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호텔 방화범, 마약 환각상태서 범행

대구 호텔 방화범, 마약 환각상태서 범행

2019.05.16. 오후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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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어제 대구의 한 호텔에서 불이 나 20여 명이 병원 치료를 받은 일이 있었죠.

화재 원인은 방화였는데요.

55살 방화범은 마약에 취한 상태였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자세한 이야기 들어보겠습니다. 이윤재 기자!

먼저 어떤 사건인지 설명을 좀 해주시죠.

[기자]
네, 어제 오전 9시 20분쯤 대구 만촌동에 있는 호텔에서 불이 났습니다.

대구에서 가장 큰 호텔인데요.

불이 나자 소방 당국은 대응 2단계를 발령했습니다.

소방차 50대와 소방관 150여 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에 나서 30여 분만에 불을 모두 껐습니다.

당시 호텔 별관에는 투숙객 41명이 있었는데요.

4명은 스스로 탈출했고, 37명은 출동한 소방관의 도움을 받아 구조됐습니다.

이 가운데 20여 명이 연기 흡입으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는데, 다행히 큰 부상자는 없어 어제 모두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또 50대 남성이 양손에 화상을 입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습니다.

[앵커]
불이 시작된 원인은 가려졌나요?

[기자]
앞서 말씀드린 피해자 가운데 화상을 입은 55살 남성 A 씨가 불을 지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 남성이 호텔 별관 로비 주변 휴게실에서 20ℓ 휘발유 6통을 뿌리고 라이터로 불을 붙인 겁니다.

이 과정에서 A 씨의 양손에 불이 옮겨붙어 화상을 입었습니다.

A 씨는 화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되던 중에 자신이 범인이라고 시인했습니다.

이후 치료를 모두 마친 뒤 바로 입건돼 경찰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앵커]
범행 동기는 뭔가요?

[기자]
네, 경찰은 어제 A 씨를 붙잡아 보니 횡설수설하고, 제대로 진술을 못 한다고 말했었는데요.

알고 보니 사흘 전에 필로폰을 투약해, 쉽게 말해 마약에 취한 상태였습니다.

A 씨는 누군가가 본인에게 휘발유를 붓고 불을 지르라는 환청이 들린다고 경찰에 진술했습니다.

또 누군가가 자신을 죽이려 한다는 말도 들린다고 진술했는데요.

이런 환청 때문에 새벽 5시쯤 대구 동구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나와 20ℓ 휘발유 8통을 사 범행을 저지른 겁니다.

A 씨는 이미 20여 년 전부터 정신병을 앓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과대망상, 환청 등의 증상으로 올해에만 7번 넘게 정신병원에서 치료를 받았고, 최근까지 치료 약을 복용해 왔습니다.

가족이 여러 차례 입원 치료를 권유했지만, 본인이 거부하면서 약물치료만 이어왔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앵커]
경찰 수사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기자]
네, 경찰은 우선 범행 현장 CCTV와 주유소에서 기름을 구매하는 CCTV 등을 확보했습니다.

또 A 씨의 차에서 20ℓ짜리 기름통과 야구방망이 등 범행도구도 확보한 상태입니다.

피의자도 범행 사실을 시인하고 있는 만큼 이르면 오늘 저녁 A 씨에 대한 구속 영장을 신청할 방침입니다.

경찰은 범행 사실에 더해 A 씨가 언제부터 정신과 치료를 받았는지 등을 수사하고 있습니다.

[앵커]
네, 대피 과정에서 비상벨이 울리지 않았다는 투숙객 진술도 있었는데, 호텔에 대한 수사도 이뤄지나요?

[기자]
네, 일부 투숙객 가운데 불이 난 이후 대피 방송을 전혀 듣지 못했다는 진술이 있었는데요.

경찰이 어제 호텔 직원과 소방관 등을 상대로 조사해보니 불을 처음 발견한 호텔 직원이 곧장 119에 신고하고 경보 방송을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소방관이 처음 도착했을 때는 큰 불길이 잡혔던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투숙객 상당수도 대피 방송을 들었다고 진술했습니다.

또 직원 3명이 소화기와 소화전 등을 이용해 진화를 시도해 대형화재로 번지지 않았다고 경찰은 설명했습니다.

다만 경찰은 투숙객 위치에 따라 대피 방송이 들리지 않았거나 스피커 등이 작동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오늘 오후 3시쯤 경찰과 소방 당국, 국과수 등이 합동 감식을 벌이는데요

감식 결과가 나오면 구체적인 의문점이 확인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대구지방경찰청에서 YTN 이윤재[lyj1025@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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