질 것 같은데 종영 소감은?

A. 지난 3월 24일에 홍콩에서 서울로 도착하여 2주 자가 격리 후 제작진을 만났다. 그 후부터 열심히 준비해서 5월 중순부터 촬영을 시작하고 여름을 지나 초겨울까지 7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심재경이라는 인물로 살아와서 그런지, 솔직히 말하면 작품이 끝난 후에 찾아오는 허무감? 혼자만 느끼는 외로움? 배우로서 느끼는 우울감은 좀 있다. 물론 안 그런 척 하며 잘 지내고 있다. 말씀대로 오랜만에 복귀작이라 처음에 걱정도 많았고 긴장도 했었다. 다행히 감독님, 작가님,같이 했던 배우들, 편집실까지 내게 다양한 도움으로 빨리 캐릭터에 적응할 수 있었고, 나중엔 내가 언제 쉬었었나 할 정도로 신나서 연기했던 것 같다. 여러 가지 악조건(코로나19와 긴 장마)을 견뎌가며 마음 졸여가며 촬영을 해서 그런지, 앞만 보고 달렸던 것 같다. 잘 견뎌준 모든 스태프들, 배우들께도 고마운 마음뿐이다.


2. '나의 위험한 아내'에 참여하게 된 이유가 있는지, 어떤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는지?

A. 가장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부분은 심재경이 결국 모든 사건을 주도면밀한 방식으로 해결한다는 점이었다. 이런 여성 캐릭터를 정말 만나기 쉽지 않다. 또한 겉으로는 매우 평범하고 약해 보이는 현모양처의 캐릭터였기 때문에 그 반전과 희열이 큰 쾌감을 주었다. 처음엔 납치자작극으로 나중엔 50억을 놓고 서로 싸우는 과정에서 현실을 약간 비껴간 판타지로서의 반전과 복수들이 늘 약자로만 그려지는, 같은 아내의 입장에서 통쾌하게 느껴졌다.

3. 캐릭터를 준비하는 동안 또 연기하는 동안 중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A. 심재경은 가장 판타지적인 인물이었다. 재력에 남편 내조까지 완벽하게 해내면서도, 남편 외도에 대한 복수를 완벽하게 계획하고, 그 이후에도 모든 사건을 혼자 다 꾸미고 다니면서 사람들을 50억으로 현혹 시켰다. 이런 아내가 현실에 어디 있겠는가. 그래서 현실적인 인물로 안착시키는 게 가장 신경이 쓰였다. 그래야 보시는 여성 시청자들이 감정이입을 할 수 있을테니까. 처음 외도를 목격하는 되는 과정에서도 평범했던 주부가, 가만히 놔뒀으면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을 흑화(?)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들을 디테일하게 표현하고 싶었다.

재경이는 워낙 감정을 숨기고 계속 연기하고 거짓말하고 아닌척하는 그런 씬들이 많아서 가끔 윤철에게 자기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소리 지르고, 울고, 그렇게 감정적으로 대립하는 씬들이 매우 소중하게 느껴졌었다. 또한 최고의 멋진 빌런이지만 여자로서 아내로서 사랑받고 싶어하는 느낌도 표현하고 싶었다.

4. 본인이 생각하는 명장면 혹은 시청자분들의 반응이 좋았던 명장면을 꼽자면?

A. 초반에 4부 엔딩에 독이 든 와인을 두고 윤철과 계단에서 싸우다가 굴러 이마에 피흘리며 협박하는 씬, 8부에 채림이 납치 연극 씬들이 좀 통쾌함을 주었었다. 후반에 최원영씨와 같이 신나게 했던 코믹한 씬들이 정말 재미있었다.

서로 요리를 하면서 독을 몰래 넣으며 서로를 견제했던 마지막 만찬 씬, 그리고 선미를 죽인 후(죽인 척 한 후) 주차장에서 삽을 톱으로 자르던 씬들이 기억에 남는다. 심재경이란 인물은 처음엔 코믹할 구석이 없었고 그럴 여유도 욕심도 없었다. 그러나 아직 내 몸에 코미디의 피가 아직은 조금 흐르고 있는지, 최원영씨가 윤철을 매우 코믹하게 연기하고 애드립을 자유자재로 구사할 때마다, 정말 부러워 죽는 줄 알았다. 중반 이후에 재경이도 살짝 코믹해도 되는 부분을 만날 때마다 그동안 코미디를 못한 부분을 보상이라도 받듯, 미친 듯이 웃기려고 노력했다.

5. 현장 분위기와 다른 배우분들과의 호흡은 어땠는지?

A. 일단 윤철 역에 최원영씨 같은 상대 배우를 만난 것이 최고의 행운이었다고 생각한다. 정말 유연하게 연기를 잘하는 배우이다. 큰 눈으로 진정성을 주는 연기도 잘하고, 코미디도 그 누구보다 강하다. 아이디어도 참 좋아서 오래 휴식했던 내게 정말 많은 도움과 조언을 해주었다. 서로 조언을 해주면 그걸 또 서로 흡수하고 더하고 더해서 더 좋은 시너지가 있었던 것 같다. 후반에 웃긴 장면을 찍을 때마다 서로 뭐라고 말로 장황하게 설명 안 해도, 척하면 척척 찰떡같이 알아들어서, 코미디 호흡도 두말할 나위가 없었다.

심혜진 선배님은 꼭 만나보고 싶었던 분이다. 마지막에 심혜진 선배님과 감정적으로 타이트하게 연기한 씬들이 정말 너무너무 좋았다. 워낙 가지고 계신 이미지처럼 쿨하게 힘 빼고 툭툭 연기하시는데, 나중에 방송을 보니 그게 훨씬 힘과 큰 존재감이 느껴지는 걸 보고, 역시! 라는 생각이 새삼 느껴졌었다. 씬 중간중간 식사시간 때 시간이 없어서 간단하게 햄버거를 먹으며, 인생 선배님으로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주신 것도 마음에 깊이 남는다. 다른 작품에서 꼭 다시 만나고 싶다.

정수영 씨는 현장에서 만나면 서로 너무 팬이라고 외쳐대기 바빴다. 사실 나와의 씬들이 더 있었으면 좋았겠다 라는 아쉬움이 크다. 스케줄 때문에 우리 두 사람의 불가피하게 없어진 씬들이 너무 아쉽다. 정수영씨는 한 장면을 나와도 존재감을 주는 그런 배우라고 생각한다.

선미역의 최유화는 나와 세게 대립하는 컷들을 찍을 때마다 중간중간에 뒤돌아서 주먹 쥐고 벽을 치거나 잠깐 밖에 가서 욕을 하며 소리를 지르다 왔다. 그러면서도 나와 너무 친해지고 싶은데 늘 죄송하다며.... (물론 지금은 친하다)
그 모습이 너무너무 귀여웠다. 이렇게 현장에서 몸을 부딪혀가며 열심히 하는 후배들이 너무 예뻐보인다.

유민 역에 백수장도 매우 열심히 하는 배우여서 감동 받았고, 윤희 역의 윤예희 선배님도 늘 자연스럽고 유쾌한 연기로 분위기 메이커셨다. 이준혁 선배님도 늘 밝고 재미있게 현장 분위기를 좋게 만들어서 항상 함께하는 씬들이 기대가 되었었고, 안내상 선배님과의 씬들은 늘 긴장하고 무장하고 들어갔던 것 같다. 워낙 연기를 잘하시니까 그 기에 눌리지 않으려고. 이렇듯 막강한 배우들이 존재감을 빛내며 자리를 지켜줘서 정말 든든했다. 제작진이 정말 최고의 캐스팅을 했다고 생각한다. 재경이는 누가 했어도 사랑받았을 훌륭한 캐릭터였다.

6. 이번 작품을 연기하면서 힘들었던 점은 없었는지?

A. 늘 그런 질문을 많이 받는데, 다들 아마 캐릭터를 연기할 때? 어려운 씬을 찍을 때? 잠을 못잘 때? 그런 부분이 아닐까 예측하실 것이다. 근데 솔직히 그런 부분은 아무렇지도 않게 느껴진다. 솔직히 말해서 내가 느끼고 감당해야 할 가장 힘든 부분 늘 연기 외의 것들이다. 촬영 현장도 다른 이들처럼 작은 사회, 회사 직장이나 마찬가지다.

여러 사람이 모여서 하나의 목표를 향해 가는 과정에서 수많은 상황과 인간관계가 있고, 난 그걸 지켜내고 이끌어가는 입장 중의 사람으로서 아직까지도 그 관계들이 가장 힘들고 어렵다. 인내해야 하고 이해해야 하고 배려해야 하는 상황들이 끊임없이 존재하고, 난 그 드라마의 대표 얼굴로서 그것을 견뎌내야 한다.

그래서 때로는 그런 게 꼴보기 싫어서 차라리 놀러나 다니지라는 생각도 한 적도 있는데, 물론 좋은 대본을 읽게 되면 또 내 안에 무언가가 꿈틀거리며 그런 생각들은 눈 녹듯이 사라지긴 한다. 또한 내게 힘을 주는 사람들, 나를 위로해주는 사람들,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될 때 힘들었던 시간들은 다 커버되고 결과물이 더 값지게 느껴지고, 감동을 느낀다.

7. 연기 인생 30년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 꾸준히 연기를 하게끔 하는 원동력, 이유가 있을까.

A. 원동력이라고 한다면, 할 수 있는 것은 뭐든지 다 하는 부분인 것 같다. 정말 제 선에서 할 수 있는 건 다 한다.
올드 한 것도 싫고, 꼰대 같은 건 더 싫고, 그래서 연기 못하는 건 더 더 싫고, 그래서 디렉터와 작가를 철석같이 믿고 의지하고, 내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솔직한 도움을 청하고, 도와주면 넙죽넙죽 잘 흡수한다.

8. 김정은에게 '좋은 연기'(잘한 연기)란 무엇일까.

A. 연기를 정말 잘하고 싶다. 왜냐면 난 연기를 잘 못하니까. 그래서 이번에도 감독님 작가님 등등, 주변에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나 혼자 어쩌기엔 캐릭터가 너무 어려운 면도 많았다. 배우에겐 사실 평가가 다 아닌가. 내가 보기엔 좋은 연기인데 왜 좋게 평가 안해주나 외쳐봤자 아무 소용없다. 이번 드라마에서는 내가 할 수 있는 한 모든 노력을 다 했고 도와달라고 솔직하게 말했고.

근데 여러분들이 칭찬까지 해주시니 너무 행복하다. 내가 멋진 척 하며 재경을 연기했지만 물밖에 백조가 우아한 척 하며 떠 있지만, 물밑으로 발을 마구 움직이는 것처럼 여러분들은 물밑을 못 보시지만 물밑엔 다 숨어있는 공신들이 있다. 절대 나 혼자 한 것이 아니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연기’ 내 몫이 아니다. 보시는 뷰어들의 몫이다. 그리고 나도 뷰어의 입장 일 때는 ‘아 그 선배님은 정말 그때 좋은 연기를 하셨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9. 앞으로 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다면.

A. 내가 좋아하는 꽃미남 후배들과 한 작품에서 같이 연기하고 싶다. 그런데 심혜진, 안내상 선배님과 서로 날을 세우며 맞붙는 씬들을 찍으면서 티는 안냈지만 준비도 많이 하고, 전쟁 혹은 대회 나가는 기분으로 마음가짐을 중무장하고 들어가서 눈에서 레이져를 쏘며 씬을 버텨냈는데 ‘와, 역시 내공이 다르구나’라고 느꼈다. 연기할 때는 전혀 몰랐는데 끝나고 나서보니 주먹을 하도 세게 쥐고 있어서 손톱에 찍혀 손바닥에 멍이 살짝 들었더라.

내공 있는 선배님들과 함께 연기하는 것은 정말 무섭고도 설레고 신나는 일이다. 내공이 어마무시한 선배님들과 같이 연기해보고 싶다.

10. K팝 등이 전세계적으로 난리다. K-드라마도 아시아권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어떤 변화가 필요하다고 보는지.(선배 연기자로서)

맞다.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같겠지만 나도 BTS가 매우 자랑스럽다. 우리 드라마의 세계화? 잘은 모르지만 미드나 영드의 시리즈물은 드라마 작가 팀이 따로 존재하고, 개발하고 취재하고 극작까지 엄청나게 공을 많이 들인다고 알고 있다.

우리나라 드라마 작가님들은 인고의 노력으로 고통스럽게 혼자 그것을 다 해낸다고 알고 있다. 드라마를 혼자 온통 다 쓴다는 게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일까 싶다. 극작도 프리 프로덕션의 일부로 기획하여 보다 체계적인 팀을 구성하여 접근하면 작가님들의 환호를 받지 않을까.

11. 앞으로의 활동 계획에 대해 한 마디

A.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 없다. 좋은 작품이 있으면 할 수도 있고, 맘에 드는 게 없으면 남편따라 홍콩에 갈 수도 있다.

12. 그동안 '나의 위험한 아내'를 시청해준 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월,화 밤 11시는 나에게는 사실 한밤중이다. 신랑이 아침 일찍 출근을 하는 터라 결혼 후에 나도 아침형 인간으로 바뀌어서, 11시쯤이면 이미 자고 있는 시간이었고, 나도 시청자의 입장에서 재미있는 11시대 드라마가 있을 때는 아주 가끔 졸면서 시청했었다. 보통 10시 50분 시작인데, 우리 드라마는 심지어 11시 정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방사수를 해주신 분들에게 특별하게 감사드린다.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 잘 알고 있다. 또한 시청률보다 몸으로 느끼는 피드백이 더 큰 드라마였다. 다음날이나 다다음날 재방 후에 받는 문자가 더 많았으니까.

드라마를 시청해주신 여러분들께는 말로 표현 못 할 만큼 감사한 마음뿐이다. 봐주신 여러분들이 없었다면 힘든 시간을 견딜 이유도 존재하지 않는다.

YTN star 지승훈 기자 (gshn@ytnplus.co.kr)
[사진제공 = 뿌리깊은나무들/매니지먼트 레드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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