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리뷰] 진지한 흑인 영웅 '블랙팬서'의 성장기

[Y리뷰] 진지한 흑인 영웅 '블랙팬서'의 성장기

2018.02.12. 오전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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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스스로 어떤 왕이 될지 결정해야 해."

마블 스튜디오(이하 마블)가 야심차게 내놓은 신작 '블랙팬서'(감독 라이언 쿠글러)는 주인공의 성장과 선택에 초점이 맞춰진 영화다. 작품은 타찰라(블랙팬서/채드윅 보스만)가 티차카에 이어 와칸다 제국의 '진정한' 왕이 되가는 과정을 담는다. 디즈니 '라이온 킹'(1994)이 떠오르는 전통적인 서사 과정은 유쾌한 만담과 화려한 액션이 트레이드마크인 '마블표' 영화가 주는 통쾌함은 반감됐지만, "단순한 팝콘무비가 아니다"는 타찰라 역의 채드윅 보스만이 말처럼 마블의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준다.

'블랙팬서'에는 '마블의 가장 혁신적인 히어로'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2008년 '아이언맨'을 시작으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Marvel Cinematic Universe)라는 세계관을 구축한 마블이 최초로 선보이는 흑인 영웅이기 때문. 여기에 블랙팬서는 아이언맨을 뛰어넘는 재력가이자, 캡틴 아메리카와 필적하는 신체 능력을 지닌 슈퍼 히어로다. 영화 속 대부분의 출연진과 감독은 흑인이고, 이야기가 주된 배경은 와칸다라는 가상의 국가지만, 아프리카의 문화가 짙다.

블랙팬서는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2016)에서 첫 등장했다. 타찰라의 아버지인 티차카가 폭탄테러로 목숨을 잃었다. '블랙팬서'는 티차카의 뒤를 이어 와칸다의 왕위를 계승, 블랙팬서가 되는 타찰라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블랙팬서는 와칸다 왕국 최고의 전사에게 전해져 내려오는 호칭이다.

극 속 와칸다는 세계 최빈국이지만 실은 희귀 금속 '비브라늄'이 숨겨져 있는, 최첨단 과학기술을 보유한 강국이라는 설정으로 흥미를 자아낸다. 비브라늄은 강력한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는 만능 물질이자 블랙팬서 슈트의 원료다.

티찰라와 그의 일행은 비브라늄을 약탈해 판매하려는 율리시스 클로(앤디 서키스)를 쫓아 부산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CIA 부국장 에버렛 로스(마틴 프리먼)와 협력하게 된다. 그러나 티차카에 대한 분노를 가지고 있는 에릭 킬몽거(마이클 B. 조던)가 왕권에 도전하며 와칸다의 운명을 시험 받는다.

블랙팬서는 1996년 흑인 인권 운동가 맬컴엑스의 추종자들이 설립한 '흑표단'과 같은 이름이다. 인종 문제에 대한 방법론적인 대립이 주된 갈등이다. 억압받는 흑인들을 조명해 이들을 어떻게 도와야하는지를 두고 대립한다. 심오한 주제와 메시지를 안긴다. 다만 와칸다의 전통문화에 기반을 둔 왕위 선출 방식과 이에 대항하는 킬몽거와 자신의 숙명을 깨닫는 타찰라 등 '블랙팬서'는 모험 대신 안전한 전개 방식을 택한다. 때문에 전개는 늘어지는 편이다.

아이언맨, 토르, 스파이더맨, 앤트맨 등 마블 속 히어로들이 탁월한 유머감각으로 매력을 어필하는 반면 블랙팬서에게 이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는 시종일관 진지하고 진중하다.

'블랙팬서'는 지난해 3월 부산에서 촬영을 진행했다. 실망감을 자아냈던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의 서울 촬영보다 확실히 공들인 티가 난다. 부산 수산시장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추격전과 부산 '자갈치 아줌마'는 남다른 존재감을 뽐낸다. 광인리 해변, 광안대표, 마리시티 등 부산의 야경을 잘 담아냈다. 루피타 뇽이 직접 한국어 대사를 소화하기도 하는데, 한국 관객들의 취향을 저격한다.

12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35분. 오는 14일 국내 개봉. 쿠기 영상은 두 개가 있다.

YTN Star 조현주 기자 (jhjdhe@ytnplus.co.kr)
[사진출처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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