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N팩트] 거꾸로 가는 예천군의회...'버티기' 돌입?

[취재N팩트] 거꾸로 가는 예천군의회...'버티기' 돌입?

2019.01.16. 오후 12:03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앵커]
이쯤 되면 국민의 분노를 깨닫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오히려 거꾸로 가는 집단이 있습니다.

해외 연수 과정에서 폭행과 추태를 부린 예천군의회 의원들입니다.

어제 징계를 논의하겠다며 회의를 했는데 그 결과가 참 답답합니다.

이 문제를 계속 취재하고 있는 이윤재 기자와 지금 상황이 어떤지 자세히 알아봅니다. 이윤재 기자!

먼저 어제 회의가 열린 이유가 뭔지 설명해주시죠.

[기자]
예천군의회 의원들이 미국과 캐나다를 연수하면서 가이드를 폭행하고 또 도우미를 찾는 등 추태를 부렸다는 사실 이제 전 국민이 다 알고 있을 텐데요.

폭행과 추태를 부린 의원에 대한 징계 방법과 과정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습니다.

지방자치법에 따라 지방의원들을 징계하려면 윤리특별위원회를 거쳐야 하는데, 이 윤리특위를 준비하는 자리라고 보면 됩니다.

어제 열린 회의에는 군의회 의원 9명이 모두 참석했습니다.

징계 대상인 박종철 의원과 권도식 의원은 함께 회의에 참석했고, 의회사무과 직원은 배제한 채 비공개로 진행됐습니다.

[앵커]
회의 결과는 어땠나요?

구체적인 일정이 정해진 게 있나요?

[기자]
회의 결과는 그저 황당하기만 합니다.

회의가 끝난 뒤 다른 의원들은 하나둘 기자들을 피해 빠져나갔고, 마지막으로 이형식 예천군의회 의장이 기자들 앞에 섰는데요.

절차대로 한다는 말만 남기고, 다른 질문에는 답하지 않고 자리를 떠났습니다.

이 의장의 말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이형식 / 경북 예천군의회 의장 : 임시회를 열어 정상 절차를 거쳐 결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결정된 바는 여기까지입니다.]

[앵커]
'절차대로 한다'는 게 당연한 건데 무슨 속뜻이 있을까요?

[기자]
한마디로 얘기하자면 '시간을 끌어 보겠다' 이 정도로 해석하면 쉬울 것 같습니다.

징계 절차가 복잡하고, 시간도 오래 걸리기 때문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지방의원을 징계하려면 윤리특위를 열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먼저 임시회를 열어 윤리특위 기간과 대상 등을 담은 '윤리특별위원회 구성안'을 통과시켜야 합니다.

정례회 기간이 아니기 때문에 임시회를 열어야 하는데 여기도 시간이 걸립니다.

지방자치법은 지자체장이나 의원 3분의 1 이상이 요구하면 의장이 15일 이내에 임시회를 소집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절차대로라면 최대 15일을 벌 수 있는 셈입니다.

이렇게 윤리특위가 구성되면 첫 번째 회의에서는 윤리특위 위원장과 간사를 정합니다.

또 징계대상자를 심문하려면 개회일 3일 전에 출석요구서를 당사자에게 보내야 합니다.

윤리위의 심문과 대상자의 발언·변명을 듣는 절차를 마치면 심사보고서를 작성합니다.

이 정도 절차를 밟기까지도 최소 2~3주는 더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그럼 윤리위의 심사보고서가 나오면 징계가 확정되는 건가요?

[기자]
윤리특위에서 정해진 심사보고서가 본회의를 통과해야 합니다.

윤리 특위는 징계의 수위만 결정하는 겁니다.

지방의원의 징계는 경고와 사과, 30일 이내의 출석정지, 제명 등 네 가지입니다.

표에서 보이는 것처럼 경고와 사과, 30일 이내의 출석정지는 재적 의원의 과반 출석, 출석한 의원의 과반 찬성으로 결정됩니다.

하지만 제명은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합니다.

이형식 의장이 말했던 것처럼 박종철 의원을 제명하려면 군의원 9명 가운데 6명이 찬성해야 한다는 건데요.

이게 실현될까 하는 의문을 가지는 사람이 많습니다.

[앵커]
어떤 문제 때문에 실현이 어려운 거죠?

[기자]
이번 사건에 따른 징계 대상자가 많기 때문입니다.

우선 폭행 당사자인 박종철 의원과 도우미 발언으로 구설에 오른 권도식 의원 두 명은 확실히 징계 대상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에 사건 현장에 있으면서 박 의원을 말리지 않고 방관하고, 또 의회를 이끌면서 연수를 진행한 이형식 의장도 징계 대상으로 거론됩니다.

9명 가운데 3명이 징계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는 건데요.

징계 대상을 제외하고, 의원 1명만 더 반대하면 제명은 물 건너가는 꼴이 됩니다.

또 인구 5만 명 남짓한 작은 도시에서 의원들끼리 서로 할퀴고 흠집 내봐야 좋을 게 없다는 기류도 감지되고 있습니다.

[앵커]
주민들 반응은 어떤가요?

[기자]
주민들은 그저 분노할 뿐입니다.

이렇게 절차를 따져가며 시간을 끌면 결국 주민과 여론의 관심이 식을 수밖에 없고 의원들도 그런 점을 노리고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주민이 요구한 의원 전원 사퇴도 실현될 가능성이 줄어든다는 겁니다.

최한열 농민회장의 말 들어보겠습니다.

[최한열 / 예천군 농민회장 : (의원들 표정이) 내가 의원인데, 그래도 아직까지 의원인데 당신들은 시간이 지나면 어느 정도 수그러질 것이다 그런 생각이 많이 비쳤어요. 오직 자리 지키기에 급급한 그런 모습….]

예천 주민들은 지난 11일 집회를 열고 의원들 대신 국민에게 사죄한다면서 108배를 했고, 또 농민회는 의장실 점거도 지속하고 있는데요.

당장 내일도 집회를 열고 의원 전원 사퇴 주장을 이어나갈 계획입니다.

[앵커]
박종철 의원에 대한 경찰 수사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기자]
지난 11일 박종철 의원을 소환한 경찰은 이르면 내일쯤 수사 결과를 내놓을 예정입니다.

박 의원은 경찰 조사에서 이 의장이 버스에서 초선 의원을 비난했고, 가이드가 이에 동조해 화가 나 때렸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박 의원이 폭행 사실은 시인했고, CCTV 등을 통해 확인돼 수사는 사실상 마무리 된 것으로 보입니다.

경찰은 박 의원에게 상해죄를 적용해 검찰에 사건을 넘길 방침입니다.

[앵커]
지금까지 대구경북취재본부에 이윤재 기자였습니다.

이윤재 [lyj1025@ytn.c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