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도 괜찮다'...각서까지 쓰고 필리핀에 아들 유기

'죽어도 괜찮다'...각서까지 쓰고 필리핀에 아들 유기

2020.01.10. 오전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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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에 아들 버린 부부 징역 2년 6개월 선고
아동 유기·방임 혐의 인정…어머니는 법정 구속
필리핀 유기 당시 각서 쓴 사실 드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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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정신질환 증세가 있는 어린 아들을 필리핀에 내버려 둔 부부에게 실형이 선고됐다는 소식, 어제 전해드렸는데요.

현지에서 아이가 죽거나 다치더라도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각서까지 쓴 사실이 재판에서 추가로 드러났는데, 이 사건 취재한 기자 연결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차상은 기자!

필리핀까지 가서 아들을 버린 부부에게 법원이 어떤 형을 선고했는지부터 전해주시죠.

[기자]
부산지법은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한의사 A 씨와 아내 B 씨에게 나란히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습니다.

또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160시간 이수를 명령하고, 3년 동안 아동 관련 기관의 취업을 제한했습니다.

재판부는 아동 유기와 방임 혐의를 적용한 검찰의 공소사실 대부분을 인정했습니다.

아들을 필리핀에 보낼 당시 선교사에게 생활비 명목으로 3천5백만 원을 보낸 점이 양형에 반영되기도 했지만, 아이를 보살필 책임을 회피했다는 판단에는 변함이 없었습니다.

실형이 선고됨에 따라 남편과 달리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아온 아내 B 씨는 법정에서 구속됐습니다.

마지막으로 할 말이 없느냐는 판사의 물음에 B 씨는 집에 아픈 시어머니도 있고, 아이도 엄마를 찾고 있다며 자신의 건강도 좋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는데요.

반성하고 있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습니다.

[앵커]
지난해 7월 한의사 부부가 기소될 당시에도 저희가 이 사건을 보도했었는데, 아이가 죽어도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각서까지 쓴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면서요?

[기자]
한의사 A 씨 부부가 지난해 기소될 당시에는 확인되지 않았던 내용인데, 재판 과정에서 A 씨가 각서를 쓴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아들을 필리핀 선교사에게 맡길 당시 작성한 각서에서는 '아이가 필리핀에 있는 동안 사망이나 질병 등 어떠한 일이 있어도 선교사에게 일절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내용이 적혀있었다고 재판부는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법정에서 이 각서 내용을 설명하기에 앞서 '충격적'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는데요.

A 씨 부부 측은 이런 각서까지 써놓고도 재판에서는 아이를 필리핀에 보낸 건 영어교육을 위해서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전화번호를 바꾸는 등 연락을 의도적으로 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아들을 필리핀에 보내기 전에는 24시간 운영하는 기숙형 어린이집과 오갈 데 없는 아이를 보살피는 사찰 등에 아이를 2년 정도 맡기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네팔에 아이를 데려가 누군가에게 맡기고는 아버지 홀로 귀국하기도 했는데, 결국에는 아이 혼자 보호자 없이 비행기를 타고 귀국한 적이 있었다고 합니다.

[앵커]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다는 아이 상태가 걱정인데, 현재 어떻게 생활하고 있습니까?

[기자]
피해 아동은 필리핀에 보내지기 전에도 자폐 증상을 보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필리핀 보육시설을 전전하는 동안 건강상태가 심하게 나빠졌습니다.

현지 선교사의 신고로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는 심한 조현병 증상을 보이고 있었고, 한쪽 눈도 실명한 상태였다고 당시 수사를 맡았던 검찰은 설명했습니다.

가혹한 환경에서 지난 탓인지 현재 정서 발달 상태도 6, 7세 정도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지금은 아동보호전문기관의 도움을 받으며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는데요.

병원에서 퇴원한 뒤에도 부모와 함께 살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부모의 사랑과 관심을 받으며 성장할 시기인데,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아이를 유기하고 방임한 부모의 처벌과 함께 아이를 도울 방안이 없는지 관계 당국의 고민이 필요해 보입니다.

차상은 [chase@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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