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만원 일당, 승합차에 다닥다닥'...무너진 코리아드림

'7만원 일당, 승합차에 다닥다닥'...무너진 코리아드림

2019.07.23. 오전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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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어제 강원도 삼척 고갯길에서 승합차가 전복돼 4명이 숨지고 여러 명이 다쳤습니다.

70대 여성들과 외국인 노동자들이 타고 있던 농촌 인력 수송 차량이었는데요.

농번기 일손이 부족한 상황에서 발생한 사고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취재기자 연결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지환 기자!

일단 사고 개요를 좀 알아볼까요?

[기자]
사고가 난 건 어제 오전 7시 반입니다.

15인승 승합차가 뒤집힌 사고였는데요.

사고 장소는 경북과 강원도를 잇는 삼척시 가곡면 '석개재'라는 고갯길 내리막이었습니다.

옹벽과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밀려 내려오다 뒤집혀 심하게 구겨졌습니다.

외국인을 포함해 고랭지 작업 노동자 16명을 태운 차량이 뒤집혀 4명이 숨지고 9명이 다쳤습니다.

숨진 4명은 운전자를 포함해 내국인 2명 태국인 2명이고요.

부상자들은 강릉과 삼척, 태백, 충남 홍성 등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고 있습니다.

가벼운 부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진 태국인 3명은 사고 직후 사라져 경찰이 행방을 찾고 있습니다.

[앵커]
사고 당시 제동장치가 이상했다는 진술이 나왔죠. 사고 원인 밝혀졌습니까?

[기자]
병원에서 만난 부상자들은 사고 당시 차가 이상했다고 증언했습니다.

브레이크가 먹지 않으며 차량 통제가 안 됐다는 건데요.

사고 승합차가 2002년 출고된 노후차량입니다.

경찰은 브레이크 파열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지만, 운전 부주의 등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습니다.

삼척 석개재 910번 지방도로는 심한 굴곡과 경사로로 유명한 곳입니다.

특히 사고가 난 곳도 경사길에 말발굽 형태, U자 굴곡의 심한 급커브 구간이었습니다.

왕복 2차선 좁은 차로여서 대형 트럭은 급브레이크를 자주 밟아야 하고 중앙선을 자주 넘나드는 구간이기도 합니다.

예산 문제 때문에 2003년 지방도로로 지정된 이후 가드레일 보강도 거의 없었습니다.

[앵커]
단독 교통사고치고는 너무 인명 피해가 큰데요.

몇 명이나 차에 타고 있었나요?

[기자]
사고 승합차에는 60∼70대 여성 7명과 30∼40대 태국인 9명 등 16명이 타고 있었습니다.

70대 여성들은 사고로 숨진 운전자 62살 강 모 씨를 중심으로 한 팀을 이뤄 주로 충남, 홍성 지역에서 함께 농사일을 했습니다.

최근 일거리가 없자 강 씨가 지인을 통해 경북 봉화에 있는 쪽파 파종 작업을 소개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근 태풍 북상으로 작업이 연기되다 어제 새벽 1시쯤 충남 홍성에서 출발해 5시간 넘게 장거리 이동을 했는데.

초행길이다 보니 길을 잘못 들면서 경북 봉화가 아닌 강원도 삼척으로 넘어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태국 국적의 외국인 노동자들도 충남 홍성의 한 숙소에 거주하고 있었는데요.

이들 역시 강 씨가 주선한 밭일에 동참했다가 참변을 당했습니다.

[앵커]
70대 노인과 외국인들이 장거리 이동을 한 이유는 아무래도 농번기 일손 문제 때문이겠죠?

[기자]
부상자들이 말하는 이들의 하루 일당, 6만5천 원에서 7만 원이었습니다.

농사일 특성상 새벽부터 밤늦도록 뙤약볕에서 일해야 하는데요.

농촌 고령화, 농업 인구 급감으로 일손을 구하기 어려운 건 잘 알려진 얘기죠.

파종이나 수확 때 같은 농번기엔 몇 시간이나 걸리는 먼 지역에서까지 일손을 구해야 하는 실정입니다.

외국인도 마찬가지입니다.

외국인 없으면 농사를 못 짓는다는 말도 새삼스럽지 않은데요.

자치단체가 배정하는 외국인 계절 근로자로는 턱없어 단기인력을 요청하는 게 현실입니다.

이번에 사고가 난 승합차도 단기인력 수송 차량이고요.

그러다 보니 개인 중계인 등 인력시장을 통해 농사 현장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 대부분은 불법체류자입니다.

이날 사고 차량에 탑승한 외국인들도 모두 불법체류자로 알려졌고요.

사고 직후 다친 외국인 3명이 병원도 못 가고 종적을 감춘 것도 이런 이유인 것으로 추측됩니다.

[앵커]
15인승 승합차에 16명이 탔는데요? 정원 초과는 아닌가요?

[기자]
16명이 탔더라도 15인승 승합차에 1명이 더 타는 건 도로교통법상 정원 초과는 아닙니다.

지방도로의 경우 승합차의 승차 인원은 정원의 110%까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고속도로를 타거나 고속버스나 화물차는 제외됩니다.

이밖에 사고로 숨진 차량 운전자 60대 강 모 씨는 10년 전에도 비슷한 대형 사고를 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2009년 충남 홍성에서 승합차를 몰다 굴착기를 들이받아 5명이 숨지고 11명이 다쳤는데,

당시 숨지거나 다친 이들도 이번 사고처럼 강 씨가 모집해 간 마을 노인들이었습니다.

당시 사고는 전방 주시 태만 때문이었는데요.

이번 사고는 노후에 따른 차량 결함, 브레이크 파열 가능성이 큰 상황입니다.

사건을 수사하는 삼척경찰서는 사고 차량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정밀 분석을 맡길 예정입니다.

네. 지금까지 강원취재본부 지환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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