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윈폴리오 <웨딩케이크>, 원래는 성숙한 사랑 노래?

트윈폴리오 <웨딩케이크>, 원래는 성숙한 사랑 노래?

2015.02.11. 오후 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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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개봉한 정우, 한효주 주연의 영화 쎄시봉(감독 김현석, 제작 제이필름)이 5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관객 수 71만 명을 넘어섰다. 무서운 기세로 100만 관객 돌파를 향해 달려가는 영화 쎄시봉은 70년대 포크 열풍을 일으킨 조영남, 윤형주, 송창식, 이장희 등을 배출한 음악 감상실 쎄시봉을 배경으로 한다. 잔잔하고 낭만적인 통기타 음악으로 5,60대를 향수에 젖게 하는 동시에 가슴 저릿하고 아련한 첫사랑의 기억을 불러일으키며 관객들의 발길을 이끌고 있다.

영화 쎄시봉은 트윈 폴리오가 데뷔 전에는 사실 제 3의 인물 오근태(정우)와 함께 음악감상실 쎄시봉에서 트리오로 활동했다는 설정에 그들의 뮤즈였던 민자영(한효주)과 오근태의 잊지 못할 첫사랑 이야기를 더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영화 <건축학 개론>과 <써니>의 분위기를 물씬 풍겨 자칫 잘못하면 '어디선가 본 듯한 진부한 이야기'로 끝나버릴 수도 있을 얘기를 김현석 감독은 현명하게 풀어나간다.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담배 가게 아가씨>, <그건 너> 등 당대를 풍미했던 명곡들을 양념 삼아 줄거리와 꼭 맞아떨어지게끔 버무려놓음으로써 차별화를 시도했고 이는 꽤 성공적으로 관객들의 반응을 이끌어냈다. 영화 곳곳에서 흘러나오는 추억의 음악들은 관객들의 웃음을 유발하기도 하며 원곡을 따로 감상했을 때와는 색다른 재미와 감동을 준다.

쎄시봉은 기본 구성을 음악 영화로 하고 있는 만큼 듣는 재미를 위해 음악에 굉장히 신경 쓴 영화다. 6억여 원을 음원 사용료로 지불했는데, 이는 영화 전체 제작비의 무려 10퍼센트에 달하는 수준이다. 이렇게 삽입된 트윈 폴리오의 주옥같은 명곡과 당대에 돌풍을 일으켰던 포크송은 이야기가 진행되는 내내 관객을 점점 더 영화 속으로 빨아들이는 역할을 한다.

그 중 영화 줄거리의 중심이 되는 오근태와 민자영의 안타까운 사랑 이야기를 대변하는 트윈 폴리오의 <웨딩 케이크>는 영화가 끝난 후에도 잔잔한 여운을 남긴다. 트윈 폴리오가 불러 유명해졌기 때문일까. 멜로디에 비해 슬픈 가사를 담고 있어 우리에게는 슬픈 곡으로 잘 알려진 이 곡의 원곡은 사뭇 다른 분위기를 가진다. 원곡인 코니 프란시스가 부른 <웨딩 케이크>는 결혼을 앞둔 여성들에게 결혼에 대한 환상을 버리고 부부 간 보다 성숙한 사랑을 할 것을 가르친다. 여자는 남자에게 '앞날의 어두운 그림자도 당당히 맞서면 멀리 사라질 거라 믿고 태양을 찾자(It's facin’ shadows of the future prayin' they will fall away as we walk toward them searchin' for the sun)'라고 말한다. 즉, 웨딩케이크를 자르면서 시작되는 결혼 후의 사랑에는 기쁨만 있는 것이 아니라 슬픔이 함께 한다는 것을 여자도 알고 있으며 이를 받아들인다는 내용이다. 영화에서는 민자영이 오근태에게 이 곡을 들려주며 자신은 왠지 모르게 이 노래가 슬프게 들린다고 말한다. 영화는 이 장면을 통해 둘의 슬픈 결말을 암시한다. 그리고 결국 다른 사람과의 결혼을 앞두고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의 집 앞에 두고 간 웨딩케이크를 보며 슬픔에 빠져든다는 가슴 아픈 내용을 담은 곡으로 재탄생하게 되는 과정을 그린다. 다만 이들의 테마곡으로 코니 프란시스의 가 삽입되었어도 좋았을 것 같다. 이 노래는 결혼을 앞둔 신부가 헤어진 연인에게 '혼인 서약을 할 때 마음속으론 앞에 있는 사람이 당신이었으면 하고 있을 것이란 걸 기억해줘요(just remember when I say "I do", In my heart, I'll be wishing it was you)'라고 말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오근태를 사랑하면서도 자신의 꿈을 보다 현실적으로 이루어줄 수 있는 사람에게 시집을 가는 민자영의 심경을 대변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한다.

영화 쎄시봉은 70년대 청춘들의 우정과 음악, 사랑 이야기를 그려 중․장년층들에게는 추억을 선물한다. 또, 젊은 층에게는 아버지 세대가 열광했을 그 때의 담백하면서도 낭만적인 노래를 함께 즐길 수 있도록 꾸몄다. 이처럼 다양한 연령층을 아우르기 때문에 당분간 흥행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코니 프란시스(Connie Francis)의 'The Wedding Cake' 원곡과 번역문 그리고 트윈폴리오의 '웨딩케이크' 전문이다.


■The Weeding Cake

by Connie Francis (1969)

Don't be troubled 'bout me cause I'm tired
From workin' 'round the house
When day is done
Don't think you failed me cause you can't afford
That dishwasher to make my life more fun

(하루가 끝나고 내가 집안일에 지쳐도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당신이 내 삶을 여유롭게 해줄 식기세척기를 못 사줘서
내가 실망했을 거라 생각하지 말아요)

You know, the measure of a man is
Much more than just the money he can make
And every woman knows a lot of joy and tears
Come with the wedding cake

(남자의 가치가 돈을 얼마나 버느냐로 결정되는 건 아니니까
모든 여자들은 다 알고 있어요
웨딩 케익을 자르는 순간 기쁨과 눈물이 함께 찾아온다는 것을)

The wedding cake is not all icing
And love and tender whispers in the dark
One slice is concern for all your dreams
Prayed, they won't come true and break your heart
Another slice is feedin' kids and wipin' noses
Cryin' when the doorbell rings and there are roses

(케익에 달콤한 겉 부분만 있는 게 아니듯
어둠 속에는 사랑스러운 속삭임만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케익 한 조각에는 이루어지지 못해 당신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당신의 모든 꿈이 담겨 있고,
다른 한 조각에는 아이들을 돌보고 키우느라 애쓰는 모습,
문 밖의 장미 한 다발에 눈물짓는 모습도 담겨 있어요)

Every woman knows a lot of give and take
Comes with the wedding cake
It's facin' shadows of the future
Prayin' they will fall away as we walk toward them
Searchin' for the sun
And it's long and anxious hours with the wolf at the door
Hugs and kisses when, at last, we see the dawn

(여자들은 다 알고 있어요
결혼이란 많이 주기도 하고 많이 받기도 하는 것이라는 걸
앞날의 그림자도 당당히 맞서면 멀리 사라지고 태양이 비추겠죠
오랜 어둠과 문 앞의 늑대와 함께 불안한 시간들을 견디면
마침내 우린 새벽을 맞이하며 껴안고 입맞춤할 수 있을 거예요)

So when the hands of time trace tellin' lines upon our face
And lace our hair with strands of gray
We laugh and say for all who will partake
It all comes with the wedding cake
Yes, for all who will partake
It all comes with the wedding cake
Yes, for all who will partake
It all comes with the wedding cake

(시간이 흘러 우리 얼굴에 주름이 지고 머리칼이 잿빛이 되었을 때
우리는 웃으며 함께하는 모든 이들에게 말하겠죠
모든 건 웨딩 케이크와 함께 시작되었다고)


■웨딩케이크

노래: 트윈 폴리오(Twin Folio)

이제 밤도 깊어 고요한데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
잠 못 이루고 깨어나서 창문을 열고 내어다보니
사람은 간 곳이 없고 외로이 남아 있는 저 웨딩케이크
그 누가 두고갔나 나는 가네 서글픈 나의 사랑이여

이 밤이 지나가면 나는 가네 원치 않는 사람에게로
눈물을 흘리면서 나는 가네 그대 아닌 사람에게로
이 밤이 지나가면 나는 가네 사랑치 않는 사람에게로
마지막 단 한번만 그대 모습 보게 하여 주오 사랑아

아픈 내 마음도 모르는 체 멀리서 들려오는 무정한 새벽 종소리
행여나 아쉬움에 그리움에 그대 모습 보일까 창밖을 내어다 봐도
이미 사라져버린 그 모습 어디서나 찾을 수 없어

남겨진 웨딩케이크만 바라보며 하염없이 눈물 흘리네
남겨진 웨딩케이크만 바라보며 하염없이 눈물 흘리네

음- 음- 음-
음- 음- 음-


- 이 기사는 YTN 플러스 인턴기자 강승민(성균관대 4학년), 임연재(건국대 4학년) 학생이 취재 작성한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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