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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윤종훈(36)이 기억을 소재로 한 한 두 작품으로 대중과 만난다. 웹드라마 '타이밍'과 MBC 새 수목극 '그 남자의 기억법'을 통해서다. '타이밍'은 기억상실증을, '그 남자의 기억법'은 그 반대인 과잉기억증후군을 다뤘다. 두 작품 모두 기억을 주요한 장치로 내세웠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그 남자의 기억법’은 1년 365일 8760시간을 모조리 기억하는 남자와 삶의 중요한 시간을 망각해버린 여자, 같은 상처를 가진 두 사람이 운명처럼 만나 서로를 사랑하게 되는 이야기를 담은 로맨스 휴먼 멜로 드라마. 웹드라마 ‘타이밍’과는 또 다른 윤종훈의 모습을 만날 수 있을 듯하다.
"‘그 남자의 기억법’은 좀 더 무거워요. 한 남자가 모든 기억을 잊지 못하고 기억하는데, 좋은 기억뿐이면 좋지만 안 좋은 기억들도 있잖아요. 어떤 여자는 어떤 시점부터 그 이전의 상황들을 하나도 기억하지 못하고요. 제가 맡은 정신과 의사 유태인은 그런 두 사람 사이에서 안타까워하고 걱정하고 힘들어하는 역할이죠.”
윤종훈은 극 중 이정훈(김동욱 분)의 절친이자 주치의 유태은 역을 맡았다. 서글서글하고 밝은 성격으로 항상 미소 짓는 얼굴에 친절하고 예의 바르며 상냥하다. 사람들은 그런 그를 사려 깊고 좋은 사람으로 평가하며 주변엔 항상 사람이 끊이질 않지만, 어딘가 모르게 그늘이 서려 있는 인물이다.
“대외적으로 상냥하고 젠틀하죠. 지켜야 할 예의에 완벽함을 추구해요. 하지만 오직 절친 이정훈(김동욱 분) 앞에서만 마음을 드러내죠. 태은을 사이에 두고 부모님과 관계, 정훈과의 관계, 여하진(문가영 분)과의 관계 등이 복잡하고 미묘하게 얽혀 있어요. 그래서인지 촬영하고 오면 마음이 좀 가라앉기도 하는데, 요즘 시국도 좀 힘들다 보니 더 그런 거 같기도 하고요. 너무 다운되지 않도록 운동 열심히 하면서 마인드 콘트롤하고 있어요. (웃음)”
상당 기간을 다른 인물이 돼 살아가는 배우들에게, 온전히 자신으로 지내는 시간 또한 중요하다. 자기중심을 잡지 못하면 그 어떤 인물로도 자유롭게 변신하기 어렵다.
“서예도 3년 정도 하고 있고, 여기저기 관심이 많은 편이에요. 스킨스쿠버 자격증에도 도전해 봤고요. 요즘은 제 가슴을 울리는 이야기를 담은 만화책을 수집하고 있어요. 보드게임도 좋아해서 지인들과 즐길 수 있는 것들 하나둘 모으고 있죠. 제가 집돌이 스타일이기도 하고, 연기가 워낙 감정을 쏟는 일이다 보니, 나만의 감정을 추스르고 쌓는 것도 중요한 일이거든요. 그래서 짬 날 때 오롯이 나만의 시간을 만들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응급남녀’, ‘리턴’에 이어 또 다시 의사 역할을 맡은 점도 눈길을 끈다. 윤종훈은 의사 역할이었지만 막상 의사다운 모습을 보여줄만한 장면들은 없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언제부터인지 정확히 모르겠어요. 하하. 데뷔할 때는 양아치나 일진, 밉상 같은 역할을 많이 했어요. 어느 순간 의사 역할이 많이 오고 있네요. 사실 의사라고 해도 직업만 의사일 뿐, 수술을 집도한다거나 그런 신은 별로 없었어요.(웃음) ‘응급남녀’에서는 맨날 클럽에서 놀다가 음악 쪽으로 전향해 버렸고, ‘리턴’에서도 마약을 하는 장면만 나왔거든요. 이번에는 정신과 의사 역할이라서 의학 드라마에서 자주 보던 수술 장면보다는 상담하는 모습 위주로 나올 거 같아요.”
윤종훈은 캐릭터의 직업과 별개로, 그 안에 감춰진 다양한 성격과 감정과 보여주는 데 집중해 왔다. ‘응답하라1994', '청춘시대', '라이더스' 등에서 시대의 청춘을 대변하며 풋풋한 매력을 보여주는가하면, '리턴'에서 마약에 빠진 타락한 의사 역할로 180도 다른 얼굴을 보여줬다. '황후의 품격'에서 테러리스트 역할로 특별출연해 짧지만 강렬한 존재감을 보여줬고, '내 사랑 치유기'에서는 사고뭉치 남편 역으로 또 한 번 연기 변신을 선보이기도 했다.
“제가 이전 작품과 연장선에 있는 캐릭터를 피하는 경향이 있는 거 같아요. 밝은 역할을 하면 악역이나 딥한 연기가 그리워지고, 딥한 걸 하다 보면 밝은 역할이 그리워 지더라고요. 그래서 차기작에서는 지금 하고 있는 것과 반대되는 역할을 택하게 돼요. 전작에서 철없는 푼수 캐릭터여서 이번에 좀 반전이 있는 캐릭터가 끌렸던 거 같아요.”
의사 가운이 잘 어울리는 배우이지만, 사실 윤종훈은 액션 스쿨 출신이기도 하다. 좀처럼 볼 수 없었던 그의 액션 연기도 궁금해진다.
“액션을 보여줄 기회가 별로 없기도 했고, 그런 장면이 있어도 가능한 스턴트 전문 배우에게 맡기려 해요. 혹여나 제가 다치게 되면 촬영이 딜레이 될 테고, 피해가 갈 수 있으니까요. 물론 제가 소화할 수 있는 선에서는 하려고 하지만 과욕은 부리지 않으려 하죠. 하지만 액션을 제대로 보여 줄 수 있는 작품도 해보고 싶은 마음은 있어요. 확실하게 단련을 한 뒤 임해야겠지만요. 당시 액션 스쿨 같이 졸업한 친구가 지금 무술 감독이 됐어요. ‘대립군’ 액션신을 연출했죠. 가끔 만나면 ‘언제 둘이 액션 작품으로 만나면 좋겠다.’ 이런 얘기 나누기도 해요. 하하.”
이처럼 늘 새롭고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것이 연기자의 욕심. 하지만 배우가 전하고자 하는 마음과 이를 받아들이는 시청자의 마음이 늘 일치하는 것은 아니기에, 하면 할수록 연기가 더 어렵다.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노력은 하지만, 제 의도와 시청자의 반응은 또 다른 거라 어려운 거 같아요. ‘리턴’ 때도 사실 캐릭터를 그렇게 좋아해 주실 줄 몰랐어요. 마약에 빠진 의사였는데 오히려 연민 어린 감정으로 봐주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청춘시대’ 서동주 역도 예상 못 한 반응들이 있었죠. 매번 진심을 담아 연기한다고 하는데, 저 혼자 열심히 한다고 모두가 똑같이 느끼지는 못하는 거 같아요. 그래서 항상 연기가 어렵고, 어떻게 전달할지 고민하게 돼요.”
기억을 잃은 효민을 지켜주는 ‘타이밍’의 보석과 과잉기억에 시달리는 정훈을 돌보는 ‘그 남자의 기억법’ 속 유태은처럼. 윤종훈은 때론 잊고 싶고, 때론 새겨두고 싶은 기억들 사이에서 일희일비하지 않고 균형을 잡으려 애쓰고 있다. 소홀히하지 않고, 집착하지 않고, 그저 하루하루 충실하게 살아가며 자신만의 필모그래피를 써 내려가는 것. 그것이 배우 윤종훈, 또 인간 윤종훈의 기억법이다.
“제게도 분명 흑역사가 분명 있고 인터넷에 지우고 싶은 사진도 아주 많죠. 근데 결국 다 내 흔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아쉽게 여기지 않으려고 노력하죠. 반대로 잊고 싶지 않은 기억들은 특별히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려고 하고요. 하루하루를 충실히 보내면서 살려고 하죠. 결국에 인간이 가지는 원초적 불안은 평생의 숙제인 거 같아요. 그게 없었으면 싶으면서도, 또 그게 없으면 재미없을 거 같기도 하고요. 하하.”
YTN Star 최보란 기자 (ran613@ytnplus.co.kr)
[사진촬영 = YTN Star 김태욱 PD (twk557@ytnplus.co.kr), 제공 = 초록뱀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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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의 기억법’은 1년 365일 8760시간을 모조리 기억하는 남자와 삶의 중요한 시간을 망각해버린 여자, 같은 상처를 가진 두 사람이 운명처럼 만나 서로를 사랑하게 되는 이야기를 담은 로맨스 휴먼 멜로 드라마. 웹드라마 ‘타이밍’과는 또 다른 윤종훈의 모습을 만날 수 있을 듯하다.
"‘그 남자의 기억법’은 좀 더 무거워요. 한 남자가 모든 기억을 잊지 못하고 기억하는데, 좋은 기억뿐이면 좋지만 안 좋은 기억들도 있잖아요. 어떤 여자는 어떤 시점부터 그 이전의 상황들을 하나도 기억하지 못하고요. 제가 맡은 정신과 의사 유태인은 그런 두 사람 사이에서 안타까워하고 걱정하고 힘들어하는 역할이죠.”
윤종훈은 극 중 이정훈(김동욱 분)의 절친이자 주치의 유태은 역을 맡았다. 서글서글하고 밝은 성격으로 항상 미소 짓는 얼굴에 친절하고 예의 바르며 상냥하다. 사람들은 그런 그를 사려 깊고 좋은 사람으로 평가하며 주변엔 항상 사람이 끊이질 않지만, 어딘가 모르게 그늘이 서려 있는 인물이다.
“대외적으로 상냥하고 젠틀하죠. 지켜야 할 예의에 완벽함을 추구해요. 하지만 오직 절친 이정훈(김동욱 분) 앞에서만 마음을 드러내죠. 태은을 사이에 두고 부모님과 관계, 정훈과의 관계, 여하진(문가영 분)과의 관계 등이 복잡하고 미묘하게 얽혀 있어요. 그래서인지 촬영하고 오면 마음이 좀 가라앉기도 하는데, 요즘 시국도 좀 힘들다 보니 더 그런 거 같기도 하고요. 너무 다운되지 않도록 운동 열심히 하면서 마인드 콘트롤하고 있어요. (웃음)”
상당 기간을 다른 인물이 돼 살아가는 배우들에게, 온전히 자신으로 지내는 시간 또한 중요하다. 자기중심을 잡지 못하면 그 어떤 인물로도 자유롭게 변신하기 어렵다.
“서예도 3년 정도 하고 있고, 여기저기 관심이 많은 편이에요. 스킨스쿠버 자격증에도 도전해 봤고요. 요즘은 제 가슴을 울리는 이야기를 담은 만화책을 수집하고 있어요. 보드게임도 좋아해서 지인들과 즐길 수 있는 것들 하나둘 모으고 있죠. 제가 집돌이 스타일이기도 하고, 연기가 워낙 감정을 쏟는 일이다 보니, 나만의 감정을 추스르고 쌓는 것도 중요한 일이거든요. 그래서 짬 날 때 오롯이 나만의 시간을 만들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응급남녀’, ‘리턴’에 이어 또 다시 의사 역할을 맡은 점도 눈길을 끈다. 윤종훈은 의사 역할이었지만 막상 의사다운 모습을 보여줄만한 장면들은 없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언제부터인지 정확히 모르겠어요. 하하. 데뷔할 때는 양아치나 일진, 밉상 같은 역할을 많이 했어요. 어느 순간 의사 역할이 많이 오고 있네요. 사실 의사라고 해도 직업만 의사일 뿐, 수술을 집도한다거나 그런 신은 별로 없었어요.(웃음) ‘응급남녀’에서는 맨날 클럽에서 놀다가 음악 쪽으로 전향해 버렸고, ‘리턴’에서도 마약을 하는 장면만 나왔거든요. 이번에는 정신과 의사 역할이라서 의학 드라마에서 자주 보던 수술 장면보다는 상담하는 모습 위주로 나올 거 같아요.”
윤종훈은 캐릭터의 직업과 별개로, 그 안에 감춰진 다양한 성격과 감정과 보여주는 데 집중해 왔다. ‘응답하라1994', '청춘시대', '라이더스' 등에서 시대의 청춘을 대변하며 풋풋한 매력을 보여주는가하면, '리턴'에서 마약에 빠진 타락한 의사 역할로 180도 다른 얼굴을 보여줬다. '황후의 품격'에서 테러리스트 역할로 특별출연해 짧지만 강렬한 존재감을 보여줬고, '내 사랑 치유기'에서는 사고뭉치 남편 역으로 또 한 번 연기 변신을 선보이기도 했다.
“제가 이전 작품과 연장선에 있는 캐릭터를 피하는 경향이 있는 거 같아요. 밝은 역할을 하면 악역이나 딥한 연기가 그리워지고, 딥한 걸 하다 보면 밝은 역할이 그리워 지더라고요. 그래서 차기작에서는 지금 하고 있는 것과 반대되는 역할을 택하게 돼요. 전작에서 철없는 푼수 캐릭터여서 이번에 좀 반전이 있는 캐릭터가 끌렸던 거 같아요.”
의사 가운이 잘 어울리는 배우이지만, 사실 윤종훈은 액션 스쿨 출신이기도 하다. 좀처럼 볼 수 없었던 그의 액션 연기도 궁금해진다.
“액션을 보여줄 기회가 별로 없기도 했고, 그런 장면이 있어도 가능한 스턴트 전문 배우에게 맡기려 해요. 혹여나 제가 다치게 되면 촬영이 딜레이 될 테고, 피해가 갈 수 있으니까요. 물론 제가 소화할 수 있는 선에서는 하려고 하지만 과욕은 부리지 않으려 하죠. 하지만 액션을 제대로 보여 줄 수 있는 작품도 해보고 싶은 마음은 있어요. 확실하게 단련을 한 뒤 임해야겠지만요. 당시 액션 스쿨 같이 졸업한 친구가 지금 무술 감독이 됐어요. ‘대립군’ 액션신을 연출했죠. 가끔 만나면 ‘언제 둘이 액션 작품으로 만나면 좋겠다.’ 이런 얘기 나누기도 해요. 하하.”
이처럼 늘 새롭고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것이 연기자의 욕심. 하지만 배우가 전하고자 하는 마음과 이를 받아들이는 시청자의 마음이 늘 일치하는 것은 아니기에, 하면 할수록 연기가 더 어렵다.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노력은 하지만, 제 의도와 시청자의 반응은 또 다른 거라 어려운 거 같아요. ‘리턴’ 때도 사실 캐릭터를 그렇게 좋아해 주실 줄 몰랐어요. 마약에 빠진 의사였는데 오히려 연민 어린 감정으로 봐주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청춘시대’ 서동주 역도 예상 못 한 반응들이 있었죠. 매번 진심을 담아 연기한다고 하는데, 저 혼자 열심히 한다고 모두가 똑같이 느끼지는 못하는 거 같아요. 그래서 항상 연기가 어렵고, 어떻게 전달할지 고민하게 돼요.”
기억을 잃은 효민을 지켜주는 ‘타이밍’의 보석과 과잉기억에 시달리는 정훈을 돌보는 ‘그 남자의 기억법’ 속 유태은처럼. 윤종훈은 때론 잊고 싶고, 때론 새겨두고 싶은 기억들 사이에서 일희일비하지 않고 균형을 잡으려 애쓰고 있다. 소홀히하지 않고, 집착하지 않고, 그저 하루하루 충실하게 살아가며 자신만의 필모그래피를 써 내려가는 것. 그것이 배우 윤종훈, 또 인간 윤종훈의 기억법이다.
“제게도 분명 흑역사가 분명 있고 인터넷에 지우고 싶은 사진도 아주 많죠. 근데 결국 다 내 흔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아쉽게 여기지 않으려고 노력하죠. 반대로 잊고 싶지 않은 기억들은 특별히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려고 하고요. 하루하루를 충실히 보내면서 살려고 하죠. 결국에 인간이 가지는 원초적 불안은 평생의 숙제인 거 같아요. 그게 없었으면 싶으면서도, 또 그게 없으면 재미없을 거 같기도 하고요. 하하.”
YTN Star 최보란 기자 (ran613@ytnplus.co.kr)
[사진촬영 = YTN Star 김태욱 PD (twk557@ytnplus.co.kr), 제공 = 초록뱀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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