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N팩트] 러시아 선원 무더기 확진...구멍 뚫린 항만 방역

[취재N팩트] 러시아 선원 무더기 확진...구멍 뚫린 항만 방역

2020.06.24. 오후 12:32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앵커]
부산에 입항한 러시아 냉동 운반선에서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무더기로 나오면서 방역 당국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하역 노동자 등 우리 국민 접촉자가 많은데요.

지금까지 나온 진단 검사 결과는 모두 음성이지만 아직 대부분 검사를 안 받았거나 결과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번 집단감염을 통해 항만 방역의 허점이 드러났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취재 기자 연결해 자세한 소식 들어보겠습니다. 김종호 기자!

우선 집단 확진 사례에 대한 이야기부터 해보죠.

러시아 선박 승선원들은 언제 확진 판정을 받았습니까?

[기자]
지난 22일 밤 9시쯤 국립부산검역소에서 진행한 특별검역 결과가 나왔습니다.

러시아 냉동 운반선 '아이스 스트림'호 승선원 21명 전원이 그날 오후에 진단 검사를 받은 결과입니다.

16명이 확진 판정이 나왔고 5명은 음성으로 나타났습니다.

앞서 국립부산검역소는 지난 22일 오전 10시쯤 선박 대리점을 통해 해당 선박 선주 측 연락을 받았습니다.

선장으로 승선했다가 직전 기항지인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내린 사람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이 나왔다는 내용입니다.

해당 선장 접촉자가 배에 10여 명이 있다는 설명도 있어 검역 당국은 당시 진행되던 하역 작업을 중단하고 특별검역 절차를 벌였고 승선원과 접촉한 우리 국민을 추적했습니다.

해당 선박은 지난 16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출발해 21일 오전 부산 감천항에 접안 했고 만 하루 동안 냉동 수산물 하역 작업이 진행됐는데 이 과정에서 러시아 선원을 포함해 접촉자 170여 명이 발생한 거로 파악됐습니다.

[앵커]
'아이스 스트림'호 옆에 있던 배에서도 확진 환자가 나왔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혹시 밤사이 다른 접촉자가 검사 결과가 나왔습니까?

[기자]
일단 바로 옆에 있던 배는 '아이스 크리스탈'호로 같은 선사 소속입니다.

사흘 앞선 지난 18일에 감천항에 들어온 배입니다.

여기 승선원도 21명이었는데 모두 검사한 결과 1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습니다.

어제 검사결과가 나온 우리 국민 접촉자는 수리업체 직원 6명과 도선사 1명인데 모두 음성 판정이 나왔습니다.

밤사이 항운노조원 12명도 검사결과가 나왔는데 역시 모두 음성입니다.

두 척에 승선에 하역 작업에 참가한 항운노조원만 해도 120명이 넘는데 오늘 대부분 검사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먼저 확진 환자가 나온 '아이스 스트림'호의 경우 환자가 무더기로 나온 만큼 하역 작업 당시 배 전체에 감염 위험이 상당히 컸다고 볼 수 있는데요.

좁은 통로에서 러시아 선원과 접촉하고 입김이 바로 얼어버리는 냉동창고에서는 마스크를 쓰기 어려웠다고 전해져 우리 국민 확진 환자가 생길 수도 있다는 우려가 큽니다.

[앵커]
확진 선원들은 어제 부산에 입원했다는 소식도 전해졌습니다. 음성 판정이 나와 배에 남아있는 선원들은 앞으로 어떻게 됩니까?

[기자]
음성 판정이 나온 선원은 '아이스 스트림'호 5명, '아이스 크리스탈'호 20명입니다.

검역소에서는 한 번 검사로 그치지 않고 여러 차례 검사를 시행합니다.

그 과정에서 추가 확진 사례가 나오면 앞선 환자와 마찬가지로 부산에 입원할 예정입니다.

반면 음성 판정이 계속되면 부산을 떠나게 할 방침입니다.

타고 온 배에서 우리 땅을 밟지 못하게 하고 그대로 떠나도록 하겠다는 이야기입니다.

확진 판정으로 입원한 경우는 검사에서부터 치료비까지 모두 우리 정부가 부담합니다.

[앵커]
이미 배에는 유 증상자가 있었다고 전해지는데요.

어떻게 해서 이런 배가 우리 부두에 접안 해 승선원이 우리 국민과 접촉하는 일이 벌어졌는지, 우리 항만 방역에 구멍이 뚫린 건 아닌지 의문점이 많습니다.

이 부분도 짚어주시죠.

[기자]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항만 방역에 허점이 있는 게 맞습니다.

우리 항만에 들어오는 외항 선박은 검역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그런데 모든 배에 우리 검역관이 올라 승선원을 확인하는 건 아닙니다.

감염 위험이 커서 정부가 고위험국가로 분류한 이탈리아와 중국 등 특정 국가가 아닌 곳에서 오고 승선원이 배에서 내리지 않는다는 조건이면 전자검역으로 입항 허가를 받습니다.

전자검역은 선원 상태에 대해 배에서 작성한 전자 문서를 우리 검역 기관에 통보해 문서 상 이상이 없으면 입항 허가가 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문제는 선박에 유 증상자가 있어도 문서 상으로는 없다고 통보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게다가 이번 선박의 경우 승선원이 배에서 내리지 않더라도 우리 국민이 배에 올라 입항과 하역 작업을 돕기 때문에 수시로 접촉이 생길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실제로 해당 선박에는 고열 환자가 3명 있었지만, 우리 검역 당국에 통보하지 않았고 이미 선상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광범위하게 퍼진 상황에서 우리 국민이 승선까지 한 겁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전자검역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낸 사건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방역 당국은 뒤늦게 러시아 등 신규 감염이 느는 국가에서 오는 배에도 직접 올라 검역하기로 했습니다.

[앵커]
외항 선원 무더기 확진과 국내 접촉자로 부산 감천항 운영에도 차질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현재 부두 운영은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기자]
러시아 냉동 운반선 두 척이 접안 한 곳은 부산 감천항에서도 동편 3부두입니다.

부산항만공사는 어제 3부두를 포함한 3개 부두 11개 선석에 하역 작업을 중단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중단 조치는 일단 내일까지인데 우리 국민 접촉자 전원이 음성 판정을 받는다면 작업 재개를 검토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일부라도 양성 판정이 나오면 이 조치는 장기화할 전망입니다.

냉동 수산물을 주로 다루는 감천항 동편 부두에는 현재 11척이 접안 해 하역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미 하역 작업을 하는 부산항운노조원 120여 명이 접촉자로 분류돼 2주간 자가 격리에 들어가 모두 음성 판정이 나오더라도 일부 차질은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부산항만공사는 신항이나 북항, 다대포항이 정상 운영 중이고 감천항도 일부 선석 말고는 정상 운영 중이어서 부산항 전체 운영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거로 내다봤습니다.

지금까지 부산에서 YTN 김종호[hokim@ytn.co.kr]입니다.



※ '당신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YTN은 여러분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YTN을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02-398-8585 [메일] social@ytn.co.kr [온라인 제보] www.ytn.c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