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리뷰] "사람이 더 무서워"...'도어락', 일상 파고드는 현실공포 스릴러

[Y리뷰] "사람이 더 무서워"...'도어락', 일상 파고드는 현실공포 스릴러

2018.11.27. 오전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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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보다 무서운 게 사람"이라는 것을 또 한 번 실감케 하는 현실감 가득한 공감 스릴러다.

오는 12월5일 개봉하는 영화 '도어락'(감독 이권 배급 메가박스중앙 플러스엠)은 혼자 사는 경민(공효진)의 집에 조용히 숨어든 낯선 자의 정체를 쫓는 스릴러물이다. 가장 안전한 곳이라 믿었던 집이 가장 위험한 장소로 바뀌면서 소름돋는 공포를 선사한다.

영화의 시발점은 경민의 원룸에서 발생한 의문의 살인 사건이지만, 공포의 시발점은 그보다 앞서 있다. 누군가 뒤따라오는 것 같은 귀갓길, 낯선 사람과 단 둘 뿐인 엘리베이터, 한밤중 누군가 문고리를 잡아 흔드는 소리 등 일상 속 두려운 순간들을 포착해 현실 밀착형 공포를 선사한다.

경민은 열려있는 도어락과 현관문 앞에 떨어진 담배꽁초에 이어, 누군가 밤중에 현관문을 열려고 하는 것을 목격한 뒤 불안감에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지만 "사건접수는 사건이 발생한 후에 할 수 있는 것"이라는 말만 돌아올 뿐이다. 결국 누군가 목숨을 잃은 후에야 조사가 시작된다.

'도어락'은 이처럼 불안하고 두렵지만, 홀로 감내해야 하는 일상의 공포들을 재현해 공감을 극대화 한다. 주변의 누군가가 한 번쯤 겪어 보았을 상황이 몰입감을 이끌어내고, 살아남기 위해 홀로 고군분투하는 경민의 모습은 '과연 나라면 어떻게 할까'라는 현실적인 고민을 안긴다.

영화 제목 '도어락'은 자발적으로 고립과 소외를 택한 현대인들의 삶을 뜻한다. 이 권 감독은 "우리나라만큼 도어락을 많이 설치한 나라가 없다. 외국은 아직도 열쇠를 많이 사용하고 장거리 여행을 갈 때 이웃에게 집을 봐 달라며 열쇠를 맡긴다고 하더라. 결국 문제가 발생했을 때 대처할 수 있는 사람도 자기자신밖에 없는 현실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공효진은 혼자 사는 평범한 직장인 여성의 이미지를 완벽하게 구연, 사건의 발발부터 해결과정에 이르기까지 개연성 있는 캐릭터를 추구했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지만, 막상 자신이 당할 것이라 생각하지 못한 상황들을 맞닥뜨린 주인공의 두려움과 무력감 등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범인을 향한 최후의 저항까지 고민이 담긴 연기를 보여준다.

공효진은 "제가 했던 역할 중에서 가장 평범한, 드라마틱하지 않은 캐릭터였기 때문에 해 보고 싶었다. 현실에 있는 내 친구같고, 아래층 이웃 같은 면을 살려보고자 했다"며 "폐가에 들어가는 연기도 일부러 망설이는 모습을 보여주려 했다. 전화를 하면서 들어간다던지, 문을 활짝 열어 놓는다던지, 무서운 곳을 갈 때 효주와 함께 간다던지. 현실적이라는 핑계 아래, 또 영화에 문제가 되지 않는 부분에서 디테일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대신 김예원이 연기한 효주가 자칫 답답해 보일 수 있는 경민 캐릭터를 보완했다. 효주는 경민의 직장동료이자 유일하게 그녀의 말을 믿는 절친. 저돌적으로 밀어 붙이는 캐릭터로 긴장감 가득한 전개에 쉼표 역할을 해준다.

아쉬운 점은 구성과 연출력이다. 범인의 정체를 쫓아가는 과정에서 던져진 단서들은 어딘가 허술하고, 사건의 전개 과정도 기대 만큼 쫀쫀하지 못하다. 속수무책 당하기만 하는 경찰과 피해자들의 모습이 분노보다는 답답함을 유발하기도.

초반 일상 속 공포를 교묘하게 파고들며 공감을 자극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스릴러의 공식을 쫓으며 점차 현실에서 멀어진다. 나름의 반전 요소를 심어 뒀지만 공식에 기반한, 예상할 수 있는 범주안에 있다.

YTN Star 최보란 기자 (ran613@ytnplus.co.kr)
[사진 = 메가박스중앙 플러스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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