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마시고 4km 역주행..."음주 혐의 적용 못 해"

술 마시고 4km 역주행..."음주 혐의 적용 못 해"

2018.12.13. 오후 10:01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앵커]
한밤중에 도시 고속도로에서 광란의 역주행을 벌인 운전자가 붙잡혔습니다.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술을 마신 뒤 차를 몰았다고 진술했는데 검거가 늦어지는 바람에 음주 혐의는 적용조차 할 수 없게 됐습니다.

이윤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승용차 한 대가 지하차도를 거슬러 달려옵니다.

제대로 달리던 차들이 오히려 피합니다.

역주행을 미처 발견하지 못한 차량과는 충돌 직전까지 가는 아슬아슬한 순간을 겪습니다.

지난 9일 밤 대구의 도심을 가로지르는 도시 고속도로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도로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던 역주행은 술에 취한 39살 A 씨가 운전대를 잡으면서 시작됐습니다.

정상적으로 도시 고속도로로 진입하려면 이쪽 차선을 이용해야 합니다.

하지만 술에 취한 A 씨는 반대 차선으로 들어가면서 4km 넘는 거리를 거꾸로 내달렸습니다.

정작 A 씨는 당시 상황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했습니다.

그만큼 술을 많이 마셨다는 건데 검거가 늦어지는 바람에 음주 혐의는 적용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경찰은 난폭운전 혐의만 적용할 예정입니다.

[이대헌 / 대구지방경찰청 교통조사계장 : 도로교통법상 난폭 운전 혐의를 적용해서 사건을 송치할 예정입니다.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게 됩니다.]

검거 과정에서 경찰이 보여준 허점은 한둘이 아닙니다.

112에 접수된 신고만 14번이었지만 역주행 차량을 현장에서 잡지 못했습니다.

심지어 목격자의 신고에 "국민신문고에 올리라"는 황당한 답변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경찰은 뒤늦게 시설 개선 등 대책을 내놨습니다.

[안양수 / 대구지방경찰청 교통계장 : 명확하게 진·출입할 수 있도록 색깔 노면 유도선을 설치하고, 교통안전 표지판, 시선 유도봉 등을 설치해서 시설을 보강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안일한 대응에 엉성한 뒤처리까지….

경찰이 국민의 기대와 믿음에 역주행하고 있습니다.

YTN 이윤재[lyj125@ytn.co.kr]입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