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 뜨고 꺾이고...부실 고정 신호등에 안전 위협

붕 뜨고 꺾이고...부실 고정 신호등에 안전 위협

2025.08.19. 오전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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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강원도 속초와 양양에서 풍력발전기 운송을 위해 신호등 30여 개 높이가 임시 조정됐습니다.

하지만 안전성 검토 없이 부실하게 고정돼 태풍철을 앞두고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송세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관광객들로 붐비는 강원도 속초시 중앙시장 앞 교차로입니다.

신호등 부착대가 위로 꺾여 있고, 벌어진 연결 부위엔 나사만 임시로 끼워져 있습니다.

다른 신호등은 나사를 풀어 기둥을 기울이면서 주먹이 들어갈 만큼 바닥이 들렸습니다.

높이 5m 가까운 풍력발전기 부품을 실은 트레일러가 통과할 수 있도록 기존보다 수십㎝씩 강제로 높인 겁니다.

쇳조각에 구멍을 뚫고 나사로 고정했다는 신호등입니다.

하지만 살짝 당기자 이렇게 쇳조각이 그대로 빠집니다.

기둥과 바닥은 손이 드나들 정도로 벌어져 있습니다.

속초항에서 양양 풍력발전기 건설 현장까지 29㎞ 구간에서 신호등 30여 개가 이런 식으로 조정됐습니다.

하지만 구조 변경 전후 안전성 검토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양양군청 관계자 (음성변조) : 이런 일이 처음이다 보니까 그런 절차까지 깊게 생각해보지 못해봤거든요.]

신호등 무게는 600여㎏.

고정 상태가 불안정하면 강풍을 견디기 어려워 차량이나 보행자를 덮칠 위험이 큽니다.

[속초시민 (음성변조) : 여긴 바람이 엄청 세잖아요. 바람 불면 저게 (신호등이) 떨어질까 봐 그게 걱정이죠.]

보통 화물 운송 직후에 원상 복구해야 하지만, 경찰과 지자체는 업체의 일정과 비용 부담 등을 이유로 12월까지 6개월간 이 상태를 허용했습니다.

풍력발전기 18기를 옮길 계획이지만, 지금까지 실제 운송은 두 차례에 그쳤습니다.

운송 업체는 운송 때마다 이상 여부를 점검하겠다고 해명했지만, 전문가들은 보강 조치가 시급하다고 경고합니다.

[이수범 / 서울시립대 교통공학과 교수 : 바닥에 고정돼 있는 부분이 많이 훼손돼 있어서 안정성에 영향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울산과 창원 등 일부 지자체는 회전되거나 높이 조절이 가능한 신호등을 설치해 구조 변경을 최소화하고 있습니다.

안전보다 사업 편의를 앞세운 부실한 구조 변경과 허술한 관리·감독.

그 위험은 고스란히 시민들이 떠안고 있습니다.

YTN 송세혁입니다.


영상기자 : 조은기



YTN 송세혁 (shsong@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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