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N팩트] '의인' 택배 기사를 현장에서 만나봤습니다

[취재N팩트] '의인' 택배 기사를 현장에서 만나봤습니다

2018.11.22. 오후 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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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불길이 치솟는 사고 차량에서 사람을 구하는 일은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데요.

어제 전해드린 대로 그런 상황을 보고 주저 없이 달려든 의인 택배 기사가 있었습니다.

백종규 기자가 이 '의인' 택배 기사를 사고 현장까지 가서 직접 만나봤는데요.

백종규 기자한테 자세한 얘기 들어보는 시간 마련했습니다. 백종규 기자!

택배 기사분이 참 대단한 일을 한 것 같은데요.

실은 어제 오늘 일은 아니고 시간이 좀 흐른 뒤에 알려진 거죠?

[기자]
'의인' 택배 기사의 용기 있는 행동은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우선 영상을 보실 텐데 차량 블랙박스입니다.

그런데 카메라에 빗물이 튀어 화면이 고르지 못한 점 먼저 말씀드립니다.

지난 8일 오후 전북 고창군 상하면에 있는 한 교차로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택배 기사 35살 유동운 씨는 고객들에게 택배 배달을 마치고 복귀하는 길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디에선가 경적 소리가 울렸습니다.

소리를 따라가 보니, 도로 옆 논에 승용차가 추락해 불길이 치솟는 상황을 목격하게 됩니다.

유 씨는 먼저 소방에 신고부터 하고 전화 연결이 된 상태로 불이 난 차량에 뛰어들었습니다.

화염 때문에 차량이 곧 폭발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지만, 망설임이 없었습니다.

유 씨는 운전자인 36살 김 모 씨를 구해내고 불이 난 차량에서 멀리 대피시키기도 했습니다.

[앵커]
차량이 폭발할지도 모르는 위급한 상황이었는데, 정말 침착하게 대응한 것 같네요.

그런데 구조 이후 대처도 잘했다고요?

[기자]
운전자를 구조할 당시 유 씨의 귀에는 블루투스 이어폰이 있었는데요.

이 이어폰으로 소방 상황실과 통화하면서 상황에 대처했고 다친 운전자를 살뜰히 살피기까지 했습니다.

이날 비가 내리고 있었는데요.

운전자 김 씨의 체온이 떨어질까 봐 자신의 근무복을 가져와 덮어주고, 의식을 잃지 않도록 계속 말을 걸어 운전자가 잠들지 않게 했다고 합니다.

화면에 나오지는 않지만, 자신의 차량에 부축해 데려가 119구조대가 올 때까지 보살피기까지 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앵커]
이 사고 차량 운전자는 지금 어떤 상황인가요?

[기자]
사고 차량은 BMW 520D 승용차였는데요.

저희가 취재를 시작했을 때, 그동안 화재가 빈번했던 차량이기 때문에 차량 결함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운전자와 운전자 가족들을 상대로 취재를 해봤는데, 차량 결함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당시에 이 차량은 빗길을 주행하다가 커브 길에서 미끄러지면서 사고가 난 것으로 추정됩니다.

운전자 김 씨는 사고 당시의 기억이 아예 없다고 말했습니다.

유동운 씨가 운전자 김 씨를 구조하고서 이 차량은 모두 타버렸습니다.

사진을 보시면요, 정말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엔진 부분과 앞부분이 타버렸는데요.

'의인' 택배 기사 유 씨가 아니었다면 운전자 김 씨는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김 씨는 다행히 얼굴과 허벅지를 다쳤을 뿐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지금은 병원에 입원해 직접 만나지는 못하고 전화 통화를 했는데요.

사고 당시 하필이면 입 부분을 다쳐서 말을 하기도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운전자 김 씨의 이야기 들어보겠습니다.

[김 모 씨 / 사고 차량 운전자 : 그냥 지나치지 않고 오셔서 구해주신 게 고맙죠. 퇴원하고 바로 찾아봬야지요. 정말 고마우신 분이니까요.]

[앵커]
'의인' 택배 기사인 유동운 씨가 소중한 생명을 살리는 역할을 했네요.

유 씨는 어떻게 용기를 냈을까요?

[기자]
유동운 씨는 "사람이 불타는 차량에 있는데, 어떻게 지나칠 수 있느냐"라는 말부터 꺼냈습니다.

당시에 경적 소리를 듣고 사람부터 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유 씨는 세 자녀를 둔 가장이기도 한데요.

가족들 생각도 났지만, 도움을 청하는 운전자를 지나칠 수 없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자신뿐만 아니라 누구라도 그 상황이었다면, 사람부터 먼저 구하고 봤을 거라고 겸손하게 이야기했습니다.

같은 상황이 벌어진다면 또 망설임 없이 사람을 구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야기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유동운 / '의인' 택배 기사 : 지인들이 가족도 있는데 위험하게 함부로 들어갔다고 꾸지람도 하는데, 솔직하게 말해 제 가족들 생각도 났지만, 그래도 불타는 차에 사람이 있다면 또 뛰어가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앵커]
'의인' 유동운 씨의 용감한 행동에 소방서에서 표창도 수여했다고요?

[기자]
유 씨의 용감한 행동은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알려졌는데요.

영상을 본 사람들은 용기 있는 행동이라며 박수를 보냈습니다.

인터넷 기사에도 험한 일들만 일어나는 요즘 유 씨와 같은 의인 덕분에 세상이 살만하다는 댓글도 수백 개 달렸습니다.

소방당국도 유 씨에게 표창장을 수여했는데요.

용감하게 인명을 구조하고 대처까지 완벽했다는 의미에서입니다.

유 씨가 소속된 회사에서도 곧 표창을 수여하고 포상도 할 계획입니다.

지금까지 전국부에서 YTN 백종규[jongkyu87@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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