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혈 100번 한 소방관은 왜 죄송하다고 말했을까요?

헌혈 100번 한 소방관은 왜 죄송하다고 말했을까요?

2021.11.05. 오후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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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소방 최성민 소방장, 헌혈 100번 해 적십자사 명예장 수상
과거 어머니 백혈병 투병 때 헌혈증 천여 장 기증 받아
소아백혈병 환자 돕는 초록봉사단 활동…"평생 갚을 것"
헌혈 100번 한 소방관은 왜 죄송하다고 말했을까요?
100번째 헌혈로 적십자사 명예장 수상한 최성민 소방장 (충남소방본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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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소방본부 서산소방서 소속 최성민 소방장은 최근 100번째 헌혈을 했습니다.

대한적십자사는 '따끔한 이웃사랑'을 실천한 최 소방관에게 지난 1일 '명예장'을 전달했습니다.

분명히 훌륭하고 칭찬할 만한 일을 했는데도 최 소방관은 오히려 송구하고 죄송스럽다고 말했습니다.

이렇게 말한 건, 과거 잊지 못할 사건이 있어서입니다.


의무소방원 복무 시기에 어머니가 백혈병 진단 받아

지난 2006년 최 소방관은 어머니가 백혈병에 걸렸다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들었습니다.

논산소방서에서 의무소방원으로 복무하던 시기였기에 상심은 더 컸습니다.

그때였습니다.

소식을 듣고 주변 소방관과 의용소방대원들이 백혈병에 걸린 어머니를 돕겠다며 앞다퉈 헌혈증을 모았습니다.

또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소식이 알려지면서 전국에서 이름도 모르는 사람들이 헌혈증을 보내왔습니다.

기적처럼 헌혈증 천여 장이 모였습니다.


전국에서 헌혈증 천여 장 기증…3년 투병 끝에 완치 판정

이를 바탕으로 최 소방관의 어머니는 3년간 백혈병과 싸웠고, 결국은 완치 판정을 받아냈습니다.

최 소방관은 어머니를 간호하면서 백혈병 환자에게 혈소판 헌혈이 더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15분 걸리는 일반 헌혈보다 4배나 더 시간이 걸립니다.

54회의 혈소판 헌혈, 32차례 혈장 헌혈 등으로 받은 100장의 헌혈증은 모두 병마와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는 환자들에게 전달됐습니다.


서산소방서 성연119안전센터에 매월 첫 주 금요일 헌혈차 방문

최 소방관은 현재 소아 백혈병 환자를 돕는 단체인 초록봉사단을 통해 주기적으로 혈소판 지정 헌혈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노력이 쌓여 일터인 서산소방서 성연119안전센터 주차장에는 매월 첫째 주 금요일 이동식 '헌혈의 집'이 찾아옵니다.

서산시에 헌혈의 집이 없다 보니, 소방서와 대한적십자사가 손잡고 한 달에 한 번 이동식 헌혈 장소를 마련해 시민들의 헌혈을 돕고 있습니다.



"받은 사랑 비해 아직 모자라…평생 은혜 갚을 것"

최 소방관은, 과거 이름 모를 이들에게 받은 은혜를 갚기에는 아직 턱없이 모자란다고 했습니다.

처음 헌혈 50회를 하는 데 7년이면 됐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다음 50회까지 12년이 걸려 오히려 죄송스럽다고 말했습니다.

상만으로는 안 되겠습니다.

우리도 '따끔한 이웃사랑'으로 '혼쭐' 내줘야겠습니다.




YTN 이문석 (mslee2@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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