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자마자 철장에 갇힌 곰...국내 사육 곰 첫 구출

태어나자마자 철장에 갇힌 곰...국내 사육 곰 첫 구출

2018.12.07. 오후 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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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태어나자마자 철창에 갇힌 채 죽을 날만 기다리던 사육 곰 세 마리가 세상 밖으로 나왔습니다.

시민들이 성금을 모아 농장에서 사육 곰 세 마리를 구출한 것으로 농장에서 사육 곰 구출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성우 기자입니다.

[기자]
마취 주사를 맞은 반달가슴곰이 우리 이곳저곳을 돌아다닙니다.

잠시 뒤 곰은 깊은 잠에 빠져들고, 들것에 실려 무진동 차량으로 옮겨집니다.

웅담 채취를 위해 좁은 철장 속에 살아가던 사육 반달가슴곰 3마리가 마침내 구출된 겁니다.

사육 곰을 구출한 것은 국내 처음으로 지난 2개월간 진행한 온라인 모금에 3600여 명의 시민이 참여한 덕분입니다.

이번에 구출된 곰은 2014년생으로 시민들 투표로 반이와 달이, 곰이란 이름도 얻었습니다.

구출된 곰 가운데 반이와 달이는 청주 동물원에, 곰이는 전주 동물원에 옮겨졌습니다.

이들 곰은 지난달 28일 실시한 건강검진에서 이상이 없다는 판정을 받았지만,

오랜 시멘트 바닥 생활로 발바닥이 갈라지고 출혈이 있어 동물원에서 치료를 받게 됩니다.

이후 1개월 이상 다른 곰들과의 합사를 위한 훈련을 받는 등 새로운 환경에 대한 적응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김정호 / 청주 동물원 진료 사육팀장 : 당연히 따로 있었던 친구들이기 때문에 합치는 과정이 길어질 것 같아요. 철장 사이를 마주 보다가 어느 정도 친해진 것 같으면 합사를 시도할 예정입니다.]

사육 곰은 1980년대 초 농가 수익을 위해 사육 후 재수출 목적으로 러시아 등지에서 수입됐습니다.

하지만 수출이 금지되면서 사육 곰은 웅담 채취용으로 전락했고 아직도 전국 사육 곰 농가에 곰 540여 마리가 남아 있습니다.

이들은 좁은 우리 속에서 언제 있을지 모를 웅담 채취만을 기다리며 열악한 환경 속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윤상훈 / 녹색연합 사무처장 : 이제 시작이라는 거죠. 남아있는 540마리의 곰 어떻게 할 것이냐, 여전히 시민들에게 맡겨질 것이냐, 아닙니다. 정부가 이제는 국가 차원의 사육 곰들을 위한 보호센터를 마련해야 합니다.]

녹색연합은 사육 곰 세 마리 첫 구출을 시작으로 남은 곰들이 열악한 상황에서 벗어나 국가의 보호시설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사육 곰 실태를 알리는 캠페인을 이어나갈 계획입니다.

YTN 이성우[gentlelee@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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