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24] 주인은 아파트 400채 소유...세입자만 고통

[현장24] 주인은 아파트 400채 소유...세입자만 고통

2019.03.14. 오전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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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현장 24, 오늘은 전국에 걸쳐 주택 400채를 소유한 임대 사업자의 이야기입니다.

이 임대 사업자는 세입자에게 전세를 놓고 집값과의 차익으로 사업을 키워 왔습니다.

그런데 최근 경제 침체로 집값과 전셋값이 뒤집히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어떤 일이 생겼는지, 오태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22평 서민 아파트에 전세로 사는 최시자 씨.

최 씨는 지난해 10월 전세 만기를 앞두고 이삿짐까지 다 쌌습니다.

하지만 다섯 달이 넘도록 이사는커녕 짐을 풀어야 할 처지에 놓였습니다.

집주인에게 전세 보증금 1억5백만 원을 돌려받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사 가려던 집과 계약이 깨져 계약금까지 날렸습니다.

[최시자 / 전세 아파트 세입자 : 돈을 올려 달래서 2년마다 천만 원씩 계속 올려줬는데 저희가 필요할 때 돈을 못 받으니까 매우 답답합니다.]

같은 층에 사는 진 모 씨.

암 수술을 받은 남편 때문에 병원 근처로 집을 옮기려 했습니다.

그런데 보증금 1억여 원을 받지 못해 석 달째 발이 묶였습니다.

[진 ○ ○ / 전세 아파트 세입자 : 할아버지가 죽어도 여기는 못 있겠다고 합니다. 올여름 한해만 더 넘기면 나는 죽는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 이사를 했을 건데….]

다른 세입자는 보증금을 돌려달라고 문자를 보냈다가 욕설만 들어야 했습니다.

[강 ○ ○(임대인) / 세입자와 통화 내용 : 나하고 끝까지 붙자는 건데, 문자를 그리 보내면 되나? XXX, 너는 죽을 각오도 하고 있다며?]

세입자 세 명의 집주인은 같은 사람입니다.

이 아파트 단지에만 70여 채를 소유한 임대 사업자입니다.

세입자의 전세 보증금과 은행 대출로 집을 늘리는 이른바 '갭 투자'로 사업을 키웠습니다.

친인척 이름으로 된 아파트까지 합하면 전국적으로 400채가 넘습니다.

그런데 최근 경제 사정이 나빠지면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집값보다 전셋값이 높아지는 이른바 '깡통 전세 현상'이 불거진 것입니다.

집을 팔아도 전세보증금을 맞춰 줄 수 없습니다.

이 사업자에게 보증금을 받지 못하는 세입자는 창원에서만 50명, 전국적으로는 100명이 넘습니다.

[강 ○ ○ / 임대인 : 다른 지역의 아파트를 매각하더라도 만기 세입자 돈을 채워줄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팔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깡통 전세'가 생기면 경매에 물건을 내놓기도 쉽지 않습니다.

경매에서 팔아봤자 전세보증금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세입자들이 돈을 돌려받을 길은 사실상 없는 셈입니다.

[안성일 / 변호사 : 주택임대 보호법상 (세입자가) 보호는 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매매대금이 보증금에 미치지 못한다면 그만큼의 손해는 불가피한…]

경제 침체가 이어지면서 집값이 계속 내려가는 추세를 고려하면 피해를 볼 세입자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뾰족한 해결책이 없는 상황에서 시간이 갈수록 집 없는 서민들의 고통만 커지고 있습니다.

YTN 오태인[otaein@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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