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N팩트] 사망자 발견 후 벨트 가동 먼저...노동자는 뒷전

[취재N팩트] 사망자 발견 후 벨트 가동 먼저...노동자는 뒷전

2018.12.18. 오후 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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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하청업체 청년 노동자로 일하던 김용균 씨가 사고로 떠난 지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사고 당일 회사 측이 사망 사고를 경찰에 신고하기도 전에 컨베이어 벨트 가동 업무 지시가 내려졌다는 증언이 확보됐고, 사회적 파장도 커지고 있는데요.

취재기자 연결해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이상곤 기자!

사망 사고 당일 회사 측이 숨진 김용균 씨를 발견하고도 1시간 뒤에 경찰에 신고했는데 그 사이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

[기자]
네, 고 김용균 씨가 컨베이어벨트에서 숨진 채 발견된 시간은 지난 11일 새벽 3시 23분입니다.

한국서부발전 측은 이후 1시간이 지난 새벽 4시 25분에 경찰에 신고했는데요.

이 사이 컨베이어벨트 하청업체 정비원들이 전화로 긴급 근무 지시를 받았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사고로 컨베이어벨트가 멈췄으니 점검 차 가동을 중단했던 바로 옆 컨베이어벨트를 움직이게 하라는 내용이었습니다.

대부분 새벽 4시에서 10분 사이 전화를 받았고, 이는 경찰 신고보다 20여 분 정도 앞선 시각입니다.

결국, 태안화력에 도착한 정비원들은 동료의 시신이 그대로 있는 상태에서 1시간 동안 가동 준비 작업을 해야 했습니다.

정비원의 말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태안화력 하청업체 정비 노동자 : 돈 벌라고 들어오라고 한 거예요. 근로자로 생각하는 게 아니고 집에서 기르는 개만큼도 못하게 생각을 하는구나. 노예로 보는구나. 자괴감이 들었어요.]

시민 대책위는 긴급 정비 인력을 투입하고 노동청의 작업중지명령을 무시한 결정은 서부발전 지시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주장입니다.

하지만 서부발전은 컨베이어벨트 가동을 직접 지시한 것은 하청업체였다고 해명했는데요.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이 진행되는 만큼 진상 조사가 이뤄져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할 대목입니다.

[앵커]
어제는 시민대책위와 김용균 씨 어머니가 청와대 앞을 찾았다면서요?

[기자]
네, 고 김용균 씨 사고와 관련해 출범한 시민대책위가 어제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했습니다.

이 자리에는 고 김용균 씨의 어머니와 직장 동료도 함께했는데요.

김 씨의 어머니는 생전 아들의 바람대로 하청 노동자들의 비극을 멈추게 해달라며 대통령에게 호소했습니다.

함께 들어보겠습니다.

[김미숙 / 故 김용균 씨 어머니 : 공기업에서 어떻게 이토록 무지막지한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그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아들의 바람대로 대통령과의 만남을 비록 아들은 못했지만, 우리 부모라도 만나고 싶습니다.]

이 자리에서 김 씨의 동료는 여전히 위험한 현장이 두렵다며 '위험의 외주화'를 없애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는데요.

시민대책위는 사고가 난 태안화력발전소의 운전을 전면 중단하고 안전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또, 위험한 업무의 외주화를 금지하는 법안을 1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할 것도 요구했습니다.

시민대책위는 광화문 광장에 고 김용균 씨 분향소를 마련했으며, 오는 22일 범국민 추모제를 여는 등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희생을 막기 위한 활동을 이어나갈 예정입니다.

[앵커]
이번 사고와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도 애도의 뜻을 표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했죠?

[기자]
네,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고 김용균 씨에 대한 명복을 빌며 애도를 표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이번 사고가 공기업의 운영이 효율보다 공공성과 안전에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는 경각심을 우리에게 주었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최근 산재 사망 사고의 공통된 특징이 주로 협력업체나 비정규직 노동자가 희생된 것이라며 철저한 원인 조사와 함께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습니다.

문 대통령의 발언 들어보겠습니다

[문재인 / 대통령 : 원가 절감을 이유로 노동자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사용자 의무까지 바깥에 떠넘기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이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발판 하나, 벨트 하나까지 꼼꼼하게 살펴 실태를 제대로 파악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주길 바랍니다.]

이와 관련해 3당 원내대표들은 이번 임시국회에서 관련 법안을 처리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중대 재해가 발생하면 사업주 처벌을 강화하고 안전한 작업만 하도급을 허용하도록 한 '위험의 외주화 방지' 법안은 이미 상당수 발의돼 있는데요.

그동안 각종 현안에 밀려 제대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었습니다.

우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이번 주 소위원회를 열어 법안을 심사할 예정인 가운데, 청년의 안타까운 희생 뒤에야 정치권이 뒷북 대응에 나섰다는 따가운 시선은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앵커]
이번 사고와 관련해 정부도 민관합동 조사단을 꾸려 과거 사고까지 진상 규명에 나선다고요?

[기자]
네, 고용노동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석탄화력발전소 '특별 산업안전조사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습니다.

특별 조사위원회에는 노사가 추천하는 전문가 외에 고 김용균 씨 유가족이 추천하는 전문가도 참여합니다.

조사위는 석탄화력발전소에서 그동안 발생한 사고의 원인과 하청 실태 등을 모두 조사하고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태안발전소에 대해서는 사고 조사 외에 고강도의 '특별 산업안전보건감독'이 진행되며, 한국서부발전에 대한 안전보건 종합진단과 함께 12개 석탄화력 발전소에 대한 긴급 안전점검도 이뤄집니다.

근무시스템에 대한 대책도 내놨습니다.

운전 중인 석탄 운반 컨베이어를 점검하는 등 위험한 일을 할 때는 2인 1조로 근무하고 낙탄 제거 작업 등은 위험한 설비를 반드시 멈춘 상태에서 진행하도록 했습니다.

또 경력 6개월 미만의 직원에 대해서는 혼자 일할 수 없도록 했습니다.

정부는 또 도급사업에서 원청의 책임을 대폭 강화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조속히 통과할 수 있도록 국회에 협조를 당부했습니다.

하지만 시민대책위는 정부가 내놓은 제도 개선 방안에 대해 근본 문제에 대한 고민이 빠져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지금까지 전국부에서 YTN 이상곤[sklee1@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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