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N팩트] 살 빼려고 마약류 식욕억제제 불법 거래한 10대들

[취재N팩트] 살 빼려고 마약류 식욕억제제 불법 거래한 10대들

2022.06.17. 오후 1:22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앵커]
마약류로 지정된 식욕억제제를 불법으로 거래한 10대들이 무더기로 경찰에 적발됐습니다.

의사 처방이 있어야 살 수 있는 약이지만 살을 빼려는 10대들이 SNS와 택배를 이용해 손쉽게 사고팔았다고 하는데요.

중독성뿐만 아니라 환각과 환청 등 심각한 부작용이 있는 약이 어떻게 쉽게 유통될 수 있었는지,

사건 취재한 기자와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오태인 기자!

경찰에 적발된 피의자 대부분이 10대라고요? 사건 경위 먼저 설명해주시죠.

[기자]
마약류, 그러니까 향정신성 의약품을 불법으로 팔고 산 피의자들이 경찰에 적발된 사건입니다.

약을 산 피의자는 51명인데 대부분 10대입니다.

특히 13살 중학생도 다수 포함됐습니다.

약을 판매한 피의자도 8명 입건됐는데요, 8명 가운데 10대가 5명이었습니다.

강원과 경북지역 병원을 돌며 처방받은 약을 SNS 등에 판매한다고 올렸고 택배로 거래한 겁니다.

한 알에 천 원 정도 하는 약을 5배 정도 가격을 부풀려 팔았습니다.

경찰은 구매자와 판매자 모두 마약류 관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조사를 마무리하고 사건을 검찰로 넘겼습니다.

[앵커]
향정신성 의약품이면 복용에도 주의를 필요한데, 불법으로 거래된 약이 어떤 약입니까?

[기자]
약을 설명해 드리면요, 세로 4mm에 가로 8.5mm 크기로 어른 손톱 크기도 안 되는 작은 알약입니다.

생긴 모습이 나비 같다고 해 이른바 '나비약'으로도 불리는데요.

체중감량, 다이어트를 할 때 식욕을 억제하려고 복용합니다.

'펜터민'이라는 성분으로 사람의 중추신경계에 작용합니다.

강한 중독성도 가지고 있는데요, 부작용도 심각합니다.

환각과 환청, 입마름과 불면증까지 생길 수 있습니다.

부작용이 심하면 이상한 행동을 한다거나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이런 부작용 때문에 향정신성 전문 의약품, 마약류로 지정된 약입니다.

의사의 처방과 약사의 복약 지도에 따라 먹어야 하는 겁니다.

[앵커]
오남용 하면 위험한 약인데, 어린 학생들이 왜 이런 약을 사서 먹었답니까?

[기자]
경찰에 입건된 학생들은 다이어트를 위해 약을 샀다고 진술했습니다.

마약류로 지정되긴 했지만 나비약은 기본적으로 식욕억제제거든요.

약 힘을 빌려 살을 빼려고 한 겁니다.

SNS에 극도로 마른 사진을 인증하고 공유하는 '뼈말라족', 이런 뼈말라족을 동경하고 따라 하고 싶은 어린 학생들이 약을 사 먹은 겁니다.

마른 체형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불법까지 저지른 겁니다.

경찰은 학생들이 약을 구매하는데 코로나19도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습니다.

비대면 수업이 끝나면서 막상 학교에 가려고 하니 교복이 작아졌다는 겁니다.

급하게 다이어트가 필요해 약을 사 먹었다고 진술한 학생도 있었습니다.

[앵커]
위험한 약을 10대 청소년들이 먹었다는 것이 위험해 보이는데, 관계 기관의 대책 같은 것이 있습니까?

[기자]
약을 처방받아 판매한 피의자 중에는 15살 짜리도 있었습니다.

식약처에서 마련한 의료용 마약류 식욕억제제 안전사용 기준을 보면요, 16살 이하에는 투여하지 말라고 되어있지만, 병원은 이를 무시하고 처방했습니다.

법을 위반한 것이 아니라 기준안을 지키지 않은 것이다 보니 무거운 처벌이 없어 무분별하게 처방된 겁니다.

경찰은 마약류 억제제의 처방 안전 기준을 지키지 않은 병원 2곳을 식약처에 통보했습니다.

식약처도 기준안을 벗어나 처방을 한 의사에게 당장은 주의나 경고밖에 할 수 없습니다. 강력한 처벌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전문가들은 교육기관의 교육도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시대가 변한만큼 다양한 약들이 있고 쉽게 구매도 할 수 있는 만큼 그에 맞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단순히 마약류는 위험합니다, 이런 교육에서 벗어나 향정신성 의약품에 대한 교육도 함께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YTN 오태인 (otaein@ytn.co.kr)

※ '당신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카카오톡] YTN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02-398-8585
[메일] social@ytn.c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