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도장 찍어달라더니...태안 희망벽화 '흉물 방치'

손도장 찍어달라더니...태안 희망벽화 '흉물 방치'

2020.11.28. 오후 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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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충남 태안에는 지난 2007년 사상 최악의 기름 유출 사고를 겪은 뒤 조성된 '희망벽화'가 있습니다.

길이가 무려 3km에 달하는 대형 벽화는 당시 지역 주민은 물론 전국의 봉사자들이 함께 만든 건데요. 지금은 흉물로 방치되고 있습니다.

LG헬로비전 충남방송 함범호 기자입니다.

[기자]
태안 이원방조제.

지역 풍경 등을 담은 그림이 끝없이 펼쳐져 있습니다.

태안군이 기름 유출 사고 발생 1년여 뒤 조성에 나선 '희망벽화'입니다.

절망에 빠진 주민들에게 희망을 주고 130만 자원봉사자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추진됐습니다.

규모는 높이 7.2 미터, 길이 2.7 킬로미터에 달합니다.

벽화는 조성 직후 한국기록원으로부터 국내에서 가장 긴 벽화로 공식 인증을 받기도 했습니다.

희망벽화 홍보는 대대적이었습니다.

세계 최대 벽화로 기네스북에 등재 하기 위한 행사를 열었고, 손도장 찍기 캠페인도 벌였습니다.

하지만 그때뿐.

11년이 지난 지금 벽화에는 잡초만 무성하게 자랐습니다.

한쪽에는 쓰레기가 모아져 있고 그림은 바랠 대로 바랬습니다.

주민들은 벽화가 애물단지가 됐다며 안타까워합니다.

[손영철 / 태안군 이원면 관1리 이장 : 많은 관광객이 찾아오는데 실제 와보니 풀도 나 있고 페인트가 벗겨지고 이런 상황이다 보니 그분들 입에서도 조금 안 좋은 (말이 나오고) 지역의 이미지가 추락하는 것 같아서 아쉽습니다.]

주민과 자원봉사자, 방문객이 찍고 간 손도장 7만 개도 원래 모습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당시 대통령 손도장은 흔적만 겨우 남아있습니다.

1년 가까이 벽화 제작에만 매달렸던 예술인은 씁쓸한 마음을 감추지 못합니다.

[문연식 / 태안 희망벽화 추진위원장(벽화 제작 총괄) : 지역 작가들뿐만 아니라 지역에 있는 미대생들 하고 그림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 몇백 명이 숙소를 정해놓고 아침부터 저녁때까지 빠른 시일 내에 제작하기 위해 엄청나게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안타까운 마음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체계적인 관리와 복원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

[김영인 / 태안군 의원 : 시간이 지나면서 많은 사람의 기억 속에 희미해지고 있는데 이 부분을 지자체와 주민들이 함께 고민해서 좀 더 특화된 방조제 희망벽화로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에 대해 태안군은 많은 예산이 소요되는 만큼 현재 복원 계획은 없고 제초 등 유지 관리에 힘쓰겠다고 밝혔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의 손길로 탄생한 희망벽화.

이제는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한 채 흉물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헬로TV뉴스 함범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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