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N팩트] '개조 버스' 차박하다가 참변...일산화탄소 중독 추정

[취재N팩트] '개조 버스' 차박하다가 참변...일산화탄소 중독 추정

2020.12.15. 오후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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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창생 4명 전남 고흥에서 ’차박’하다 연락 두절
"무시동 히터 켰다"…일산화탄소 중독 추정
동창생 1명 숨지고 1명 중태…나머지 2명 경상
발견 당시 캠핑 버스 창문 모두 닫혀 밀폐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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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캠핑용으로 개조한 버스에서 자던 50대 동창생들이 숨지거나 중태에 빠지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경찰은 일산화탄소에 중독돼 일어난 일로 추정하고 있는데요.

취재기자 연결해서 자세한 이야기 들어보겠습니다. 나현호 기자!

우선 사건 개요부터 설명해주시죠.

[기자]
사고가 난 건 지난 주말이었습니다.

고교 동창인 50대 네 명이 함께 전남 여수와 고흥을 돌며 캠핑을 했습니다.

원래 45인승이었던 버스를 캠핑용으로 개조해서 이용했는데요.

그런데 지난 13일 저녁에 일행 넷 가운데 두 가족으로부터 경찰 112상황실에 신고가 접수됩니다.

캠핑에 나선 가족이 12시간이 지나도록 전화를 받지 않는다며 걱정을 호소했던 건데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전남 고흥에 있는 '거금도'라는 섬에서 동창 일행이 탄 버스를 발견했습니다.

버스 문을 두드리자, 두 사람이 일어났고, 경찰은 신고된 사항을 설명해주고는 자리를 떴습니다.

일행 중 일어난 사람이 가족과 연락을 하고, 운전해서 이동하다 보니 두통과 구토 증세가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나머지 친구들 상태를 확인해봤는데요.

상태가 좋지 않았고, 119에 신고해 응급처치했습니다.

그러나 1명은 결국 숨을 거뒀고, 또 다른 1명은 현재까지도 중태에 빠진 상태입니다.

그리고 앞서 일어났던 두 사람도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습니다.

[앵커]
동창들끼리 여행을 갔다가 안타까운 사고를 당했군요.

그런데 이들이 숨지거나 다친 이유가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의심된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들은 지난 12일 저녁부터 술을 마신 뒤 잠이 들었던 것으로 조사됐는데요.

경찰이 발견한 13일 저녁 8시까지도 깨어나지 못했습니다.

일행 가운데 한 명은 잠들기 전에 버스 바닥에 설치된 '무시동 히터'를 켰다고 진술했는데요.

무시동 히터는 버스 시동을 껐더라도, 따뜻한 바람이 나오게 하는 장치입니다.

경찰은 이 무시동 히터에서 발생한 일산화탄소가 차량 내부로 들어와 사고가 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또 이들이 발견될 당시 버스 창문이 모두 닫혀 밀폐상태였다는 점도 확인됐습니다.

[앵커]
현재 경찰에서 정확한 사고 원인 조사에 들어갔죠?

[기자]
경찰은 두 가지를 중점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는데요.

첫째는 어떤 과정을 통해 일산화탄소가 버스 내부로 유입됐는지 여부입니다.

경찰은 어제 감식 과정에서 차체 아래에 피워 놓은 연기가 버스 실내로 유입되는 것을 확인했는데요.

사고 당시와 같은 조건에서 실험을 해보기 위해 국과수로 사고가 난 버스를 보낼 계획입니다.

두 번째는 버스가 불법으로 개조됐는지 여부입니다.

이번에 사고를 당한 버스 소유주는 한 달 전인 지난달 16일에 차량을 중고로 사들였는데요.

경찰은 버스 전 주인과 차량을 개조한 업체를 상대로 조사를 벌일 계획입니다.

또 교통안전공단에 의뢰해 사고 난 버스의 구조변경이 된 곳과 당시 하자가 없었는지를 확인할 방침입니다.

[앵커]
매년 겨울만 되면, 캠핑하다가 숨지는 사고가 끊이지 않는데요.

사고를 막으려면 어떤 점을 조심해야 할까요?

[기자]
말씀하신 대로 캠핑하다가 일산화탄소에 중독되는 사고는 겨울만 되면 반복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1월에도 전남 고흥에서 일가족 5명이 캠핑용 버스에서 자다가 다치는 사고가 났었는데요.

사고가 나는 대표적인 원인은 환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서입니다.

이번 고흥 캠핑 버스 사고도 창문이 모두 닫혀 있는, 밀폐 상태였습니다.

또 일산화탄소가 발생하는 것을 알려주는 감지기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근에는 코로나19 여파로 여행지로 가서 차에서 숙박을 해결하는 이른바 '차박'이 유행입니다.

특히 캠핑용 자동차도 꾸준히 늘고 있는데요.

지난 2014년에는 개조한 캠핑카가 125대에 불과했는데요.

5년이 지난 2019년에는 7천9백 대까지 늘었습니다.

그런데 겨울철에 캠핑하려면 난방이 필수이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가스 중독 사고가 나는데요.

전문가들은 철저한 환기를 하는 것과 일산화탄소 경보 장비를 갖추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전국부에서 YTN 나현호[nhh7@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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