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만에 판결 뒤집혀...'청산가리 막걸리 살인 사건' 재심 무죄

14년 만에 판결 뒤집혀...'청산가리 막걸리 살인 사건' 재심 무죄

2025.10.28. 오후 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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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른바 '순천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 사건'으로 중형이 확정됐던 부녀에게 법원이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재심 재판부는 검찰 수사 과정에 강압이 있었다며 부녀의 범행을 입증할 증거나 범행 동기 모두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나현호 기자입니다.

[기자]
70대 아버지와 40대 딸이 법원에서 빠져나오고, 이내 수많은 꽃다발이 전달됩니다.

이른바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 사건'으로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던 백점선 씨 부녀입니다.

재심 재판부는 이들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사건이 벌어진 건 지난 2009년 7월, 동네에서 청산가리 섞인 막걸리를 마셨다가 2명이 숨졌는데 범인으로 백 씨 부녀가 지목됐습니다.

검찰은 이들 부녀가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왔던 게 범행 동기로 이어졌다며 재판에 넘겼고 각각 무기징역과 징역 20년이 선고됐습니다.

이들 부녀에게 무죄 판결이 내려진 건 지난 2011년 11월, 항소심에서 유죄가 선고된 지 14년 만입니다.

재심 재판부는 문맹에 가까운 백 씨와 경계선 지능을 가진 딸에 대한 검찰의 강압 수사를 인정했습니다.

단순 추측만으로 피고인을 압박해 자백을 받아내고, 진술거부권을 알리지 않거나, 유도신문에 해당하는 질문을 반복했다고 봤습니다.

[박준영 /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 사건 재심 변호사 : 검사와 수사관은 머릿속에 그려둔 시나리오를 주입하며 회유했고, 기만과 이간으로 아버지와 딸의 관계까지 흔들었습니다. 이러한 전 과정은 조사 당시의 녹화 영상에 고스란히 남아있습니다.]

아울러 부녀가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왔다거나, 막걸리나 청산가리를 입수한 과정도 객관적 증거가 없었습니다.

십수 년 만에 무죄를 받아낸 백 씨 부녀는 살인범이라는 낙인 속에 보내야만 했던 세월이 기가 막힐 따름입니다.

[백점선 / 청산가리 막걸리 사건 재심 피고인 : 제가 뭐 할 말이 있습니까? 기가 막히죠. 말도 못 해요. 말이 안 나와요.]

검찰은 재심 판결문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거쳐 대법원 상고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YTN 나현호입니다.



YTN 나현호 (nhh7@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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