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th 부국제] 이용관 이사장 "자신감 얻고, 희망 봤다" (인터뷰①)

[24th 부국제] 이용관 이사장 "자신감 얻고, 희망 봤다" (인터뷰①)

2019.10.12. 오전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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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th 부국제] 이용관 이사장 "자신감 얻고, 희망 봤다" (인터뷰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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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는 '정상화의 원년'을 선언했다. 12일 폐막하는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이하 부국제)는 '재도약의 시기'를 선포했다. 이를 위해 영화제는 다양한 시도를 감행했다. 영화제의 상징이었던 해운대 해수욕장 무대 행사를 영화의 전당으로 집중시켰다. 영화제가 태동한 중구 남포동을 거점으로 관객 참여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김지미를 아시나요', '리퀘스트시네마: 신청하는 영화관', '리액션시네마: 반응하는 영화관', '리스펙트시네마: 애증하는 영화관' 등 관객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했다.

정치적 문제로 한바탕 홍역을 앓았던 부산국제영화제에 지난해 돌아온 이용관 이사장은 "어떻게 하면 관객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지"를 끊임없이 고민했다. 올해 초 대규모 조직, 인사, 프로그래밍 개편을 이뤘고 지난해 결과를 바탕으로 획기적인 계획들을 세웠다. 영화제 막바지인 지난 10일 마주한 이용관 이사장의 얼굴을 밝았다. "고쳐야 할 점도 있지만, 관객들의 반응을 보고 자신감을 얻고 희망을 봤다"며 "내년에 더 재밌게 할 수 있을 것"이라며 25주년으로 돌아올 부국제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이하 이용관 이사장과 나눈 일문일답

Q: 태풍이 지나가고 성공적으로 개막식을 치를 수 있어서 안도했을 것 같다.
이용관 이사장(이하 이): 태풍이 오면 해운대 해수욕장에 설치한 비프 빌리지를 옮기는데, 돈이 많이 들고 스태프나 자원활동가가 진력을 뺀다. 초기에 힘을 다 쓴다. 시작할 때부터 지치는 거다. 올해는 활기를 띠면서 시작하니까 영화제가 잘 진행된 거 같다. 어느덧 바닷가의 풍경이 영화제의 '시그니쳐'가 됐다. 그걸 버리는 게 두려웠지만 성공했다. 스태프들의 위기관리 능력이 높아졌다. 탄력적인 운영의 노하우를 가지게 된 거 같다. 무사히 태풍이 지나가서 영화제를 잘 치러 하느님과 스태프, 자원활동가에게 감사하다.

Q: 관객 참여 프로그램인 '커뮤니티 비프'로 남포동에 활력을 불러 일으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영화제 측은 어떻게 보고 있나?
이: 보람 있는 일이다. 고민은 작년에 시작됐다. 영화제는 프로그래머들이 세계를 돌아다니고 300여 편 정도의 영화를 선정해 관객들에게 선보인다. 커뮤니티 비프는 관객들이 직접 프로그래머도, 기획자도 된다. '가능할까?' 싶었지만, 작년에 시범적으로 해본 결과가 좋아 시도할 수 있었다. 3개년 계획을 세웠는데 내년에는 더 본격적으로 해보려고 한다. 스스로 진화하는 걸 목표하고 있다. 영화제가 기획하고 아이디어를 내는 게 아니라 시민들이 스스로 만들어갈 것이다. 젊은 기획자들이 나온다면 적극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24th 부국제] 이용관 이사장 "자신감 얻고, 희망 봤다" (인터뷰①)

Q: 영화의 전당으로 행사를 집결시켰다. 영화의 전당 초입에 푸드 트럭을 세우고 굿즈를 판매하기도 했는데.
이: 자체적으로는 좋게 평가하고 있다. 너무 겁을 먹었다. 내년엔 더 재밌게 해도 되겠다 싶다. 안 해 보던 일이니까 내부에서도 겁을 냈다. 푸드 트럭은 영화제의 격을 떨어뜨리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왔다. 자신감을 얻은 게 올해의 소득이다. 야외무대인사를 위해 무대 높이도 90cm에서 70cm로 낮췄다. 영화제의 권위 의식도 낮추고자 했다. 궁극적인 목표는 영화의 전당 도로를 쓰는 거다. 개막식이 있는 날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 도로를 막았는데 가능성을 발견했다. 새로운 시도를 하니까 호응을 얻을 수 있을지 걱정됐는데 하루, 이틀 만에 우려가 없어졌다.

Q: 앞으로 해운대는 어떻게 이용할까?
이: 예산이 11년째 동결이기 때문에 뭘 확산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 태풍이 오면 손해가 막심하다. 돈도 돈이지만 사기 문제가 있다. 자원활동가가 고생하는 걸 보면 우울하다. 거기서 벗어날 수는 있었다. 물론 안 가는 것은 아니다. 해운대는 여기서 실력을 키운 다음에 넓혀가려고 한다. 바닷가에서 영화 상영도 하고 카페도 하는 등 새로운 형태로 말이다. 과거의 형태로 가는 건 소모적이다.

Q: 왜 그간 다양한 시도를 못 했던 걸까?
이: 일단 영화의 전당에 적응하려는 노력이 필요했다. 또 정치적 문제가 있었다. 작년에 정상화를 이룬 만큼 올해는 신선하게 거듭나자는 목표가 있었다.

Q: 올해를 재도약의 시기로 명명했다. 자체 평가는?
이: 지난해 정상화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를 얻었다. 무엇보다 커뮤니티 비프는 큰 수확이었다. 내년엔 정말 재미있을 것 같다. 올해를 잘 정리해서 내년을 더 풍요롭고 체계적으로 펼치는 게 목표다. 재도약을 꽃밭으로 만들고 싶다.(웃음)

[24th 부국제] 이용관 이사장 "자신감 얻고, 희망 봤다" (인터뷰①)

Q: 아쉬웠던 점은?
이: 조직 개편을 하긴 했지만 더 개선해서 '집단지성'을 꾸리려고 한다. 그것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예산은 11년째 동결이다. 어떤 협찬이 붙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게 많다. 정부가 영화제를 부산에 한정된 것이 아닌 범정부적인 재산이라고 여겨줬으면 좋겠다. 창업멤버는 물러날 때가 다가왔다. 젊은 사람들을 교육하고 훈련해야 하는데 저임금이 걸린다. 누가 오려고 하겠는가. 그런 문제가 해결되면 젊은 기획자들이 많이 나올 것이다. 배가 고프면 문화 기획자가 나올 수 없다. 프로그램이 나오려면 보조를 해줘야 한다. 뛰어난 사람들이 많은데 아깝다. 우리가 사치를 누리려는 게 아니다. 그런 이유로 예산을 늘려달라고 하는 거다.

Q: 이사장으로서의 목표가 있다면?
이: 하나는 제도적인 문제다. 현재 영화제는 이사회 중심인데 집행위원회 체제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의사결정이 상명하달이 아닌 밑에서 이뤄져야 하는데 그게 안 되고 있다. 이사회로 권력이 집중되는 건 막아야 한다. 여기에 아시아필름마켓 독립과 커뮤니티 비프의 '레벨'을 높여 자기 진화를 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 지금으로서의 목표다.

Q: 내년이면 부국제가 25주년이다. 어떤 걸 기대할 수 있을까?
이: 새로운 개화! 의욕적인 시도들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부산 전체가 축제의 장이 되고 더 나아가 부울경(부산 울산 경남)으로 뻗어 나갈 수 있게 노력할 것이다. 젊은 기획자를 만들려고 하는데 쉽지는 않다. 우리가 교육해서 물려주는 건 아닌 거 같다. 스스로 자라고 변화할 수 있는 생태계와 토양을 만드는 것에 매진할 것이다.

YTN Star 조현주 기자(jhjdhe@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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