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터뷰①] ‘대탈출3’ 정종연 PD “모든 떡밥에는 답이 있다, 전부 회수할 것”

[Y터뷰①] ‘대탈출3’ 정종연 PD “모든 떡밥에는 답이 있다, 전부 회수할 것”

2020.06.11. 오후 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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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연상케 하는 거대한 세트와 치밀하고 디테일한 장치, 출연진의 자유 의지로 이끌어가는 스토리까지. 기존 예능과는 다른 문법으로 마니아층의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는 tvN ‘대탈출3’가 지난 7일 종영했다.

초대형 세트 탈출을 목표로 고군분투하는 출연진들의 팀플레이를 다룬 ‘대탈출’ 시리즈는 지난 2018년 7월 첫선을 보였다. 매 시즌 확장된 세계관과 촘촘한 스토리로 국내 유일의 어드벤처 버라이어티라는 평가를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지난 10일 전에 없던 예능 장르로 본인만의 영역을 구축하고 있는 ‘대탈출3’의 정종연 PD를 만나 프로그램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시즌3가 종영하고 오는 14일 스페셜 방송만 앞두고 있다. 이번 시즌에서는 스케일 업된 세트도 그렇지만, 세계관 확장이 돋보였다. 천마도령의 경우 시즌1부터 언급됐던 인물이다. 세계관이나 스토리 구상을 어느 정도로 해놓은 건가?

정종연 : ‘언제쯤 뭘 해야지’ 그런 구상을 하지는 않았다. 열린 떡밥들이 있고 회수할 계획은 있다. 스토리가 완벽히 짜여 있지는 않은데, 던져진 떡밥에는 항상 답이 있다. 답은 있지만 조합이나 활용은 에피소드를 구상하며 결정한다. 예를 들어 천마도령 같은 경우에도, 그 단어를 처음 썼을 때 이미 어느 정도 활용을 생각하고 있었다. 다만 개연성 있게 엮는 과정은 에피소드를 구상하며 결정된다.

Q. 확장되고 얽히고설킨 세계관이 마니아 시청자에게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다. 다만 기존 시청자 유입에는 장벽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정종연 : 물론 잘 모르는 사람이 처음에 접근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프로그램을 정주행하는 문화 덕에 장벽이 조금은 낮아진 것 같다. 원하는 에피소드만 다시 보고. 골라서 볼 수도 있는 환경이라 도움이 될 것 같다. 다만 집중을 요하는 프로그램이다 보니 스타일 적으로 예능을 가볍고 편하게 보시려는 분들에게는 불편함이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개인적으로 시청자들이 프로그램 보는 시간 이외의 시간에서 이 프로그램을 다양한 방법으로 즐기는 것을 좋아한다. 시청자들이 방송 이후에 얘기하고 토론하는 과정을 좋아한다.

Q. 유튜브를 보면 유독 프로그램에 관한 시청자 분석도 많고, 피드백이나 요구사항 등 반응이 많은 편이다. 이들의 분석이나 반응을 어떻게 바라보나? 기억에 남는 반응이 있다면?

정종연 : 작가들이 반응이나 분석을 종합해서 알려주는 편이다. 시청자들이 토론하는 문화가 그 자체로 좋을 때가 많은 것 같다. 다만 우리가 전달하려는 내용이 시청자에게 왜곡돼서 전달될 수 있기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든 해소될 수 있도록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타임머신 편의 경우 제작진이 설명하지 않으면 서로가 불편할 수 있다. 해소돼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이 부분도 오는 14일 스페셜 방송에서 밝힐 예정이다. 시청자들이 궁금해하시는 요소는 해결될 것 같다.

참고로 옮기는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신속하게 옮기는 게 중요했다. 고민이 많았던 세트인데 방송을 통해 확인해 주셨으면 좋겠다.

‘아차랜드’ 에피소드에서는 예고편을 통해 공개된 암호문을 한 시청자가 해석해버린 경우도 있었다. 예고편을 분석하고 알고리즘을 풀어버리는 모습을 보고 많이 놀랐다. 상상도 못 했는데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Q. 매 에피소드 디테일한 연출로 화제가 된다. 연출에 있어 어느 정도까지 디테일을 신경 쓰는 것인가?

정종연 : 할 수 있는데 까지는 한다. 다만 여러 가지 전제조건이 있다. 제작비나 시간이 허락해야 한다. 우리 프로그램은 눈에만 그럴듯하게 보이는 것을 넘어서 출연자들이 납득해야 한다. 그들은 현장에서 냄새도 맡고 촉감도 느낀다. 때문에 스스로 추리할 수 있게 하려면 납득을 할 수 있도록 현장을 만들어야 한다.

예를 들어 타임머신을 만들 때도 방송에는 기계의 뒷모습이 나오지 않지만, 실제로는 신경 써서 제작한다. 시청자는 못 보지만 출연진은 보기 때문이다. 모든 선은 매립하고, 타임머신은 벽에서 거리를 뒀다. 출연자와 신뢰가 중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그런 작업이 필요하다.

냄새도 마찬가지다. ‘아차랜드’ 편에서는 시체 냄새를 구현하려 실제로 썩은 고기를 동원했다. 시청자가 냄새를 못 느끼는 데 그럴 필요가 있냐는 얘기도 한다. 하지만 출연진이 “냄새나”라고 말하며 불쾌한 표정을 지으면 시청자는 출연진에게 동기화된다.

시청자들이 SF 장르를 요청하셔도 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 있다. 현실에서는 CG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출연자들이 그 상황에 놓이고, 이를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Q. ‘대탈출 시즌3’ 세트를 만든 장연옥 미술감독은 최근 백상예술대상에서 예능 사상 최초로 TV부문 예술상을 받았다. 이번 시즌에서 가장 공들였던 에피소드나 세트가 있다면?

정종연 : 모두 공을 들여서 하나를 꼽기는 어렵다. 다만 완벽하지 않아 조금씩 아쉽다. 마음 같아선 수십억씩 들여 세트를 제작하고 싶다. 100% 만족스러운 세트가 있을 수 없는 프로그램이다. 현장에서는 항상 아쉬움이 남는다.

돈 쓰는 대로 완성도가 높아지는 게 사실이다. 카메라도 더 있었으면 좋겠고, 리허설도 많이 했으면 좋겠다. 완벽주의는 아니다. 아쉬움이 있지만 이미 어느 정도 양보하고 있다. (웃음)

Q. 작가와 PD들이 회의를 거쳐 매 에피소드를 구성한다고 들었다. 이 세상에 있는 모든 콘텐츠를 참고한다고 했는데, 타임머신 에피소드의 경우 ‘백 투 더 퓨처’에서 영감을 얻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이번 시즌 가장 큰 영감을 준 또 다른 콘텐츠가 있다면?

정종연 : ‘어둠의 별장’ 에피소드는 넷플릭스의 영화 ‘버드박스’에서 영감을 얻었다. 시각이 있는데, 통제되므로 겪는 상황이 재미있었다. 공포 영화의 언어라는 게 주인공과 시청자 사이 공포의 질이 다르다. 현장의 사람은 인지하지 못하는 걸 관객은 보고 있다. 그런 부분은 연출하고 싶었다.

‘빵공장’의 경우 영화 ‘미션 임파서블’ 같은 첩보 영화의 레퍼런스를 참고했다. 다만 ‘대탈출’은 탈출이라는 결론을 내야 하니 스토리를 구상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다.

(▷ [Y터뷰②] ‘대탈출’ 시리즈 정종연 PD “강호동, 방송밖에 모르는 천성 예능인”르로 이어짐.)

YTN Star 김성현 기자 (jamkim@ytnplus.co.kr)
[사진 제공 =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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